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만남교회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자기를 낮추는 경험

미국인들은 모든 일이 풀린다는 기대를 하면서 살아간다. 늘 그래왔다. 나는 은수저를 입에 물고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힘 있는 가족들에 둘러싸여 처음부터 그들의 사랑을 받았다. 우리 부모님은 내 길에 포장을 깔아주셨다. 그게 얼마나 근사한 인생출발인지 당신은 아는가? 엄청난 복이다.
하지만 거기엔 어두운 면도 있다. 특권층 배경에서 사는 사람들은 언제나 길이 포장되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모든 일이 술술 풀릴 줄 안다. 사정이 그렇지 않을 때는 낙심하는 정도가 아니라 뭐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말한다, 일이 왜 이렇게 안 풀리는 건가? 내가 왜 이 고생이란 말인가? 어째서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는 거야?
부자 나라들의 많은 사람이 항상 시무룩하고 유사(類似) 우울증에 걸려있는 이유를 여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가난한 나라들에 가보면 가진 것이 별로 없고 아침부터 밤까지 도무지 되는 일이 없는데도 거기 사람들이 우리보다 더 행복하게 살고 있다. (이 말이 허풍이 아니라는 걸 당신도 직접 가보면 알 것이다.) 우리에게는 그들이 행복할 수 없고 행복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아프리카의 ‘가난한 이들과 죽어가는 이들을 위한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사람들이 먹지 못해서 부어오르고 부스럼 난 몸을 누더기로 감싸고 악취를 풍기며 거리에 누워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어쩌면 사람이 이렇게 살 수 있단 말인가? 내가 사는 세상에 견주어 거기는 지옥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들과 더불어 이야기하고 기도하러 간 사제였다. 내가 걸음을 멈추고 그들에게 물었다, “음, 어떠세요?” 그들이 답했다, “예, 좋아요.”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좋다고? 당신 지금 좋지 않아요. 아주 많이 나쁘다고요! 어떻게 이런 상태로 있으면서 좋다는 겁니까?”
내가 물었다, “당신들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한 여인이 대답했다, “아, 예, 신부님. 우리와 함께 시편을 암송해요. 아무 시편이나 좋습니다.” 그런데 이 거창한 ‘성서박사’한테 그 자리에서 머리에 떠오르는 시편이 없는 것이었다. 그 여인이 내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을 읽었는지, 시편 23편을 읊기 시작했다. 그리고 말했다, “신부님, 그냥 우리와 함께 암송하시면 됩니다.”
여기 우리 풍요로운 문명인들에게 주는 심오한 메시지가 있다. 나는 그날 내가 “하느님 나라의 첫째”를 만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

  1. No Image 18May
    by 좋은만남
    2024/05/18 by 좋은만남
    Views 0 

    5월 25일 (토) | 성령강림절 토요일 (제172일) 해방신학의 출발점

  2. No Image 18May
    by 좋은만남
    2024/05/18 by 좋은만남
    Views 3 

    5월 24일 (금) | 성령강림절 금요일 (제171일) 자기를 낮추는 경험

  3. No Image 18May
    by 좋은만남
    2024/05/18 by 좋은만남
    Views 0 

    5월 23일 (목) | 성령강림절 목요일 (제170일) 침묵은 금이다

  4. No Image 18May
    by 좋은만남
    2024/05/18 by 좋은만남
    Views 0 

    5월 22일 (수) | 성령강림절 수요일 (제169일) 네 영혼을 구원하지 마라

  5. No Image 18May
    by 좋은만남
    2024/05/18 by 좋은만남
    Views 0 

    5월 21일 (화) | 성령강림절 화요일 (제169일) 여전히 우리는 성인들이 필요하다

  6. No Image 18May
    by 좋은만남
    2024/05/18 by 좋은만남
    Views 0 

    5월 20일 (월) | 성령강림절 월요일 (제168일) 돌파(突破)

  7. No Image 18May
    by 좋은만남
    2024/05/18 by 좋은만남
    Views 0 

    5월 19일 (주일) | 성령강림주일 (제167일) 오순절

  8. No Image 11May
    by 좋은만남
    2024/05/11 by 좋은만남
    Views 0 

    5월 18일 (토) | 부활절 제7주일 토요일 (제166일) 성령이여, 오소서

  9. No Image 11May
    by 좋은만남
    2024/05/11 by 좋은만남
    Views 0 

    5월 17일 (금) | 부활절 제7주일 금요일 (제165일) 더없이 큰 사랑을 찾아

  10. No Image 11May
    by 좋은만남
    2024/05/11 by 좋은만남
    Views 0 

    5월 16일 (목) | 부활절 제7주일 목요일 (제164일) 1루와 2루 사이에서

  11. No Image 11May
    by 좋은만남
    2024/05/11 by 좋은만남
    Views 0 

    5월 15일 (수) | 부활절 제7주일 수요일 (제163일) 사랑은 바탕이다

  12. No Image 11May
    by 좋은만남
    2024/05/11 by 좋은만남
    Views 0 

    5월 14일 (화) | 부활절 제7주일 화요일 (제162일) 대부분 사람들이 결혼한다

  13. No Image 11May
    by 좋은만남
    2024/05/11 by 좋은만남
    Views 0 

    5월 13일 (월) | 부활절 제7주일 월요일 (제161일) 하느님의 섭리

  14. No Image 11May
    by 좋은만남
    2024/05/11 by 좋은만남
    Views 0 

    5월 12일 (주일) | 부활절 제7주일 주일 (제160일) 하느님의 지문(指紋)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71 Next
/ 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