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난을 넘어서] 2장 순교자 (4)

by 좋은만남 posted Mar 1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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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순교자 (4)

◆ 죽는 순간까지 초지일관하는 사   고귀한 죽음이 다른 사람을 위해 대신 죽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생각은 강력했다. 로마로부터의 독립전쟁인 유다전쟁 직후에 기록된 마가복음은 성전 파괴로 더 이상 제사 종교를 유지하지 못하여 심각한 종교적 위기감을 느낀 유대인들을 불편하게 했다. 예수는 유대교 이단이었기 때문이다. 전쟁으로 인한 분열된 세상 사이에 낀 마가 공동체에 충직성과 충성심은 전반적 쟁점이었다. 마가는 자신들의 운명을 예수의 운명과 연결시키면서 충직성을 잃지 않게 하는 그런 수난 설화를 정교하게 만들었다. 
마가의 예수는 '내가 마시는 잔을 너희가 마실 수 있느냐?'고 묻는다. 적대자들의 도발에도 예수는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대의를 지키며 문제의 한 가운데로 더 깊이 들어간다. 또 청중에게 지금 전개되는 것을 묵시종말론으로 가르친다. 결국 예수는 홀로 고난받는 의인의 운명을 감당하며 거짓 고발, 정죄, 구타와 침 뱉기를 견뎌냈다. 이제 독자들은 자신의 운명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죽기까지 대의를 지킨 예수의 충직성을 본받아야 함을 깨닫는다. 예수는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여라', '끝까지 견디는 사람은 구원받을 것'이라고 약속하고 있다. 이 이야기를 전할 용기 있는 사람들을 찾으며 마가는 뭔가 마무리되지 않은 느슨한 이야기로 끝맺는다.

◆ 죽음의 영광   생존, 공포, 충직성의 관점은 요한복음 저자(이하 요한)의 관심사이기도 했다. 마가복음보다 한참 늦게 기록된 요한복음은 기존 유대인 공동체의 안전과 이제 막 형성되던 교회 사이에서 죽음의 위협을 받는 선택을 해야 했다. 요한은 마가와는 다른 독창적 방법으로 예수를 이야기했다. 요한의 예수는 체포와 심문, 십자가 처형의 순간까지도 모든 것을 통제했고 죽음을 지휘하는 것같이 보이기까지 한다. 예수가 자주 했던 '나는~이다'(그리스어 '에고 에이미')라는 말은 신적 현현의 언어이다. 예수가 신적, 초인적 인물로 보이지만 순교자가 죽음을 스스로 선택하고 통제하는 선례는 소크라테스와 여러 순교자 문헌에서 찾아볼 수 있다. 
포위당했다고 느끼던 공동체가, 자신들이 믿는 예수가 위기 상황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분이라고 믿는 것은 중요하다. 보통 사람과는 큰 간격이 있는 예수의 극적인 죽음이었지만 그 죽음은 청중의 운명과 순교자적 주제와 개념으로 연결되었다. 예수의 죽음은 두려워할 위기나 재앙이 아니라 그가 영광을 받을 순간이다. 그를 따르는 사람들을 하나님은 영광스럽게 높여주실 것이다. 이 죽음으로 하나님도 영광스럽게 된다. 고귀한 죽음은 불명예가 아니라 완성과 영광의 순간이다.

◆ 예수와 함께 살고 죽는 것   예수는 하나님의 새로운 제국을 말과 행동으로 보이며 새로운 존재 방식을 위해 죽었다. 그의 죽음은 그가 살았던 삶을 살아보라고 다른 사람을 부르는 초대이다. 순교자의 죽음은 궁극적으로 자유의 행위이다. 예수의 순교자적 죽음은 사람들을 죽음의 두려움만이 아니라 새로운 사고방식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는 두려움으로부터 해방한다. 이로써 죽음의 힘과 도구들을 휘두르는 사람들이 힘은 사라지게 된다. 
순교자의 죽음은 사람들로 하여금 하나님께 충직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들고, 도전 행위의 결과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죽음 자체의 힘은 무력화되고 사람들은 순교자의 죽음을 가능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당시 사람들은 예수의 말과 행동 속에서 보게 된, 하나님 앞에 사는 인간 실존의 구체적인 대의, 구체적인 비전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예수의 죽음은 '다른 사람을 대신하여' '우리를 위한' 죽음이라는 이해를 제공하기 때문에 순교자 전통이 여전히 중요하다. 순교자 전통에서 예수의 죽음은 철저히 그의 삶과 연관된다. 그리고 우리가 순교자처럼 살아내려고 할 때만 '우리를 위해' 우리를 대신한 것이 된다. 순교는 삶을 의미 있게 하는 것, 확신하고 있는 것에 전적으로 헌신하는 삶을 사는 것, 늘 이런 용기를 가로막는 크고 작은 다양한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사는 것에 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