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세대의 교회를 위하여

by 좋은만남 posted Jul 2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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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세대의 교회를 위하여

코로나로 온 나라가 다 멈췄습니다. 교회도 멈췄지요.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도 없어 진퇴양난입니다. 우리같이 작은 교회도 그런데 감리교회 차원에서 보면 많이 답답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본부나 연회, 각 연합회 차원에서는 무슨 행사를 한다는 연락이 종종 옵니다. 이해는 하지만 코로나 상황에서 염려가 더 큰 것이 사실입니다. 
지난주에 남선교회 서울연회연합회의 행사 안내 공문을 받았습니다. 평신도 영성수련회를 9월에 할 예정이라는 것입니다. 그 공문에는 강사들과 서울연회 각 지방 회장들의 사진과 행사 주요 내용이 소개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영성수련회의 주제가 "비전교회 및 다음세대 지원을 위하여"입니다. 60개의 비전교회(재정적 인적 미자립교회)에 1백만 원씩 지원, 다음세대 지원, 해외선교 지원의 계획이 공문에 담겨 있었습니다. 다른 교단도 마찬가지이거나 더 심각하겠지만, 한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교세를 자랑하는 감리교회의 미자립교회 비율도 이미 50%를 넘어섰습니다. 개신교 교인 수가 감소하는 추세이니 이 비율은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전교회를 재정적으로 지원한다니 어찌 고마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비전교회와 다음세대를 세우는 일에 재정적 지원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것은 안타깝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돈으로 교회가 세워지고 유지되고 또 사회적 지지를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돈만으로는 결코 이룰 수 없습니다. 특히 격동하는 2021년 한국 사회에서 다음세대를 세우는 일에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이 시대적 의식을 공유하는 일입니다. 일례로 사회는 성소수자 문제에 전향적인 입장을 공유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가장 적대적이고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교회입니다. 사회는 성소수자를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려고 하는데 교회는 이를 거부하고 정죄하는 입장을 가진다면 교회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감리교회는 행정과 입법을 위해 총회대표(총대)를 선출하는데 다음세대의 지도자가 될 젊은 사람들(목회자와 평신도)은 후보가 될 자격조차 없습니다. 연회감독을 선출하는 선거에도 안수 받은 지 13년 미만인 목사들은 배제됩니다. 만 18세만 되면 대통령도 뽑을 수 있는 사회의 흐름과 비교하면 봉건적이라는 말도 아까운 원시 상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더욱 부끄러운 것은 다른 대부분 교단은 목사 안수를 받으면 누구나 총대가 될 자격을 얻습니다. 그래서 총회는 구색 맞추기로 앉혀놓은 소수의 4~ 50대와 여성을 제외하고는 백발의 남성 노인들이 현재는 물론 미래까지도 좌지우지하고 있습니다. 미래의 주역들이 배제된 상태에서 과거 세대가 정하는 미래의 규칙들이라니, 누가 봐도 상식적이지 않지요.
이런 분위기에서 성장한 감리교회의 다음세대가 과연 사회를 선도하고 이끌만한 교회 지도자가 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래서 돈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교회를 구성하는 하드웨어는 예수 정신이고 재정은 그 하드웨어를 가동하는 소프트웨어일 것입니다. 둘 다 중요한데 지금 감리교회는 소프트웨어만 중시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감리교회는 격년으로 입법의회를 개최합니다. 올해가 입법의회가 열리는 해입니다. 후진적 제도와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감리회목회자모임 '새물결'은 감독회장과 감독 선거권 확대, 감리사 피선거권 제한 폐지, 목회자 이중직 제한 폐지, 목회 세습과 교회 매매 처벌법 제정, 행정 전산화, 국민연금과 연동한 은급법(교단 연금법), 여성 제도 등을 제안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또 지구적으로 문제가 되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법 제정도 제안하고 있어 대 사회적 메시지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이라도 있으니 그나마 희망이 입니다.
교회가 바뀌어야 합니다. 돈으로는 유지만 겨우 할 수 있을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인식이 바뀌고 예수정신으로 복귀하는 것입니다. 교회의 지도자들이 다음세대를 위한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의 노력을 해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