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평화 옹호(애드보커시)활동 미국 뉴욕UN, 워싱턴 4

뉴욕 UN본부에 지금까지 서명지를 가지고 유엔 사무처로 향했습니다. 유엔 사무처에도 이렇게 서명용지를 박스에 담아서 입장했던 적이 거의 없었기에, 입장할 때부터 여러 절차 때문에 시간 생각보다 오래걸렸습니다. 탐지견까지 박스를 검사라고, 엑스레이까지 따로 통과하고나서야 겨우 들고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번 UN본부 방문이 처음이었습니다. 잠시 시간이 있어서 이곳저곳을 둘러보는데, 그때 마주친 게 역대 UN사무총장 걸게그림이었습니다. 거기에 반기문 선생님을 만났는데, 기분이 오묘했습니다. 한국에서 이렇게까지 대접을 못받을 사람이 아니었는데, 그분의 한국에서의 행보 등이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엔 사무총장을 만날 수는 없었습니다. 저희 팀이 방문한 그 시기가 유엔회의일정 빽빽한 기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유엔본부 근처, 맨하튼 거리마다 생각보다 UN출입증을 걸고 다니는 사람들을 자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유엔 정무평화국((UN Department of Political and Peacebuilding Affairs, UN DPPA)을 만났습니다. 정무평화국은 동북아시아의 문제가 관심이 많고, 주기적으로 북한 UN대표부와 여러 방식으로 면담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만나 서명을 전달하고, UN사무총장에게까지 전달할 것을 약속받았습니다. 또한 DPPA사무처가 바로 그 다음 날 북한과의 ZOOM(온라인) 미팅을 진행한다고 해서, 우리가 전달한 서명을 화면을 통해서라도 보여주기로 약속했습니다. 

DPPA와의 면담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세계의 인식과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시간은 생각보다 절망적이었습니다. 대부분 한반도의 문제를 한 마디로 ‘노답’ 상태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70년 동안 이어진 정전체제 자체가 확고하고, 이로 인해서 남북관계가 언제든지 화해 국면에서 바로 답보 상태로 놓여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진영에 따라 정권이 교체되면, 남북관계 정책이 180도 바뀌는 점도 외교관계에 있어서, 다른 대표부들을 당황스럽게 한다는 것입니다. 남북이 정말로 통일을 원하는지, 남북관계 개선을 원하지는 질문을 합니다. 이 ‘질문’도 그나마 동북아시아 문제에 관심있는 이들에게만 해당되는 문제이고, 세계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정전체제, 즉 휴전 중인지 모르는 이들이 더 많았습니다. 저희가 서명박스를 들고 UN사무처로 올라갈 때, 여러 사람들에게 질문을 받을 정도였습니다.

무엇보다 유엔 사무처는 남북한 대표부들의 적대적인 태도를 지적했습니다. 개선할 의지 없다는 것입니다. 남쪽은 남쪽대로 압박의 수위나, 북한 인권에 대한 지적을 끊임없이 해오고 있고, 북쪽은 여전히 걸어잡그면서, 대화에 나서지 않는 모습들이 주변 나라들을 더 답답하게 하고 있습니다. 캠페인 팀들은 대북 안보리 제재 등의 철회를 요구했고, 전향적으로 미국이 나서서 한반도 문제를 풀지 않으면, 자칫하다가는 전쟁이 벌어질 수 있음을 전했습니다. 북한 인권문제 또한 나라의 체제자체를 흔들고, 유지할 수 없는 방향으로 간다면, 북한은 더 대화에 나서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한미 군사연습이 너무나 위협적으로. 공격적으로, 도발적으로 진행되고 있기에 이를 멈춰야지만, 한반도의 평화의 물꼬가 열릴 수 있음을 전달했습니다. 현재에도 내년에도 역대급 훈련들이 계속 이어질 것이며, 전략자산 등이 한반도에 들어오는 등 대한민국 국민들은 군사적 긴장과 도발 충돌 우려에 불안함을 안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지만, DPPA의 돌아오는 응답들은 형식적으로 노력하겠다는 답만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환경’문제와 남북관계를 잘 엮어서 세계인들을 설득하는 방식도 고민하라고 했습니다. UN사무처의 방문은 다소 실망스러웠습니다. 이곳 뿐만 아니라, 여러 대표부들의 면담 자체가 이러한 분위기와 Talking Point들만 오갔습니다. 여전히 남북 스스로 이 오래된 문제를 풀지 않으면, 앞으로 10년 20년도 이와 같은 상황의 반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답이 정해져 있는 채팅프로그램을 대하는 것 같아 지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민간의 노력을 칭찬하는 자리도 있어서, 힘을 냈습니다. 캠페인 팀은 다음 날 워싱턴으로 이동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