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볼트

by 좋은만남 posted Oct 2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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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볼트


지지난 주 토요일 늦은 오후, 한참 주일 예배 준비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갑자기 대문의 디지털 자물쇠가 작동이 안 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혹시나 수리할 수 있을까 하여 자물쇠를 뜯어서 분해해 보았더니 잠금장치를 돌려주는 모터가 한 방향으로밖에 작동을 안 합니다. 부품을 갈던가 새 제품을 사는 길밖에 없는데 주말 늦은 오후이니 교회 때문에 맞는 강화 유리문용 자물쇠를 사 올 만한 곳도 없습니다. 다행히 밤새 배송해주는 제품이 있어서 주문해 놓고 자전거 도난 방지용 체인으로 대문을 걸어놓고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주일 아침 일찍 일어나 배송된 물건을 확인하고 설치를 시작합니다. 문고리를 빼서 거기에 설치하는 제품인데 한참 설치를 하다가 실수로 문고리를 고정하는 볼트를 하나 잃어버렸습니다. 주일 아침에 땀을 뻘뻘 흘려가며 화분도 옮겨가며 찾았지만,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고정된 문 쪽이라 손잡이 사용할 일 없겠거니 하고 그냥 위쪽만 고정해놓았지만 찝찝한 마음은 숨길 수 없었습니다. IMG_20231018_101643.jpg
그런데 수요일에 일하느라 입은 운동복 상의 주머니에서 이 볼트가 딱! 나오는 겁니다. 그렇게 찾아도 안 보이던 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튀어나오니 반갑기도 하지만 황당함이 더 큽니다. 주머니에 넣은 기억이 없고 분명 땅에 떨어지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는데 기억이나 감각도 확신할 수 없다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듭니다. 경험을 절대화하지 말자, 인간의 감각도 속을 수 있다. 그러니 인간이 자신을 완벽하다고 자만하거나 과신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돌아온 탕자 같은 볼트 하나가 다시금 저에게 '겸손하라'고 가르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