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逆) 선교
민중 가톨릭은 업신여길 것이 아니다. 실은 힘의 대부분이 거기에 있다. 우리 사제들은 자주 사람들한테서 부끄러움을 느낀다. 우리는 전문으로 신앙과 신학을 연구하지만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만날 때 그들의 신앙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우리는 그들에게 성사를 베풀고 설교도 하면서 마치 종교에 숙달한 사람처럼 행세한다. 그러면서 자기가 성인인 줄 모르는 성인들을 가끔 만난다. ‘역(逆) 선교’(reverse mission)의 한 예(例)다.
우리 모두 선교를 하다보면 우리가 구원하겠다는 이들이 오히려 우리를 구원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가 누구를 구원한다는 신학생 의식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놀라운 자기-발견이다. 이것이 교회에 세우신 하느님의 방식이다. 우리 모두 모자라지만 그래도 서로를 구원한다. 어쩌면 이것이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구원하신다는 말에 담겨있는 진정한 의미일지 모르겠다. 우리 가운데 누가 우리를 구원하는 건 분명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