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와 권세들] 서론 "너희는 그들에게 절하며 섬길 수 없다"(1)

by 좋은만남 posted May 0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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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너희는 그들에게 절하며 섬길 수 없다"(1)


우리는 복음서의 교훈들에서 희열을 맛보지 못한다. 우리가 읽는 복음서는 단지 그 이야기를 전한 사람의, 매우 극적이고 흥미진진한 이야기이다.

◆ 갈등과 갱신, 권세들   복음서 이야기들은 세 가지 특징을 갖는다.
1. 복음서 이야기는 갈등으로 가득하다. 예수와 대제사장, 예수와 로마 통치자들 사이의 갈등은 종교적인 것만은 아니라 정치적이다. 예수를 해방자로 찬양하며 성전에서 강력한 무력 시위를 기대했던 군중들이 선두에 섰던 예루살렘 입성이 절정이다. 예수는 태어나자마자 새로운 해방자 메시아로 받아들여졌고 예루살렘 통치자들과 그 대리인들을 반대하는 연설을 한 후에 로마 총독에게 고발당해 처형되었다.
2. 복음서 이야기들은 예수를 이스라엘 갱신의 수행자로 묘사한다. 예수는 모세와 엘리야를 연상케 하고 산에서 그들을 만났고, 열두 지파를 대표하는 열두 제자를 임명하였다. 옛 예언자들처럼 이미 혹은 거의 죽은 사람들을 치유하였고 민중을 착취해 온 통치자들에게 하나님의 유죄선고를 선언하였다. 복음서들은 민중의 오랜 소망과 기대, 특별히 이사야 같은 예언자들의 선포를 성취한 것이 예수라고 명시적으로 선언한다. 예수는 이스라엘 전통 가운데서 통치자들에 반대하며 백성들의 갱신을 수행한다.
3. 복음서들은 서로 적대적인 권세들, 즉 정치경제적 차원과 영적 차원의 서로 적대적인 권세들 사이의 투쟁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헤롯은 메시아의 탄생을 막기 위해 군대를 보냈고, 로마 황제는 조세 납부를 요구하는 정치적 권력을 가졌다. 예수는 과부의 재산을 삼키는 대제사장들에게 유죄 선고를 선언한다. 영적 차원에서도 예수는 공동체의 구성원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폭력을 가하는 부정한 영들과 투쟁하여 쫓아내고 질병을 치유한다. 여기에는 귀신들의 왕 바알세불의 권세(마리새인들의 주장), 예수의 권능/권한, 하나님의 나라가 권능으로 임할 것이라 약속이 등장하며 세속의 권위와 투쟁한다. 

◆ 시대착오적인 가정들    복음서의 실제 중심은 정치-종교적 갈등과 이스라엘의 갱신, 권세이지만 복음서 연구는 이런 특징을 비중있게 다루지 못하였다.
1. 갈등과 권력 투쟁에 대한 관심 부족은 역사적 예수 연구가 복음서를 이야기들로 간주하지 않고, 예수의 개별적 말씀들과 작은 삽화들을 담은 책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분리된 단편 자료로 보는 관점은 광범위한 유형과 관계를 식별하지 못한다.
2. 학자들은 서구 문화 일반처럼 종교가 정치·경제와 분리돼 있다고 가정한다. 그에 따르면 예수는 종교적 인물일 뿐, 정치·경제적 인물일 수 없다. 현대 서구적 사고에서 권력은 정치나 경제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3. 현대 서구사회에서 강력한 개인주의와 종교의 주변화가 결합해 종교가 개인적인 믿음으로 축소됐다. 고대에서 종교는 풍작이나 정치·경제적 질서를 위해 필수적이었으나 현대 서구사회에서는 그렇지 않다. 예수는 기본적으로 개인들에게 개인적인 종교윤리나 삶의 방식을 가르친 개인적 교사로 여겨졌다.
4. 현대 사회는 기본적으로 하나님을 정치·경제로부터 분리된 종교로만 보고 자유주의적 해석자들은 예수 가르침의 핵심인 ‘하나님 나라’가 사적이며 개인적인 영적 실재, 하나님과의 중개자 없는 관계라고 주장하며 하나님에게 대폭 축소된 관할권만 부여한다. 그러나 ‘하나님 나라’는 포괄적인 통치를 가리킨다.
5. 기독교를 유대교보다 보편적인 종교로 보려는 시도가 예수를 계시자, 교사, 개인적 추종자들의 치유자로 보게 하였고 예수 자신은 어떤 운동도 일으키지 않았다고 보게 하였다. 그래서 갈릴리와 유다 지방에 존재했던 특수한 관심사들과 정치적 갈등들을 간과했다.
6. 실재를 자연적이고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축소하는 계몽주의의 영향 때문에 '부정한 영들'과 예수의 '권능'의 행위들을 현대 과학의 틀로 보려고 하였다. 그래서 천사나 귀신은 실재하지 않거나 초자연적인 것, 기적이나 마술로 규정하고 심리학 혹은 정신심리학적 관점으로 설명을 시도한다. 예수의 가르침과 행위들은 현대인들의 구미에 맞춰 그렇게 ‘비신화화’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