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만남교회

laos.jpg
조회 수 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이긴 자들이 판치는 세상 2
<서울의 봄> 영화를 보고


그럼 이리 와서 앉아 자네 자리라고 생각하고(어깨를 잡으며)
자, 이제부터 자네는 나. 나는... 바로 자네고.

극심한 경쟁사회에서, 욕망이 투영된다. 욕망이 투영되면 투영될수록 모든 이들이 경쟁자이다. 동료의식보다는 경쟁자라는 관계 자체가 우리의 시스템에 이롭다. 박정희의 통치 방식이 그랬고, 하나회가 그랬고,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 전체가 그렇다. 일인자가 되려고 하는 그 욕망, 일인자가 되지 못한다면, 이긴 자가 판치는 세상에서 플레이어라도 되고 싶은 욕망, 더 나아가 이런 욕망을 누구보다 잘 표현하고 구현할 수 있다는 분신이라도 되고 싶은 욕망은 여전히 유효하고 먹힌다. 그래서 대한민국 절반의 대중들은 이긴 자들을 변호하고, 너무도 쉽게 지지한다. 그들이 내가 되고, 내가 바로 그들이 된다. 속아도 괜찮고, 거짓말해도 괜찮다. 이긴 자가 판치는 세상이면 된다. 그 외에는 관심이 없다. 

이긴 자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패배자가 되지 않기를 발버둥친다. 싸움에 응전했을 때, 승패가 나뉜다. 그럼에도 제일 좋은 것은 이기는 편에 줄을 서는 것이고, 이마저도 힘들면, 어느 편에도 들어가지 않고, 방관하면 된다. 방관은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보다 낫다. ‘나대는 것’보다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게 낫다. 극 중 졌잘싸 이태신은 최선을 다했다. 적어도 관객들은 이태신을 응원했을 터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긴 자들이 판치는 세상이고, 40년이 지나서야, 그들의 진심을 알아주었다. 그것도 가해자들의 사과가 아닌, 역사적 사실을 각색한 필름을 통해서 말이다. 아쉬운 일이다. 매번 이렇다. 4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40년 동안 이긴 자들이 잘 먹고 잘살고, 이미 때깔 좋은 죽음을 맞이했다. 이런 사회에서 누가 어떻게 정의를 위해, 평화를 위해, 공동체를 위해, 보편적 가치를 위해 헌신하고 싸우라고 할 수 있을까?

제군들, 여기까지다. 고생들 많았다. 너희들... 
대한민국에서 가장 무능한 사령관 모시느라 애들 썼다. 
사령관으로서 너희에게... 마지막 부탁 하나 하자. 
절대 날 따라오지 마라.

아이러니다. 전두광은 사람을 모으고, 욕망을 보여주고, 청사진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태신은 다르다. 따라오지 말라고 명령한다. 욕망이 가득한 곳에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이는 교회라고 다를 바 없다. 교단이라고 다를 바 없다. 시민단체라고 다를 바 없다. 적어도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한다. 예수님의 마지막 40일, 아니 마지막 일주일 생각한다. 그 길은 누구도 따라가지 않았다. 십자가 사건 이후 나중에 제자들이 예수의 길을 따라갔을 뿐이다. 
seoul.jpg
이태신은 철조망을 거치고 바리게이트를 하나씩 하나씩 넘는다. 그 길은 외로운 길이다.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외로운 길이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 우리는 바위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생물인 계란을 기억할 것이다. 이긴 자가 판치는 세상에 이것도 길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부셔져도, 깨져도 의미가 있음을 보여줬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이기는 자들만 사는 세상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네 교회는 이긴 자들만 이 세상에 대접받고, 하나님의 복을 받는다고 선포한다. 기복신앙은 개인 신앙생활의 노력에 따라, 헌신여부 따라 달라진다고 본다. 결국 이긴 자들의 이너서클에 들어가 자신의 잘남을 드러내는 것이 하나님을 영광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요한다. 모든 설교가 일률적이고 방점이 바로 ‘승리’이다. 하지만 우리는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이긴 자들이 오늘날 대한민국을 병들게 했다. 그리고 우울하게 만들었다. 

나는 너희가 너희의 선택으로 이 자리에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지금이라도 총을 내려놓길 바란다.

