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만남교회

2022.01.22 13:52

제14화 선택(1)

조회 수 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제14화 선택(1)



유명한 말 중에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말이 있다. 현상을 보는 관점이나 세계관처럼 거시적 관점을 말할 때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다. 특히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늘 기독교를 바라볼 때 이러한 관점으로 보려고 노력한다. 이를 통해 흐름을 읽는 것은 모든 분야에 있어 새로운 통찰력을 주기 때문에 꼭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우리 개인의 삶을 볼 때도 간혹 이러한 거시적 관점이 필요하다. 나의 삶을 되뇌며 계속 써 내려가는 글들을 보면서 잊고 살았던 삶의 중심을 엿볼 수 있었고,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인생 전반부의 기록을 보니 모든 인생이 그렇듯 희로애락이 혼재했던 것 같다. 뭔가 특별한 것 같지만 누구나 겪고 있는 삶이 아니겠는가? 가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혼탁하고, 힘들 때 조금 더 높이 올라 멀리 봤으면 좋겠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삶은 마치 끝이 없는 미로를 헤매고 있는 삶과 같이 느껴진다. 인생은 늘 끊임없이 길을 선택을 해야 하고 그 선택에 있어 주저할 때가 있다. 


나의 삶에 있어서 인생을 좌우할 만한 몇 번의 선택이 있었다. 고등학교 진학과, 군대, 대학, 결혼 등. 사람들의 공통된 부분일 것이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이 있는데 선택할 수 없는 영역은 믿음의 부분이고, 영적인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예를 들어 자녀를 낳겠다고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성별에 대한 선택을 우리는 할 수 없다. 주어지는 대로 갖게 된다. 물론 나쁜 마음을 먹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우리는 그 선택권을 부여받지 않았을뿐더러 우리의 영역으로 여기지도 않는다. 이뿐 아니라 아무리 좋은 것 먹고, 부귀영화가 있더라도 우리는 영원할 수 없고, 삶과 죽음의 문제 앞에 우리는 그 선택권을 가질 수 없다. 물론 요즘 공론화되고 있는 생명윤리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것은 삶과 죽음의 문제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이다. 죽음을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정해진 죽음에 접근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우리는 우리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갖게 된다. 이러한 책임에 우리는 믿음을 더해야 한다. 이것을 우리는 소망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요행이나 기적, 우연이 아닌 우리가 책임을 다하는 믿음이다. 우리는 선택의 영역과 믿음의 영역이 함께할 때 더 긍정적인 삶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이러한 거시적 관점에서 하나님은 나에게 늘 결과물보다는 과정을 주셨다. 돈을 달라고 하면 일을 주셨고, 책임을 통한 결과물을 주셨다. 소망하는 바를 기도하면 나에게 과정을 제공하셨다. 지금도 나는 그 과정의 한가운데 서 있고, 그것을 위해 소망하며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처음 신학을 하겠노라 선택한 것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어떤 이들은(목회자) 하나님이 선택하게 하셨다고 한다.(그것이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판단할 바가 아니라 할 말은 없지만 나는 그랬다. 내가 선택해서 목사가 되겠노라고 생각하고 선택했다. 나는 그 선택에 소망을 더할 뿐이다. 


많은 목회자의 문제 중 하나가 성직자(聖職者)라는 직분을 정해 놓고 자신을 치환하는 것이다. 목회자는 성직을 추구하고 그것을 소망하는 삶이다. 자신을 신격화하면 안 될 일이다. 요즘 기독교에 대한 비난은 교회에 대한 것보단 목사가 그 주인공일 때가 많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우리 스스로 성직자의 반열에 올라와 있다고 사람들에게 주입시켜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렇다. 적어도 나는 하나님의 일을 하겠노라 선택했고, 그것에 소망을 더하며 성직자가 되기를 노력하고 있다. 


그렇게 나는 신학대학원에 들어갔고, 시선을 돌려 다시 감리교신학대학원에 편입하였다. 어려서부터 접했던 신학(장로교 신학 일명 총회신학)과 상이한 부분이 있어 스스로 고뇌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사람들과 모이면 토론하고 논쟁하며 스스로와 타협하고 다시 수용하는 과정을 거치며 나는 점점 감리교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어떤 목사님이 나에게 조언하기를 “김 전도사가 설교하면서 선택하는 단어들이 장로교적인 단어들이 많네, 자네 감리교 목회자가 되려는 것 아닌가?”라는 말을 듣고는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감리교적인 것이 무엇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고착된 나의 생각으로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 더 넓게 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wesley.jpg

