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바닥에서 시작된 사역(2)

많은 사람이 인생을 바닥 친다고 하는데 나는 이제 지하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게 됐다. 바닥도 땅 위에서 쳐야 하는데 땅 밑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물론 지하에서 일하고 계신 분들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그 당시 심정이 그랬다. 그러나 나는 이 일로 인해 나의 기술력을 한 층 더 끌어올리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 예를 들어 갑자기 전깃불이 나가거나 오작동이 일어날 때 급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원인을 찾는 것에 집중하게 되고, 원인을 발견하면 해결책에 대해서 다양한 방법을 생각하게 되었다. 여기서 얻은 교훈은 무엇이든 해결할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요즘 코로나19로 인해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이 많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돈 버는 사람은 돈을 번다. 똑같은 사업장 혹은 직장인데도 누구는 잘되고 누구는? 아니! 대다수는 힘들어 포기하는 이때 우리에게 방법은 분명히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그것을 잘 찾으면 서두르지 않아도 해결할 방법이 마련되게 된다. 짧은 인생이지만 알 수 있었던 사실은 오르막의 시간과 내리막의 시간이 분명히 존재하고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인생에 가속이 붙기도 하고 정체되기도 한다. 방법이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방법만을 찾기 때문이다. 가끔은 방법보단 결과를 보고 방법을 맞춰 가는 것을 추천한다. 방법만을 찾는다면 시간과 다투게 된다. 

그러나 결과를 보고 방법을 결과에 맞출 때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 쉽게 말해 목적 중심적인 삶이 간혹 필요할 때가 있다는 말이다. 우리의 능력에 한계가 있음을 자신은 잘 알 것이다. 그러나 나의 능력보다 더 큰 나의 자리를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가끔은 착각을 하고 자신의 능력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의 삶을 하나님이 이끄신다는 전제를 두고 있다면 우리는 이것을 우연이라고 말하기보다는 은혜라고 표현한다. 이처럼 우리의 목적 가운데 하나님이 계신다면 우리에게 방법은 하나님을 향해 가고 있고 현재 처해 있는 모든 상황 가운데 은혜가 주어진다. 이 은혜는 나의 한계를 넘는 또 다른 나를 만들어낸다. 목적이 방법을 이끌게 되는 것이다. 풀리지 않는 상황 속에 위로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의 인생의 목적을 하나님께 두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겪고 있는 시련의 시간을 넘어설 수 있게 만든다.

20대 후반의 나의 인생도 그러했다. 뭔가 나사가 잘 못 들어가 있는 것처럼 살던 나는 다시 한번 삶에 대한 의욕을 갖게 되었다. 방황의 시간이 끝나고 나는 나 스스로 혹독하게 대했다. 자해라고 할 정도로 일을 했다. 이상하게도 제일 힘든 상황 속에서 나는 잡초처럼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항상 그러했듯이 바닥에 있을 때 디딜 힘이 생겼다. 방전되었던 삶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나는 1년 뒤에 다시 땅 위로 올라오게 되었다. 그렇게 올라온 곳도 바닥이었다. 진정 바닥이었다. 이 말의 뜻은 곧 설명하도록 하겠다. 

그렇게 나는 다시 사역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드디어 지금 속해 있는 감리교회에서 전도사 생활을 시작했다. 일산서구에 있는 교회였는데 사역은 뭐 그럭저럭 다들 하는 만큼 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어렸다는 생각이 든다. 그 당시 만났던 청소년들은 참 오랜 시간 동안 관계를 맺고 가끔 만나기도 했었다. 그렇게 사역을 하면서 나는 일을 한 가지 하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청소였다.

청소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고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큰 착각이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내 인생에 제일 힘든 경험이 군대라고 생각했는데 이 일 앞에서는 군대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는 지인을 통해 청소 일을 시작했다. 일반적인 청소는 아니고 대리석 광을 내기도 하고 대형 마트 바닥에 왁스를 칠하거나 사무실, 호텔 등 로비에 대리석 광(光)을 내는 것을 했다. 이 일은 기계를 잘 다뤄야 하는데 2~3개월 손걸레로 바닥만 닦다가 겨우 기계를 잡게 해 줬다. 돌돌이라고 하는 기계인데,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이 일을 설명하자면 간단하다. 우선 이 일은 낮에는 할 수 없다. 모두가 퇴근한 후에 들어서 모든 집기류에 오물이 튀지 않게 다 정리하고 비닐도 덮고 해서 바닥 청소를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든다. 대략 1~2시간쯤 소요된다. 무조건 새벽에 일을 마무리해야 하므로 쉴 틈 없이 일한다. 먼저 기존의 광을 벗겨내고, 다시 약품으로 광을 낸다. 또는 기존에 왁스를 걷어 낸다. 이 작업을 박리 작업이라고 하는데 세제와 온 수를 이용해 불린 다음 기계를 이용해 박리를 시키고 다음은 광을 내는 작업을 하고 정리하고 철수하면 되는 일이다. 

나는 이 일을 하면서 처음으로 3일 동안 잠을 안 자고 일을 해본 경험을 해보게 되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을 했다. 이 일 중에 제일 힘든 일은 호텔 복도 카펫 청소였다. 무심코 지나던 고급 호텔의 복도, 푹신하고 왠지 대접받는 느낌이 들게 하는 그런 카펫은 정말 나에게 지옥을 맛보게 했다. 우선 작업하는 복도가 시원하지 않았다. 온수를 이용해 때를 불리기 때문에 우선 덥다. 이 일은 낮에만 하는 일이었다. 낮에는 카펫 청소 밤에는 대리석 광내기로 쉴 새 없이 청소해야 했다. 가끔은 주차장도 청소했다.

나는 이 일도 열정적으로 했다. 본사에서 특수팀을 만들어 다른 작업장에 파견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전국에 분포된 이랜드 계열의 업체는 대부분 다 가본 것 같다. 어쨌든 나는 이 일을 하면서 드디어 지하에서 바닥으로 올라왔고 그 바닥은 정말이지 너무 힘든 삶이었다. 나의 경험을 소개할 때 나는 바닥까지 경험했다고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제일 힘든 시기에 제일 힘든 일을 했었다. 나는 이렇게 더욱 강인해졌다. 

인생의 바닥을 경험해 본 사람은 더 이상 두려움이 없다.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더러운 것에 대한 두려움도 없다. 지금도 집에서 하수구를 아무렇지 않게 청소한다. 나의 삶에 있어서 이 시절 경험은 편견을 없이 살게 하는 성장을 가져왔다. 우리는 되도록 힘들지 않은 일을 하길 원한다. 그리고 쉬운 길을 늘 찾는다. 그러나 가끔은 어렵고 힘든 일들을 찾아서 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시간이 지난 뒤에 삶의 경험에 내용을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사역과 함께 나는 일을 하느라 늘 피곤했다. 밤새 일을 하고 겨우 설교를 준비하여 교회에 가면 병든 닭처럼 꾸뻑꾸뻑 조는 일이 많았다. 설교를 하면서 졸아본 경험도 있다. 설교하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 정리가 안 될 때도 간혹 있었다. 이렇게 사역도 전념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돈을 많이 벌지도 못하고 진퇴양난의 삶이 계속되어가던 그때쯤 나는 새로운 각오로 대학원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