군대는 상관의 명령에 복종한다. 대부분의 병사는 자신의 소속이나 내편을 선택할 선택권조차 없었다. 그런데 이태신은 이들에게 선택할 기회가 있다고 말한다. 대한민국 사회도 무언의 압박처럼 젊은 세대들에게 선택할 권리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더 나아가 실패할 여유조차 그리고 기회조차 허락하지 않고 있다. 간부급이 아닌 이상 총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사실상 죽음을 의미했다. 그 대오에서 벗어나는 순간, 평생 괴롭힘으로 시달려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선택에 대한 후회는 덜 했을 것이리라. 자신의 선택을 자신이 존중하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는 각자의 선택 특히 선을 향한 선택은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이기는 방식, 이겨야 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고 빼앗고, 틀어쥐어야지만 오히려 존중받을 수 있다. 그리고 다 가져야지만, 이기는 것이다. 그렇게 2024년 오늘날도 이기는 자가 판을 치는 세상이다. 안타깝지만, 우리의 이태신은 오늘도 패배를 알면서 바리게이트를 하나씩 하나씩 넘을 것이다. 

45년 전 12.12, 45년 후 2024년, 어떠한 선택은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이긴 자들이 판치는 세상이다. 

야 도희철 일루와,
앞으로, 와 이스끼야, 총잡아!
니가 가기 싫으모.
내 심장에다가 팍 쏴 삐라. 쏘라고!!

이때 쐈어야 했을까? 이때밖에 없었던 것 같다. 
?

  1. 『DMZ의 역사, 한반도 정전체제와 비무장지대』를 읽고 (1)

    『DMZ의 역사, 한반도 정전체제와 비무장지대』를 읽고 (1) 시작하며 이 책은 한국전쟁 발발 1년이 지난 이후, 비무장지대를 유엔, 북·중이 여러 차례 논의하기 시작한 그때부터 오늘날까지의 비무장지대역사를 살펴본다. 비무장지대의 역사를 살펴보면, 자연...
    Date2024.04.20 By좋은만남 Views1
    Read More
  2. 이긴 자들이 판치는 세상 2 <서울의 봄> 영화를 보고

    이긴 자들이 판치는 세상 2 <서울의 봄> 영화를 보고 그럼 이리 와서 앉아 자네 자리라고 생각하고(어깨를 잡으며) 자, 이제부터 자네는 나. 나는... 바로 자네고. 극심한 경쟁사회에서, 욕망이 투영된다. 욕망이 투영되면 투영될수록 모든 이들이 경쟁자이다....
    Date2024.03.23 By좋은만남 Views3
    Read More
  3. 이긴 자들이 판치는 세상 1 <서울의 봄> 영화를 보고

    이긴 자들이 판치는 세상 1 <서울의 봄> 영화를 보고 “그 이왕이면 혁명이라는 멋진 단어를 쓰십쇼!” 2시간 20분 보는 내내 지겨웠다. 그리고 재미가 없었다. 그리고 불편했다. 당장이라도 영화관을 뛰쳐나가고 싶었다. 왜 <서울의 봄>에 열광하고, 2030대가 ...
    Date2024.02.24 By좋은만남 Views4
    Read More
  4. 한반도평화 옹호(애드보커시)활동 미국 뉴욕UN, 워싱턴 4

    한반도평화 옹호(애드보커시)활동 미국 뉴욕UN, 워싱턴 4 뉴욕 UN본부에 지금까지 서명지를 가지고 유엔 사무처로 향했습니다. 유엔 사무처에도 이렇게 서명용지를 박스에 담아서 입장했던 적이 거의 없었기에, 입장할 때부터 여러 절차 때문에 시간 생각보다 ...
    Date2024.01.27 By좋은만남 Views3
    Read More
  5. 한반도평화 옹호(애드보커시)활동 미국 뉴욕UN, 워싱턴 3

    한반도평화 옹호(애드보커시)활동 미국 뉴욕UN, 워싱턴 3 <한반도평화대행진>은 500명 이상 참석을 했고, 행진을 진행했습니다. 이 규모는 지금까지 진행했던 행사 중에서 제일 큰 규모였다고 합니다. 이 <한반도평화행진>은 2월부터 뉴욕 한인분들과 함께 준...
    Date2023.12.23 By좋은만남 Views1
    Read More
  6. 한반도평화 옹호(애드보커시)활동 미국 뉴욕UN, 워싱턴 2

    한반도평화 옹호(애드보커시)활동 미국 뉴욕UN, 워싱턴 2 활동팀의 주된 목표는 한반도평화를 실현하기 위해서, ‘종전촉구서명’를 전달하는 역할입니다. 옹호활동의 본격적인 활동은 9월 30일부터 미국 뉴욕에서 시작했습니다. 뉴욕에서 일정을 시작하는 이유...
    Date2023.11.18 By좋은만남 Views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Next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