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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신호(1)


결혼은 나에게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인도하였다. 아내는 대학에 다니고 있었고, 나는 사회복지사로 직장을 다니며 신학대학원에 다니고 있었다. 아내도 나도 학업을 진행 중이었고 아내는 방학이 되면 어린이집 보조교사로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아직 미성숙한 신혼 생활은 늘 궁핍했다. 늘 부족했지만, 너무 많은 것을 누리며 살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티격태격 싸우다가도 흩어졌던 감정이 늘 제자리로 돌아오던 그 시절 아내는 늘 내 편이 되어 주었다. 내가 무엇을 한다고 하면 응원하고 격려해 주었다. 혼자가 아니기에 난 또 다른 시작을 할 수 있었다. 아내는 늘 묵묵히 나와 함께 해 주었다. 

그렇게 신혼 생활을 하던 중 나에게 큰 심경의 변화를 겪게 된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신혼집을 마련하여 살면서 나는 경기도 양평에 있는 요양원으로 매일 2~3시간 걸려 출근을 했었다. 이른 새벽 중앙선 첫차를 타고 용문역에 내려서 세워놓은 차를 타고 또 30여 분 산골짜기로 들어가야 했다. 늘 잠이 부족했다. 그러던 1월 어느 날 밤새 눈이 내렸다. 그날도 어김없이 나는 이른 새벽 전철을 타고 출근했다. 밤새 내린 눈 때문에 역 앞에 있는 주차장에 세워놓은 자동차는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시린 손을 비비며 소복이 쌓인 눈을 겨우 앞이 보일 정도만 치우고는 매일 다니던 그 길을 조심조심 달리기 시작했다. 

10여 분을 달리고 나니 차창 앞에 쌓였던 눈도 녹고 운전에 자신이 붙기 시작했다. 조금 더 빨리 달려도 될 것 같았다. 앞에 파란색 용달차가 보였고 나는 그것을 따라잡기 위해 속도를 더 내고 있었다. 눈길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나는 앞차를 추월하려고 액셀러레이터를 힘껏 밟았다. 그런데 앞 차가 갑자기 정지하였고 그 순간 나는 나의 육감이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하게 되었다.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속도는 줄지 않았다. 차는 미끄러져 나가기 시작했다. 앞차를 피해 핸들을 꺾었고 겨우 앞차를 피했지만 차는 미끄러져 계속 나아갔다. 순간적으로 많은 생각이 스쳐 간다. 사람들이 큰 사고 나기 직전에 영화 필름처럼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난다는 말은 분명 사실이다. 얘기로만 듣던 그 순간이 나에게 닥쳤고 나는 많은 생각이 났다. 끝인가?, 이제 결혼도 하고 살아보려고 애를 쓰는데 너무 억울했다. 정녕 나에게는 빛이란 없는 것인가? 항상 어둡고 힘든 삶만 있었던 것인가? 그렇게 모든 것이 하얗게 변해 버렸다. 그리고 ‘쿵’하는 소리와 함께 잠시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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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얼마가 지났는지 모르겠는데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몇 명의 사람이 찌그러진 문을 열려고 애를 쓰는 것 같았다. 그렇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차의 앞 유리가 다 깨져 있었고, 문이 열리지 않을 정도로 차는 파손되어 있었다. 겨우겨우 차량 밖으로 나왔다. 뭔가 몸이 떠 있는 느낌이랄까? 정신이 없었고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병원으로 옮겨졌다. 차는 폐차 수준으로 망가져 있었다. 그렇게 나는 병원 생활을 3주 정도 하고 퇴원을 했다. 

내 인생에 딱 2번 죽을 고비를 넘겼는데 첫 번째는 중학교 1학년 때 얼음 위를 걷다가 빠져서 나오지 못했던 때였고, 두 번째는 바로 이 차 사고였다. 어려서 물에 빠져 죽을 뻔한 그때는 한참을 잠을 못 잤다. 트라우마가 컸던 것 같은데 몇 달을 잠을 못 잤던 것이 기억난다. 이 차 사고도 트라우마가 오래 남았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오랜 시간 죽음에 대한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이 사고는 삶에 간증으로 남았다. 
이일은 나의 심경의 변화를 가져왔다. 삶과 죽음 그리고 나에게 품으신 하나님의 뜻을 고민하게 되었고 나를 살리신 이유에 대해 나는 곱씹으며 이유를 찾고자 노력했다. 내가 무엇이기에 나를 살리셨는지 내가 살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계속해서 답을 찾고자 지금도 살고 있고 그 뜻의 인도함을 따라 오늘 하루도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나는 이제부터는 내 인생이 내 것이 아님을 고백하며 살게 되었다. 이 일이 있고 난 뒤 나는 아내에게 사역을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말했고 아내는 나의 의견을 존중해 주었다. 요양원 사회복지사를 그만두고 나와 아내는 몇몇 목사님과 상담을 한 뒤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감리교회에 전임전도사로 부임하게 되었고 지역아동센터도 맡아서 운영하게 되었다. 어르신들만 돌보던 나에게 아동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주일은 교회사역을 하고 평일에는 아동센터 센터장으로 일을 하고 저녁에는 양평으로 대학원을 다녀야 했다. 하루하루가 쉴 틈 없이 지나갔다. 쉬는 날 없이 일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땐 힘이 넘쳤던 것 같다. 밤새 일을 하고 공부도 하고 일을 해도 힘이 넘쳤다. 살아야 할 이유가 있기에 열심히 살았다. 이 시절 나에게 많은 경험을 하게 했다. 사회복지 행정업무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의 교회의 책임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었고 또 지금의 나의 사역의 밑거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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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이 어려운 아이들을 돌보고 그들과 함께 뒹굴고 뛰어놀고 가난해서 누리지 못했던 것을 찾아 아이들에게 경험하게 해 주는 일을 했다. 부모의 가난이 아이들에게 차별적인 삶을 주는 것은 사회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라는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그 책임을 함께 지고 갈 때 건강한 사회 공동체가 형성된다. 그렇다면 사회 속에서 교회의 역할은 무엇일까? 교회에 나와야만 혜택을 누리는 그런 교회에는 진정한 복음이 없는 교회가 아닌가? 내가 어려서 교회에 간 이유는 예배드리러 간 것이 아니었다. 교회에 가면 간식도 주고 공부를 잘하거나 못하거나 말썽을 부리거나 얌전하거나 말을 잘 듣거나 까불거나 늘 반겨 주었고 안아주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차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고 친절했기 때문이었다. 조금 더 확대해서 생각해 보면 교회의 역할은 수용함에 있고, 사회에서의 책임은 어려운 사람들을 돌아보고, 그들에게 친절하게 나가야 한다. 또한 사회와 분리가 아니라 융화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더 나아가 손을 잡아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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