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수고 많았다!

by 좋은만남 posted Mar 19, 202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둘 다 수고 많았다! 


장혁 전도사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분이 충격을 받으셨을 것입니다. 1년여를 혈액암으로 투병 중 잠시 회복의 기미도 보였으나 결국 코로나 상황을 넘지 못하였습니다. 건강미 넘치던 젊은이의 죽음 앞에 다들 황망하고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장 전도사를 떠올리면 항상 웃던 얼굴과 씩씩한 목소리를 보고 들은 기억밖에 없습니다. 한창때인데 이렇게 일찍 데려가시는지…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지난 주일에 보일러 상태가 안 좋아서 좀 춥게 예배를 드렸습니다. 주중에 보일러 수리를 했는데 이게 생각같이 쉽게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내부 컨트롤러를 교체했지만, 다시 똑같은 에러 머시지가 뜹니다. 연소기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하는데, 교체 비용이 신품의 절반이랍니다. 결국 보일러를 통째로 교체하였습니다. 보일러를 교체한 지 5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평균 수명이 8년 이상이라는데 절반밖에 안 됐지만, 보증기간이 끝났다니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고 울며 겨자 먹기입니다. 뽑기 운이 없었다고 위로할 수밖에요.
보일러를 교체하면서 장혁 전도사가 생각납니다. 고쳐서 쓸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보일러가 너무 빨리 고장 났다고 어디 항의하거나 하소연할 데도 없는 것처럼, 젊고 성실한 사람을 왜 이렇게 빨리 데려가시느냐고 하나님께 항의할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평균 수명을 못 채운 보일러 옆에는 17년째 돌아가는 보일러가 걸려 있습니다. 우리는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알지 못하고, 불의한 시도의 결과가 아니라면 그저 수긍할 수밖에 없습니다. 젊은이의 이른 죽음에 가슴 아파하고 너무 일찍 고장 나버린 보일러 때문에 얇아진 지갑이 야속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삶의 단면일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오늘이라는 시간 앞에 더 진지해집니다. 둘 다 수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