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아침이 한없이 낯설었습니다.

by 좋은만남 posted Mar 1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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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아침이 한없이 낯설었습니다.


그동안 매년 새해 첫날을 맞으면서도 새삼스러운 결단을 한다거나 새로운 기분, 감흥을 느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저 전날과 다름없는 새 아침에 새 번호를 매겼을 뿐이라고 생각했었지요. 그런데 지난주 목요일에는 완전히 낯선 아침을 맞았습니다. 갑자기 찾아온 봄기운 때문이나 전날 밤에 늦게까지 텔레비전 앞을 지킨 피로감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SNS에서 지인들의 담벼락을 들여다보니 이런 낯선 아침을 맞은 것은 비단 저만이 아니었더군요. 매일 아침 일어나면 밤새 무슨 새로운 사건이 있었나 궁금해하며 텔레비전 뉴스를 켜던 제 일상도 달라졌습니다. 뉴스를 보는 것이 고통스러운 것을 넘어 공포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지인들도 당분간 '뉴스 금식'을 한다고 하고 어떤 분은 칩거에 들어간다고도 합니다.
박정희 독재정권, 전두환, 노태우의 폭력 정권, 이명박의 사기 정권, 박근혜의 무능정권도 잘 견뎌왔다고 자신 있게 말했지만, 이번 선거 결과는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듭니다. 한국의 위상에 걸맞은 한국인의 고상한 품격을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랐지만, 근거 없는 흑색선전과 대상을 제대로 찾지 못한 증오심이 우리의 현주소를 낱낱이 까발려 놓은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선진국이 됐다는 소식과 국제사회에서의 위상 상승으로 스스로를 과대평가한 것 같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당선자가 장담했던 여성가족부 해체, 주 52시간 근무제와 최저임금제 폐지 등의 공약은 사실이 아니라고 후퇴한 것입니다. 한국이 진영 간 투쟁을 중단하고 투구든 국민이 흘린 피땀의 성과를 공정하게 분배하여 풍요롭고 행복하게 살게만 된다면 무슨 문제이겠습니까? 그리고 부당한 권력 행사와 무능에는 단호하게 대처하는 국민의 성숙한 경험도 있고요. 그래도 불신자 같은 저의 무기력이 당분간은 좀 더 지속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