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와 아픔 그리고 트라우마
아픔의 역사라는 것, 그 자체로 한이 깃들어 있다는 소리입니다. 전쟁은 많은 것을 앗아가고, 남은 자들에게는 트라우마를 안깁니다. 그 트라우마를 평생 안고 살아간다는 것은,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전쟁의 가해자가 바로 옆에 산다면, 그 징후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입니다. 몸부림치고 몸서리치고 자지러진다 해도, 극복하기가 여간 쉽지 않을 것입니다.
<카카즈타카다이 공원>에 올라가 오키나와 시 전경을 보는 순간, 잊을 수 없는 풍경은 바로 활주로, <후텐마기지>가 눈을 사로잡고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습니다. 활주로 바로 옆에 민간들, 그리고 버젓이 일상생활을 하고 있는 주민들, 이 낯선 풍경이 바로 지금 동북아시아의 현주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Neverending 전쟁, 전쟁으로 인해 아픔을 겪었지만, 전쟁준비로 인해 여전히 오키나와는 세계 2차 대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70년 동안 아직도 전쟁의 긴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반도와 그 모습이 겹쳐있었습니다. 한순간도 전쟁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낯선 풍경도 잠시 전망대에서 내려와 바로 옆을 보면, 바로 한국인 위령탑이 서 있습니다. 이 위령탑은 오키나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들의 넋을 기리고 있지만, 정작 한은 풀어주지 못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한은 한국인뿐만 아니라, 오키나와 섬주민들 그리고 일본인들의 넋도 풀리지 않은 채 여전히 본토의 제국주의의 야망에 짓밟히고 있습니다.
오키나와의 그림자는 제주의 그림자와 겹쳐보입니다. 제주 4.3으로 촉발된 민간인 속개작전을 피해서 제주주민들은 오름으로 산으로, 동굴로 피신했었다. 오키나와도 미군의 공세를 피해서 가마(동굴)로 숨어들었다. 대표적인 동굴이 <아부치리가마>입니다. 제주와 다른 것은 주민들이 포함되었지만, 대부분 일본군인들이 동굴을 진지삼아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 당시 전쟁의 참상을 상세히 보여주는 동굴입니다. 끔직한 사실은 거기에 있던 주민들은 스파이 혐의를 받은 이들이었고, 사살되었습니다. 이보다 더한 참상은 <도카시키 섬>에서는 주민들의 집단자결 현장이었습니다. 집단자결이유는 보다 단순했습니다. 본토 일본군이 미군에 대해서 호도하고, 가짜뉴스를 퍼뜨렸기 때문입니다. 곧 주민들을 포로로 잡으면, 여성들을 성폭행과 강간을 하고 노예로 부린다는 가짜뉴스였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집단자결은 광범위하게 이뤄졌습니다. 이 가짜뉴스는 현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사람들의 눈을 가립니다. 이 집단자결이 참혹했던 이유는 가마(동굴)에 갇혔던 수 만 명의 주민들이 서로를 죽이는 참혹한 현장이었다는 것입니다. 오키나와는 그런 의미에서 참혹 그 자체였습니다. 그 현장도 곳곳에 있었습니다.
전쟁은 본디, 많은 민간인들의 희생을 불러오고, 그 중심에는 여성과 어린이들이 있습니다. 전쟁의 아무런 연관이 없는 이들이 전쟁으로 인해 희생당합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또한 그렇고, 한반도에서 이러한 전쟁이 안 일어나라는 법도 없습니다. 생각만해도 끔찍합니다. 전쟁은 파멸입니다. 누구하나 이득을 볼 수 없습니다. 우리는 70년 전 한국전쟁으로 이미 경험을 했습니다. 다시 한 번 비극적인 일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오키나와는 한반도의 축소판이었습니다. 오키나와의 평화가 온다면, 한반도에도 평화가 곧 오리라는 생각을 하게 된 기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