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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사랑 그리고 결혼(1)


그해 겨울 역대급으로 눈이 내렸다. 나는 경기도 양평에 있는 용문산 자락의 골짜기 옆에 자리 잡고 있던 요양병원 사회복지사로 취업을 했다. 지인이 있었기에 취업이 수월했다. 이러한 결정은 대학원을 다니며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앞서 좋지 못한 일들이 전화위복이 되었다. 학부 때 조금씩 준비해 놓은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큰 도움이 되었다. 

남양주에서 교회에 실망한 나는 사역을 뒤로하고 일을 하기 시작했다. 사회복지사로 근무를 하면서 행정업무에 대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취업한 곳은 요양병원과 요양원을 함께 운영하는 곳이었기에 업무가 많았다. 당시에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문서도 정형화되지 않았기에 많은 서류를 만들어 내야 했다. 그래서 열심히 문서도 만들고 어르신들을 만났다.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사업주가 기독교인이었기에 나는 화요일마다 예배를 인도하기도 하였다. 이곳에서 나는 지금에 목회에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어르신들과의 만남은 나에게 큰 성장을 이끌어 주었다. 

병원에서는 나에게 숙소로 사용하라고 컨테이너를 마련해 주었다. 큰 배려였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책상과 책장도 샀다. 그리고 벽지를 사서 어설프게 도배도 하였다. 나만의 공간이었다. 그러나 겨울에는 퇴근하고 돌아오면 물병이 얼어 있었고 여름에는 햇빛에 달궈져 뜨거웠다. 너무 뜨거워서 한참 문을 열어 놓고 더위가 빠져나가기를 기다렸다 들어가야 했다. 그래도 그 컨테이너 숙소는 나에게 아늑한 쉼의 공간이었다. 산골짜기라 밤이 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당시 나에게 처해 있던 삶의 상황과도 같았다. 목회의 길을 걷겠다고 다짐하고는 결국 다른 길을 가고 있는 나 자신에게 합리화하며 때를 기다리라고 설득하고 있었다. 

처음 경험해 보는 사회복지사 일이 적성에 잘 맞았다. 그래서 양평군 요양복지시설 협의체에도 참여하여 활동하다 보니 임원이 되기도 하였다. 즐겁고 재미있었다. 지역을 위해 일하는 것이 나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고 처음을 내가 하는 일에 만족함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는 그렇게 지역과 요양원 그리고 대학원을 다니며 열심히 살았다. 그래도 산골짜기의 작은 컨테이너 안에 있으면 너무 외로웠다. 외로움은 쉽사리 적응되지 않았다. 

외로움이라는 고통은 다른 고통과는 격이 다른 고통이다. 누구나 외로움을 느껴봤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외로움은 익숙하거나 적응하기 쉽지 않다. 가슴속 깊은 곳을 꼬챙이로 헤집는 것과 같은 고통이랄까? 나는 군대 있을 때 다음으로 너무 힘든 외로움의 고통을 느꼈었다. 주변에 사람이 있어도 외롭다. 외롭다는 것은 혼자이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이 아니다. 외로움은 꿈이 없고 미래가 없다고 느낄 때 생기는 감정이 아닐까? 내일도 오늘과 같고, 현재가 계속될 것 같을 때 생기는 감정이 아닐까? 오늘은 혼자라도 괜찮겠지만 내일에도 혼자라면 슬플 것 같은 마음~!! 외로움은 정말 치명적인 고통이다. 그렇듯 외로움은 우리의 외면이 아닌 내면에서 예측되는 소외로부터 일어난다. 혹 우리는 외로움에 대한 두려움 속에 사는 것은 아닐까? 나는 그렇게 밤이 깊을수록 외로움도 깊어갔다. 

그렇게 외롭던 어느 날 나는 오늘의 삶에서 변화된 미래를 위해 한 발 더 내딛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결혼을 하기로 결심하였다. 다른 사람들처럼? 서로 좋아서 어찌할 바를 몰라, 늘 함께 있고 싶어서 결혼을 결심했다면 좋았을 것을…. 나는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결혼을 택했다. 오늘이 아닌 미래를 살기 위해 나는 결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결혼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기에 상대방을 찾아야 했고, 상대방에게 결혼을 결심할 수 있을 만큼의 매력과 결혼이 주는 유익을 관철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지금의 아내가 이 글을 읽으면 조금은 서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1년을 넘게 글을 써서 올렸지만, 나의 연애사에 대해서는 언급한 적이 없는데 지금의 아내를 만나기까지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아내는 나와 동갑내기로 조용하고 차분한 사람이었다.(과거형^^) 아내를 처음 만난 것은 군대를 다녀와서 어찌할 바를 몰라 방황하던 시기였다. 대학진학을 위해 잠시 교회를 옮겨야 했다. 충정로역 부근에 있는 큰 성결교회였는데 아내는 그 교회의 사찰집사님 딸이었고 나와는 동갑이었으므로 청년회 모임을 가면 늘 같은 무리에 속하게 되었다. 

당시 나는 대학을 준비하며 북가좌동에 있는 은행에 다닐 때였고, 아내는 옆 동네인 신사동의 어느 유치원 교사로 일하고 있었다. 그래서 가끔 만날 수 있게 되었고, 퇴근 후에 함께 식사도 몇 번 하게 되었다. 일부러 퇴근 시간을 맞춰 함께 만나기도 하면서 썸을 타기 시작했다. 지금은 버스 번호가 다 바뀌었지만, 당시 143번 버스가 신촌을 지나서 충정로 앞으로 해서 상도동으로 가는 버스가 있었는데 아내와 나는 가끔 버스에서 만나 많은 대화를 하며 썸도 타고 버스도 탔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서 어느덧 11월이 되었을 때 초겨울의 날씨는 서로를 더욱 가깝게 했다. 요즘은 사회 분위기가 많이 수그러졌는데 당시에는 발렌타인데이이니 화이트데이니 하는 이벤트뿐 아니라 별의별 날들이 난무하던 시기였다. 찹쌀떡데이, 블렉데이 등등 한 달에 한 번꼴로 등골 빼는 날들이 유행하던 시기였다. 11월 11일은 일명 빼빼로데이였다. 당시에는 빼빼로가 이벤트 상품화되기 전의 일이었다. 나는 그날을 분명하고 명확하게 기억한다. 

그날도 그녀(아내)와 만나기로 하고 퇴근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은행 정산이 맞지 않아 금고에 있는 돈을 모두 꺼내 다시 작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그녀는 일을 먼저 끝내고 내가 일하는 곳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직원들은 그런 나의 상황을 알 수 없었고 계속 일거리를 줬다. 결국 퇴근 시간보다 2시간이 지나서야 나는 퇴근을 했고 그녀는 밖에서 2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그 미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퇴근하며 한쪽 주머니에는 내게 고생했다며 챙겨준 박카스 한 병과 점심때 슈퍼에 들러 사두었던 빼빼로 한 각을 들고 미안함에 분주하게 밖으로 나왔다. 

기다리다 지친 그녀와 나를 집으로 데려다줄 143번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 맨 뒤에서 한 칸 앞자리에 나란히 앉아 나는 주머니 속에 있던 박카스와 빼빼로를 주었다. 그녀 또한 내가 준비한 빼빼로와 같은 빼빼로를 준비했고, 우리는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해 서로가 통한다는 명분을 만들며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했다. 버스 뒷좌석에서 함께 빼빼로를 먹으며 우리는 '오늘부터 1일'을 선언하고 사귀기로 하였었다. 그렇게 그녀를 만나고 우리의 사랑은 깊어져 갔다. 그렇게 2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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