감리교신학이 무엇인지 어떤 부분이 다른지 관점의 정립이 필요했다. 이런 것들을 단순화할 수도 없고, 하나로 표현할 수 없지만, 그러나 하나의 생각으로 정리할 필요를 느꼈고 점점 여러 가지 생각들이 하나로 모아지기 시작했다. 그것을 결론적인 한 문장으로 말하자면 ‘사람에 대한 생각과 관점’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연약한 자(者)”라는 표현을 할 때 바꿔 말하면 “연약한 사람”이라는 표현이 더 감리교적인 표현일 것이다. 교리로 들어가면 기독교 구원론에서 말하는 예정론 vs 만인구원론에서 말하는 사람에 대한 관점과 인간론에서의 전적타락 vs 1%의 자유의지 그리고 성도의 견인 vs 완전한 성화 등등 나열하면 너무 많다. 


어쨌든 이 모든 부분이 인간의 입장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교리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결국 이 모든 것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은 선택(choice)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 선택을 하는 주체는 신이 아니라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신학이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신학을 선택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에 신념을 쌓는 것이다. 교회사적으로 이러한 가치는 사람을 보는 관점의 변화와 시대적 변화에 따라 신학과 교단이 나눠지고 그 해석이 다양해지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혹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신학을 하고자 한다면 이러한 관점에서 나에게 맞는 신학이 무엇인지를 먼저 확인하고 시작하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세뇌되듯이 신학을 접하게 되고 그것을 옹호하는 이기적인 집단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감리교단을 선택한 이유는 하나님이 사랑하는 그리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사회복지를 부전공으로 공부했던 영향도 클 것이다. 나는 감리교가 현대사회복지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존 웨슬리’의 관점에 감동을 받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반회, 또는 속회의 개념이 바로 그것이다. 구제를 위한 모임, 그것을 통해 사회적 성화를 이루어 궁극적인 변화를 추구하고자 하는 신학이 나에게 너무 잘 맞았다. 그렇게 나는 감리교회 목사가 되기를 마음먹었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습득되어 몸에 익혔던 것들이 쉽게 벗겨지지 않았다. 지금은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되었지만, 당시에는 참으로 많은 혼란을 겪어야 했다. 그렇게 나는 많은 고뇌 끝에 감리교 목사가 되기를 꿈꿨다. 

?

  1. 제12화 사랑 그리고 결혼(1)

    제12화 사랑 그리고 결혼(1) 그해 겨울 역대급으로 눈이 내렸다. 나는 경기도 양평에 있는 용문산 자락의 골짜기 옆에 자리 잡고 있던 요양병원 사회복지사로 취업을 했다. 지인이 있었기에 취업이 수월했다. 이러한 결정은 대학원을 다니며 일을 할 수 있기 ...
    Date2021.10.02 By좋은만남 Views12
    Read More
  2. 제12화 사랑 그리고 결혼(2)

    제12화 사랑 그리고 결혼(2) 사랑이라는 감정은 변덕스럽다. 세상의 노래는 만남보다 이별이 많고 이별보다 그리움이 많다. 다양한 사람이 다양한 사람을 만나 다양한 사랑을 한다. 그러나 사랑의 끝이 아름답지 못한 것은 모두가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랑과...
    Date2021.10.23 By좋은만남 Views25
    Read More
  3. 제13화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신호(1)

    제13화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신호(1) 결혼은 나에게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인도하였다. 아내는 대학에 다니고 있었고, 나는 사회복지사로 직장을 다니며 신학대학원에 다니고 있었다. 아내도 나도 학업을 진행 중이었고 아내는 방학이 되면 어린이집 보조교...
    Date2021.11.13 By좋은만남 Views14
    Read More
  4. 제13화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신호(2)

    제13화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신호(2) 나의 삶의 선택은 그동안 내가 인식하지 못했던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누가 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왜! 했느냐가 중요하다. 교회가 사회에서 무엇인가 베풀면 명명해 주길 원한다. 교회가 버려야 할 첫 번째가 ...
    Date2021.12.04 By좋은만남 Views14
    Read More
  5. 제14화 선택(1)

    제14화 선택(1) 유명한 말 중에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말이 있다. 현상을 보는 관점이나 세계관처럼 거시적 관점을 말할 때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다. 특히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늘 기독교를 바...
    Date2022.01.22 By좋은만남 Views6
    Read More
  6. 제14화 선택(2)

    제14화 선택(2) 목표가 정해졌다. 나는 목사가 되어야 했다. 중간에 방황했던 시간과 놓쳐버린 시기, 더 이상 늦춰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중간에 공백이 없이 살기로 결심했다. 무엇이든 논스톱으로 가야 했다. 적어도 목사가 ...
    Date2022.02.12 By좋은만남 Views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Nex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