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만남교회

2022.10.01 14:14

전교인회의를 마치고

조회 수 2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전교인회의를 마치고


코로나19를 지나면서 겪은 사회적 변화를 교회라고 피할 수는 없겠지요. 일상은 물론 사회 전반적인 많은 부분이 달라졌습니다. 무엇보다도 온라인 세계가 현실 세계로 들어와 시·공간이라는 개념의 울타리가 무너졌습니다. 주일 오전 11시, 예배당이라는 고정적인 시·공간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교회의 체제는 원치 않는 도전에 직면하였습니다.
그래서 지난 주일 오후에는 전교인회의를 하였습니다. 사실 저는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온라인 예배를 현장 예배와 동일한 영적 효력이 있는 공적 예배의 영역으로 포함하고, 교인의 자격이 온/오프라인으로 분리되지 않도록 하며 현장 출석이 줄어들어 발생하는 현실적 재정 문제에 대한 협력을 요청하는, 인식을 공유하는 선언적 회의로 의도하였습니다. 그러나 '회의'라는 무게감 때문이었는지, '지금 우리 교회가 처한 문제가 무엇인가?'라는 화두가 던져졌고 회의는 진지해졌습니다. 매우 복잡해질 수 있는 주제였지만 임미화 집사님이 등판하셔서 체계적인 토의가 진행되도록 도와주셨습니다.
교우들은 지속가능성, 비전, 다양성과 성장, 신앙 교육, 존중과 배려 등을 목표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추상적이면서 단순하지만 많은 의미를 담은 이런 주제어들은 목표(Goal)이지만 동시에 지금 우리 교회에 결여된 부분임을 함축하고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회의에서 제시된 대부분의 요구를 채우려는 목회를 해왔다고 생각했지만, 여러분의 발언을 들으면서 많이 부족했다는 반성을 하였습니다. 
저는 교회와 목회자의 책임이 교우들 하나하나가 하나님 앞에 주체성을 가진 독립적으로 존재로 서서 교감하게 돕는 것이라 생각하고, 교회가 목사나 몇몇 사람의 주도가 아니라 전체가 책임 의식을 갖고 민주적인 절차와 방식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목회했지만 세세한 부분을 챙기며 돕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또 저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기에 좀 억울한 느낌도 있었지만 결국 소통이 잘 안 되었던 것도 원인이었을 것입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한 해에도 몇 차례씩 밤을 패가며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했던 자리가 있었지만 최근 3년 동안에는 그런 자리가 거의 없었지요. 이야기 나누는 문화가 보장되지 못한 것도 우리의 위기감을 높였을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런 복잡하고 무거운 마음과 무능했다는 자책감으로 회의를 마쳤습니다.

1664105165764.jpg
코칭을 공부하고 계시는 임미화 집사님이 나서서 원하는 것(Goal)-현실(Reality)-대안(Option)-의지(Will)라는 네 단계로 
논의를 진행하여 회의를 매끄럽게 해주셔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임미화 집사님의 재발견! 고맙습니다. 

다음날인 월요일에는 우리 지방회 목회자 부부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세미나라고는 하지만 평창, 강릉에 가서 그냥 1박 2일 쉬고 오는 일정이었습니다. 아내는 출근해야 해서 저는 썩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혼자 가게 되었습니다. 거하게 저녁 식사를 마치고 서호석 감리사님(광현교회)의 방에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청년 시절부터 기독교 사회운동을 열정적으로 하셨고 미국교회 목회, 한국 대형교회 담임 목회도 해보신 서 감리사님은 저를 특별히 아껴주시고 챙겨주십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전날의 회의에 대해서, 저의 목회에 대해서 상담 같은 상담 같지 않은 상담을 하게 되었습니다.
서 감리사님은 현재 교회가 매우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지만, 교회와 교인이 고령화된 현실에서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교회의 기성세대가 자신들이 아니라 나오지도 않고 기여하지도 않는 MZ세대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는 것을 보면서 '잘 돌아가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냐?'라고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전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지만 그런 항변이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울타리 안의 양 99마리와 잃어버린 양 1마리의 문제 같기도 합니다. 감리사님이 이런 말씀을 이어갑니다. 사회에서 자식들이 결혼하고 분가하면 늙은 부부만 남는 핵가족이 된다. 교회도 마찬가지이다. 외로운 핵가족들의 모임이 된 교회의 구성원은 서로가 서로에게 가족, 패밀리가 될 수밖에 없고 돼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감리사님은 우리 교회와 교우의 성향에 대해서 또 저의 목회에 대해서 잘 아시고 항상 사회적 역할을 잘 이해하고 있는 좋은 교회라고 칭찬해주십니다. 저는 개혁적이고 열려 있는 교우들이지만 스스로 교회를 만들어가려는 의지가 부족하다고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개혁적인 교인들의 목사가 돼라."라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의식 있고 참 좋은 우리 교우들이지만 그 모습 그대로 이해하고 한 걸음 더 내딛게 하는 것이 그동안 하지 못했던 저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화를 하면서 제가 하는 일 중 하나인 대북 인도지원 사업이 풀리지 않고 꽉 막혀서 더 무기력감, 무능력감을 느끼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한 해 한 해 전 같지 않은 저의 상태를 체감하는데 시국이 이렇다 보니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절망감도 무의식적으로 작용했을 것 같습니다. 하긴 이건 저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코로나19 시국이 우리 모두를 무기력하게 하였으니까요. 그렇다면 더욱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절실할 것입니다. 
모든 것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다시금 우리가 선 자리를 확인하는 회의였습니다.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간 회의였지만 옆에 있는 교우들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시 시작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코로나를 넘어, 일상의 안일을 넘어, 공동체를 향해! 
?

  1. 등록된 글이 없습니다.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Next
/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