5월 18일 (토) | 부활절 제7주일 토요일 (제166일) 성령이여, 오소서

by 좋은만남 posted May 1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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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이여, 오소서

우리는 내일 올 것을 기다려왔다. 아흐레, 쉰 날, 쉰 달, 오백 년 세월을 기다려왔다. 그날은 언제나 우리가 기다리면서도 대비(對備)하지 않는 날, 크게 솟구치는 날, 모든 날들을 하나로 묶는 날이다. 그날은 우리가 마지막으로 말할 수 있고 이해될 수 있는 날, 우리가 엉터리없는 말을 중얼거려도 사람들이 웃지 않는 날, 사죄하거나 겁내지 않고 하느님을 사랑해도 괜찮은 날, 모든 부분들이 서로 달라도 모든 부분들이 함께 즐기는 것을 우리가 아는 날이다. 모두가 크게 모여들고 모두가 크게 흩어지는 날, 오순절.
우리는 이 성령을, 그분이 오랜 옛날 우리에게 주어진 것을 무슨 이유에선지 잊고서, 기다려왔다. 실제로 그분은 혼돈 위를 떠도는 분으로 성경 첫 줄에 기록되어 있다. 우리는 이미 오신 분을 기다리고 있다. 신선하게 솟구쳐 올라 우리 컵에 담겨진 물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 스스로 만든 사막에 불고 있는 시원한 산들바람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 안에서 끊임없이 타오르는 불을 기다리고 있다. 처음부터 우리에게 있는 생명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기다린다고 말하면서 두려움 때문에 문을 걸어 잠근다. 우리가 통제하거나 설명하거나 시비를 걸 수 없는, 매력적이지만 측정할 수도 수정할 수 없는 하느님의 영(靈)이 우리는 두렵다. 정직하게 말하자. 비둘기면서 물이면서 보이지 않는 바람인 하느님의 영을 우리는 좋아하지 않는다. 자기가 불고 싶은 대로 부는 바람, 신학자들이 예견하거나 금지할 수 없는 하느님의 영에 위협을 느낀다. 그날 다락방에 있던 제자들처럼, 두려움으로 문을 걸어 잠그고 있으면서 여전히 그분의 성령을 기다린다고 말한다.
다행하게도 하느님은 우리의 비겁하고 졸렬한 방식들을 이용하신다. 우리가 복음이 주는 자유 대신 편한 안전지대에 머물고자 하는 것을 그분은 아신다. 그리고 하느님은 그것을 돌파하신다. 마침내 성령은 우리가 설치한 장애물들을 넘어, “당신 손과 옆구리 상처를” 마주볼 수 있도록 충분한 공간으로 우리를 에워싸신다. 우리는 참 예수, 그 상처들과 모든 것을 만나고, 어쩌면 난생처음, 우리의 참 자아와 인사를 나눈다. 그분이 말씀하신다,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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