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와 권세들] 1장 제국의 권세들 (1)

by 좋은만남 posted May 2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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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제국의 권세들 (1)


예수는 로마제국의 예속민들 가운데서 사역했다. 그의 갱신은 제국의 통치로부터 해방되는 열망에 대한 반응이었고 제국 권세들의 영향에 적응하기도 하고 저항하기도 하는 이스라엘 전통 안에서 선교가 수행되었다. 고대 제국은 신비스러운 방식으로 작동하는 네트워크인 권세들을 신으로 여겼다.

◆ "문명의 요람" 안에서   제국의 권세들이 어떻게 우주-정치-경제-종교 체제로 작동하는지의 예를 고대 바빌론이 보여준다. 히브리 성서, 기독교, 이슬람의 아브라함 전승은 바빌론 제국으로부터 출발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인들은 오늘날 이라크 지역인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을 따라 많은 도시를 건설하였고, 주민들은 위대한 존재들과 그 군대를 지탱해주는 농사를 위해 대규모 관개시설을 구축했다. 권세들의 제국 체계는 관개시설이 갖추어진 평야에서 일하는 민중들이 생산한 농산물에 의해 유지되었고, 이를 위해서는 복잡한 계급구조의 관리와 정교하게 조직된 민중의 노동력이 필요했다. 왜 민중은 권세들의 강제노동에 복종하였을까? 바로 초인적 권세들에 대한 강한 공포 때문이었다. 강이 범람하여 수로와 작물을 파괴할 것에 대한 두려움 말이다. 그래서 민중은 자신의 삶을 순식간에 파괴할 이런 세력들과 그 세력을 돌보고 식량을 보급하는 사제들에게 십일조와 희생제물을 바쳤다. 
종교와 정치, 경제가 분리되지 않았던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위대한 존재들’은 왕이나 대제사장, 감독들이었다. 이들의 제사는 연중 농업의 생산주기에 따라 특별한 기도와 희생제사, 풍작신 제의로 거행됐다. 혼돈의 위협에 맞서는 질서의 회복은 폭풍의 왕이자 바빌론의 중심세력인 마르둑의 대형 신전에서 재연되는 예식 드라마의 핵심이었다. 이 예식 드라마의 대본인 “에누마 엘리쉬”에 나오는 미사토, 퇴적물, 창공, 하늘-권위, 관개-지혜의 이름과 역할들은 두 강 사이의 삼각주에서 발생한 초기 문명의 주요 권세를 보여준다. 문명의 세력들은 주문을 걸어 강을 잠재웠다(죽였다). 공포스런 세력들과 소통하는 높은 계급의 전문가들(사제와 관리자)이 관장하는 ‘신전’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초기 문명이 복잡해지면서 갈등이 생성된다. 강의 패배를 보복하려는 바다(혼돈)에 대처하기 위해 질서를 회복 회복을 위해 새로운 세력인 폭풍이 탄생한다. 왕으로 찬양받은 폭풍-왕 마르둑은 무시무시한 폭력을 통해 적대적 신을 도륙하고 신적인 세력을 위해 궁전을 짓는데, 이때 종으로 부려 먹기 위해 사람을 만든다. 이 드라마를 통해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제국들이 군사적 폭력에 의해 수립된 것을 알 수 있다. 마침내 바빌론의 군사적 정복으로 수립된 질서는 하늘의 제국적 질서에 상응하는 지상의 질서로 이해된다. 
매년 재연하는 예식을 통해 민중은 그들이 원래 권세들의 노예였다는 것을 정기적으로 기억하면서 예배만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제적 섬김을 통해 복종했다. 위대한 존재들은 신들의 많은 노예의 생산과 노동을 통제하면서 부와 특권을 누리며 살았고 잉여 농작물은 신들의 영광을 과시하는 부로 사용되었다. 지식인들은 십일조와 희생제물을 바친 것을 기록하기 위해 문자를 개발했고, 권세들의 연례적 주기와 농경 정치경제의 일치, 파종과 추수 시기 결정을 위해 천문학을 연구하였다. 고대 제국 체계를 강화한 것은 그 권세들이 섬긴 민중의 노동과 생산이었다. 고대 서아시아의 제국 문명들은 민중이 그 권세들에게 바치는 노동력을 오히려 민중에게 휘두르는 권력으로 변형시키는 체제였다.
이집트 파라오에게 협력하는 창세기 41, 47장의 요셉 이야기가 이런 정황을 잘 보여준다. 풍작과 흉작의 꿈을 꾼 요셉은 파라오에게 권하여 풍년 시 생산물의 1/5을 강제로 취하여 파라오의 권위 아래 저장하도록 한다. 이후 현대 거대기업의 행태와 비슷한 대규모 착취가 이어진다. 흉작이 들자 파라오는 민중들에게 소유물을 받고 곡식을 판다. 7년간 이어진 흉작에 민중은 가축은 물론 땅과 몸까지 팔아야 했다. 통치자는 막대한 양의 생산물을 쥐어 짜내 가뭄과 기근에 취약한 민중을 통제할 수 있었고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농민들에게 자신의 권력을 휘둘렀다. 권세들에 대한 두려움이 민중으로 하여금 노동과 생산물을 바치도록 자극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