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난을 넘어서] 에필로그 한 무명인의 부활 (2)

by 좋은만남 posted Apr 2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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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한 무명인의 부활 (2)


◆ 부활은 아무것도 입증하지 못한다   예수의 부활은, 추종자들이 지금까지 예수에 관해 알고 있었던 것이 옳았다는 확신을 준 놀라운 사건이었다. 부활이 없었다면, 그리스도교는 없었을 것이다. 예수 부활의 증거는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성경은 질문의 대상이 아니라고 가르쳤고 부활을 믿는 것이 삶을 위협하지도 않고 오히려 교회와 문화로부터 격려와 보상을 받기에 오늘날의 그리스도인들은 기꺼이 부활을 믿는다. 만약 치명적 위험에 처할 만한 반체제적 생활방식을 감수해야 하거나 암묵적으로 수용해온 문화의 가치들에 도전하는 것이라도 과연 부활을 쉽게 믿을 수 있었을까?
바울은 강렬한 경험을 통해 부활이 영적 몸을 갖는 것으로 생각했고 예수도 영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것은 그리스도를 신이 아니라 지상을 떠도는 단순한 유령으로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고 교회 외부인이 보면 부정적 시각을 갖게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마가는 빈 무덤에 대한 증언을 제시한다. 유대교와 헬레니즘 세계의 독자들은 영웅들이 극심한 곤경에서 구출된 뒤, 곧바로 하늘로 올라가, 신들과 안전한 삶을 살게 되는 비슷한 이야기를 들어왔을 것이다. 예수는 기적적인 탈출로 적들로부터 구출된 존경받는 영웅이 된 것이다. 그러나 빈 무덤은 시체 실종 사건일 뿐 부활의 명확한 증거가 되지 못한다.
이런 우려 때문에 복음서 기록자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이 살과 피를 가지고 음식을 먹는 몸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하고 요한복음은 의심 많은 도마를 동원한다. 요한복음에서 도마에 대한 예수의 힐책은 시련의 때에 자신들을 해방해줄 표징이나 기적을 갈망했던 요한 공동체 내의 수많은 사람을 겨냥한 것이다. 추종자들은 기적 이상의 것이 필요했지만, 문제는 부활 자체가 아니라 하나님이 예수를 부활하였다는 것을 믿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 왜 그들은 믿었는가?   부활(예수가 옳았음을 입증하는 것)의 전제는 오직 하나님의 의로운 사람 중 한 사람이 그의 충직 때문에 살해되었다는 것뿐이다. 추종자들은 예수의 말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듣고, 그 행위들을 하나님의 현현으로 경험했던 소수이다. 걸인이나 노예가 된 성매매 여성 같은, 조건 없이 자신이 받아들여지고 있었다는 것, 자신에게 자유가 부여되었다는 것을 가슴 깊이 경험한 친구들과 추종자들에게 예수는 영웅, 엘리야, 모세, 아담이었다. 그들이 이렇게 믿은 것은 예수의 부활 때문이 아니라 예수가 그들의 삶을 움직였던 방식 때문이다. 
예수의 추종자들이 처음 예수의 부활을 선포했던 것은 그의 삶을 기리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예수는 사람들이 그를 충심으로 따르게 할 힘을 가진 선각자였고 하나님의 제국이라는 대의도 있었다. 사람들은 예수를 의로운 사람으로 믿었고 이런 대의를 신뢰했다. 예수가 적들에게 잡혀 죽게 되면 하나님이 그를 고통으로부터 구출하시고 다시 살아나게 하실 것이라고 진심으로 믿었다. 그들에게 예수가 무명인인 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들도 무명인이었고 사회에서 밀려난 변두리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예수는 그들이 하나님에게 특별한 사람이라는 것을 확신시켜 준 무명인이었고 영웅, 예언자, 주피터의 아들이었다. 

◆ 실제로 무엇인가 발생했던 것인가?   바울은 예수가 베드로, 야고보, 다른 추종자들, 한 번에 500명이나 되는 사람들 앞에서 나타났다고 말한다. 이 전승은 예수 운동이 종교적 황홀경(성령 체험)에서 시작했다는 것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예수는 영들을 조종하는 일종의 축령술사였고 그의 공동체는 영적으로 충만한 황홀 체험을 하는 종교 공동체였으며 그런 체험은 예수의 사후에도 지속되었을 것이다. 추종자들이 예수를 통해 하나님의 영에 사로잡혔던 체험은 예수 사후 그리스도의 영, '하나님의 아들의 영'이 작용한 것으로 고백했고 명명했다. 예배를 통해 경험된 영적 황홀경의 순간들이 이제 부활한 그리스도에 대한 경험이 된 것이다. 

◆ 결단의 문제   부활 선언은 유령 이야기, 아니면 집단 히스테리나 죽은 사람을 다시 보는 슬픈 경험으로 치부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리스도교 신앙은 그런 경험에 기원을 두고 있지 않다. 사람들은 우연히 예수의 말씀을 듣고 그의 행동을 보고 감동되었다. 예수의 말씀 속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행동 속에서 하나님의 제국을 경험하였고 다가올 새로운 세상, 새로운 제국에 대한 그의 비전에 자신을 내맡기게 되었다. 예수를 믿게 되었다는 말이다. 예수의 말씀과 행위에서 경험했던 하나님의 영은 그가 죽었다고 하여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순교와 구원의 전통은 하나님이 예수를 죽은 자들로부터 일으키셨다는 선언의 전거를 제공했다. 이제 그 삶은 그리스도의 영 안에 있는 삶이 되었다. 
예수의 추종자들은 부활 때문에 예수를 믿은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부활을 믿었던 것은, 그들이 부활을 믿었던 것은, 그들이 먼저 예수를 믿었고, 예수가 촉발한 영적인 삶을 그들이 먼저 믿었기 때문이다. 예수를 믿겠다는 결단, 그리고 성령에게 자기 자신을 온전히 내맡김으로써 자신의 삶 속에서 그 성령이 발견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결단이 부활 선언의 궁극적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