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만남교회

조회 수 3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제8화 우연히 호텔리어가 되다.(1)

인생은 참 기묘하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을 만나고 생각지도 못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대학을 휴학하고 나는 나를 개발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동안 내가 가진 것이라고는 나에게 별 쓸데없던 요리사 자격증뿐이었다. 그나마 그것이라도 있어서 굶지 않고 살겠다는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가만히 인생을 허비할 수 없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다가 자격증이라도 따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존재의 유무도 확인하기 어려운 당시 기본으로 가지고 있어야 하는 자격증들이 있는데 그 중 ‘워드프로세서 1급 자격증’(쉽게 말해 한글 문서 작성을 위한 자격증이다)이었다. 초등학생도 딴다는 그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 조금 두꺼웠지만 꼭 취득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책 하나 사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누구나 가지고 있다고 결코 쉬운 것은 아닌 듯하다. 외울 것이 많았다.

공허했던 나에게 뭔가 구심점이 필요했었다. 나는 규칙적으로 생활을 하기로 마음먹고 집에서 조금 거리가 있는 서대문역 부근에 있는 4.19 도서관에서 매일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오후에는 종로에 있는 영어학원까지 걸어가서 수업을 듣고 다시 도서관으로 와서 오후 5시까지 공부를 하는 규칙을 가지고 6개월 정도의 시간을 보내며 나의 공허했던 마음을 달랬다. 열심히 공부한 덕분에 자격증도 따고 영어도 어느 정도 늘어가고 있었다. 

어느 날, 교회에서 같이 성장했던 친구가 날 찾아왔다. 그 친구는 ‘신의 아들’이라고 불리는 위대한 인간이다. 군대를 면제받고 다른 친구들보다 빠르게 사회생활을 하는 친구였다. 그 친구는 대학에서 전기과를 전공했기에 건물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 친구의 근무 장소가 서대문에 있는 ‘바비엥’이라는 외국인 전용 레지던스의 시설과였다. 그 친구는 나에게 자신이 일하는 호텔에서 일할 사람이 필요하다며 나에게 일을 하지 않겠냐고 권유를 하였다. 나는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일을 하겠다고 응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뭐 익숙한 일이었다. 호텔 보안요원이었다. 보안요원으로 일하기에 이력이 나쁘지 않은 나였기에 면접을 보자마자 출근을 강요당했다. 

내 인생에 호텔에서 일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었다. 아니 호텔이라는 곳에서 잠을 자본 적도 없었다. 그냥 나와는 다른 세계라고 생각했다. 그런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뭔가 나와는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었다. 뭔가 나와는 맞지 않는 옷이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 일로 인해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나는 20대 중반을 보내고 오랜 시간 연을 맺고 호텔과 관련된 일을 하게 되었다.
 
당시 호텔을 오픈하고 얼마 되지 않아 많은 것이 혼란스럽고 여러 규칙을 만들어가는 시기였다. 직무에도 여러 가지 혼란이 있었다. 보안요원을 하라는 건지 벨보이를 하라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야간 근무에는 보안을 서고 낮에는 손님들 오면 문 열어주고 짐 날라주는 일을 했다. 은행에서 일하면서 몸에 밴 일이기에 어렵지 않게 이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이런 일은 벨보이들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내 짧은 인생 중에 가장 재미있게 일했던 시기가 이 시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많은 사람을 만났고, 또 연을 맺고 지금까지도 관계하며 살아가는 분들도 계신다. 당시 나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지금 그분은 송파구에서 작은 교회의 담임을 하고 있다. 정말 특이한 형님인데 그 형님이 가끔 나에게 자신의 교회 와서 성만찬도 집례하게 하고 두둑하게 헌금을 챙겨주기도 한다.

나는 호텔에서 일하면서 참으로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부채로 인해 삶의 끝자락에서 오늘내일 하는 분도 만났고, 목사가 되기 싫어 이리저리 도망 다니는 분도 만났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어머니들도 만났으며, 집이 부도가 나서 오갈 데 없이 살아가는 사람 등등 나를 비롯해 인생의 바닥에서 허우적거리는 많은 사람을 만났다. 모두가 다 삶의 의미를 찾고자 고단한 하루를 힘겹게 이겨가고 있었다. 요즘 마음에 깊이 다가오는 글이 있어 소개해 볼까 한다.


jtbc 드라마 "눈의 부시게" 中 -김혜자-
20210418-02.jpg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
해 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것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

  1. 제6화 기회와 포기 그리고 시작(1)

    제6화 기회와 포기 그리고 시작(1) 열심히 사는 삶에서 늘 기회가 오고 기회가 간다. 조금 살아보니 옛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이 다 틀린 말씀은 아니란 사실을 몸소 체험하게 된다. 열심히 사는 사람에게 기회는 늘 주어진다는 말! 무한 긍정을 함유한 문장은 ...
    Date2021.02.04 By좋은만남 Views21
    Read More
  2. 제6화 기회와 포기 그리고 시작(2)

    그렇게 나는 열심히 일을 했지만 그것이 최종의 목표가 아니기에 나는 저녁에는 학원에서 공부를 했고, 낮에는 일을 했다. 입시철이 되고 나는 수능을 준비하며 일을 했다. 이제 일을 그만두고 대학에 다녀야겠다고 다짐을 하고 나는 대학 입학 전까지만 일하...
    Date2021.02.06 By좋은만남 Views24
    Read More
  3. 제7화 희생의 가치를 배운 시절(1)

    제7화 희생의 가치를 배운 시절(1) 나는 스물네 살 되던 해 처음 신학대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었다. 재수에 삼수, 그리고 군대! 이렇게 다른 친구들과 시간적 거리가 생기게 되었다. 나이가 어느 정도 들어서는 몇 년 정도의 차이는 의미가 없을지 모르겠지만 ...
    Date2021.03.06 By좋은만남 Views27
    Read More
  4. 제7화 희생의 가치를 배운 시절(2)

    제7화 희생의 가치를 배운 시절(2) 한 가지 깨달은 것은 에어컨 설치기사는 정말 더운 곳만 찾아다닌다는 것이다. 에어컨이 고장이 났거나, 더워서 참을 수 없는 곳에 가서 설치를 하거나 수리를 해야 하는 것이다. 정말 죽을 것 같이 힘들었던 날이 기억이 난...
    Date2021.03.27 By좋은만남 Views26
    Read More
  5. 제8화 우연히 호텔리어가 되다.(1)

    제8화 우연히 호텔리어가 되다.(1) 인생은 참 기묘하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을 만나고 생각지도 못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대학을 휴학하고 나는 나를 개발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동안 내가 가진 것이라고는 나에게 별 쓸데없던 요리사 자격증뿐이었다. 그나...
    Date2021.04.17 By좋은만남 Views33
    Read More
  6. 제8화 우연히 호텔리어가 되다.(2)

    제8화 우연히 호텔리어가 되다.(2) 이렇게 나는 호텔에서도 잘 적응하며 사회생활을 하게 되었다. 호텔이라는 곳이 참 다양한 일들이 있다. 처음 내가 시작했던 보안요원이나, 벨보이, 하우스키핑, 메이드, 카운터, 지배인, F&B, 등등 다양하다. 신기하게 ...
    Date2021.05.08 By좋은만남 Views26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Nex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