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의 역사, 한반도 정전체제와 비무장지대』를 읽고 (1)

시작하며

이 책은 한국전쟁 발발 1년이 지난 이후, 비무장지대를 유엔, 북·중이 여러 차례 논의하기 시작한 그때부터 오늘날까지의 비무장지대역사를 살펴본다. 비무장지대의 역사를 살펴보면, 자연스레 정전협정, 비부장지대, 유엔군사령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세 단어는 ‘한반도 정전체제 존속의 핵심요소’이다. 아울러 저자는 “정전체제의 변화 가능성은 비무장지대, 또 이를 둘러싼 정전협정과 유엔사의 역사로부터 찾을 수”(21) 있다고 서장에서 밝히고 있다. 정전체제는 70년이 지난 만큼 끊임없이 변화했다. 이 변화는 남북관계의 변천이며, 갈등과 균열 그리고 역사의 맥락이기도 하다. 

정전체제가 한반도 군사안보 차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북한과 관련 주요국들의 관계가 다층적으로 쌓인 정치 구조의 문제라는 점에서, 훨씬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관계에 대한 접근 필요하다. (23쪽)

그동안 DMZ와 관련된 연구는 자연환경분야, ‘비무장지대의 정책적 활용에 관한 연구’, ‘비무장지대에서의 군사충돌’, ‘비무장지대를 규율하는 법체계와 유엔사의 관할권(jurisdiction) 문제’ 등 연구가 진행되었다. 이 책은 몇 가지 질문을 하고 있다. 

1. 어떻게 4km 폭의 완충지대로서의 비무장지대가 탄생하게 되었을까? (중략) 처음 아이디어를 낸 것은 누구일까? (29쪽)

2. 비무장지대의 무장화는 언제 어떻게 진행되었으며, 무장화가 가져온 영향은 무엇일까? (30쪽)

3. 비무장지대를 둘러싼 다양한 가치의 경험과 다층성에 대한 역사적 규명도 필요하다. (31쪽)

4. 비무장지대를 둘러싼 다양한 행위자들을 고려할 때 관련 문서들도 다양하게 수집, 분석되어야 한다. (32쪽)

다시 말해 “비무장지대는 남북한의 군사안보와 교류, 화해, 생태 등의 다양한 가치가 ‘경합’하는 공간이다.”(31) 그러나 우리의 상상력과 인식론의 한계를 규정짓는 역사적 산물이며, 고칫거리가 되었다. 즉 “비무장지대의 화해와 평화를 이야기할수록 비무장지대가 ‘냉전에 갇혀’ 있음을 인식하게”(41) 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우리는 70년 전 정전협정이라는 유리천장에 가로막혀서, 모든 관계들을 해석하고 있었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비무장지대는 남북의 군사 대치가 이루어지는 공간만이 아니다. 유엔사 규정에 따른 ‘작전지역’이며, 남과 북, 자유주의와 사회주의 간 체제 대립과 선전이 전시장이다. 자연생태의 회복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탐구하게 하는 공간이다. 끊임없이 ‘평화지대화’를 지향하고 꿈꾸지만, 한 걸음도 나아가기 어려운 공간이다. 비무장지대는 냉전의 온갖 양상과 비평화가 응축된 곳이다. (36-37쪽)

1. 한국전쟁, 그리고 비무장지대의 탄생

“38선은 지리적으로 한반도를 가르고 민족을 분단하는 선이자,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진영이 대립하는 경계선”(46)임을 으레 우리들은 당연한 공식처럼 받아들인다. 그런데 이렇게 받아들인지도 100년이 되지 않는다. 한국전쟁의 전면전은 서유럽에도 달갑지 않았다. 독일의 또 다른 버전이 되기는 것에 공감대가 있었다. 한국전쟁이 진행되면서, 중국군의 참전은 세계 3차 대전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어서 확전에 대한 우려 또한 계속 지니고 있었다. ‘한반도 비무장지대’라는 아이디어가 나온 것이 이 때(1950년 10월 1일 이후)였다. 중국군의 개입은 한반도의 상황을 예측불가로 만들었다. 

영국 내각은 한국(Korea)의 유럽에서의 전략적 가치를 낮게 평가하고 있었기에, 완충지대안이 미국과 중국의 강경 정책을 중재할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했다. 특히 완충지대안이 전략적 가치가 별로 없는 지역에 값비싼 대가를 치르는 군사 개입을 조기 종결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보았다. (49쪽)

이를 영국이 제안한다. “유럽에서는 완충지대, 중립지대, 비무장지대 등의 개념이 낯선 것이 아니었다.”(50) 그동안 쉼 없이 해오던 영토분쟁의 산물이거니와 “비무장대는 국경 갈등을 종결하고 이를 유지하는 방편으로 다루어지고 있”(52)으며, 서유럽 국가들에게는 익숙한 방식, 제안이었다. 

영국 외무부가 생각한 구체적인 해법의 내용은 이러했다. 첫째, 유엔의 결의안 방식을 택한다. 둘째, 모든 외국 군대와 전투원이 철수하는 비무장지대를 구축한다. (중략) 셋째, 비무장지대는 한국전체가 통일되기 전까지 일시적으로 설정한다. 셋째, 비무장지대는 유엔 기구가 책임을 맡으며, 중국과 적절한 제휴를 한다. 넷째, 잔류한 북한 정부와 군이 유엔 기국 산하에 임시 관리청의 형태로 참여한다. (5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