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만남교회

2022.02.12 13:04

제14화 선택(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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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선택(2)


목표가 정해졌다. 나는 목사가 되어야 했다. 중간에 방황했던 시간과 놓쳐버린 시기, 더 이상 늦춰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중간에 공백이 없이 살기로 결심했다. 무엇이든 논스톱으로 가야 했다. 적어도 목사가 되기까지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중간에 쉬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등록금은 학자금 대출을 받았고, 생활비는 예전에 알던 형님의 도움을 받아 야간에 마포에 있는 가든호텔에서 발레-파킹을 하게 되었다. 발레파킹은 몸 고생을 많은 일이었다. 계속 쉴 새 없이 차를 주차해야 했다. 이 일은 생각만 해도 허리가 아프다. 계속 타고 내렸다를 반복해야 했기 때문에 몸이 많이 상했다. 또 값비싼 차들을 사고 없이 주차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항상 긴장을 해야 했다. 난 이때 좋은 차는 다 타본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좋은 차가 그렇게 부럽지는 않다. 그냥 나에게 주어진 오래되고 낡은 차가 제일 사랑스럽다. 이 일은 나에게 젖줄 같은 일이었다.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왔던 일이었다. 한편으로는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부담감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했던 일이다. 공부를 병행하면서 밤새도록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늘 잠이 부족했다. 주일에는 사역을 했고, 평일에는 학업과 일을 하면서 쉴 틈 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대학원을 졸업하기 위해 논문을 쓰고 시험을 봐야 했다. 한 번이 아니라 과목을 나눠서 시험을 볼 수 있었지만, 목회자가 되기 위한 첫 관문인 수련목회자 시험이 있었기 때문에 졸업시험을 한 번에 다 봤고 다행히 모두 통과되었다. 그리고 졸업을 남겨둔 마지막 학기에는 수련목회자 시험을 준비했다. 수련목회자가 되기 위해서는 교회를 정해야 했기에 졸업을 남겨둔 마지막 학기 때 수련목회를 할 교회로 사역지를 옮기게 되었다. 

교회를 정하고 옮기는 과정에서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되었다. 나는 사역지를 정하기 위해 몇 군데 이력서를 넣었다. 총 9개 교회를 넣었고, 면접을 하고자 했던 교회가 7곳 정도였던 것 같다. 나는 그중 4곳으로 추렸고, 선택의 기준은 ‘사택’이었다. 아무것도 없이 신혼생활을 시작한 우리 부부에게 제일 중요한 부분은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아내와 함께 많은 고민을 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쉽게 정할 수 없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살 집이었다. 사택을 제공해 주는 곳을 선택했고 지방에 있는 교회에서는 아파트에서 살게 해 주겠다고 하고, 서울에서는 교회 안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 주겠노라고 했다. 우리 부부는 쉽게 결정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한 가지 묘수가 생각났다. 바로 제비뽑기였다. 교회들의 이름을 써 놓고 아내와 제비뽑기를 하고 몇 번을 거쳐 시도해서 중복으로 많이 나온 교회로 가기로 결정하게 되었다. 이 방법은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뭔가 중요한 결정 할 때는 잘 알아보고, 로드맵도 보고, 검색도 해 보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사역지를 제비뽑기로 결정했던 것이 웃기기도 하지만 어이가 없기도 하고, 교만한 결정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도 해 본다. 다시는 그런 과오를 범하지 않기를 다짐하고 다짐한다. 

그렇게 결정된 교회가 노원에 있는 어느 감리교회였다. 교회 식당의 한쪽 구석에 방을 만들어 아내와 내가 거할 장소를 제공해 주었다. 방은 좁았고 햇빛도 잘 들지 않는 곳이었다. 여름에는 너무 더웠고, 겨울에는 너무 추워서 사람이 살 만한 공간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우리가 거하는 방 바로 옆에는 목양실이 있었다. 집에서 하는 말들이 담임목사에게 고스란히 들릴 수 있는 공간이었다. 우선 숨이 막혔다. 사생활이 보장되지 못하는 공간에서 산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임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나야 참고 인내하면 될 일이지만 나와 함께하는 아내는 너무 힘들어했다. 지금도 그때 잘 못 된 결정이 후회되고 너무 아쉽게만 느껴진다. 시작이 너무 좋지 못했고 힘들었다. 

무엇이든 단점이 있으면 장점도 있는 법이다. 나는 대학원 마지막 학기를 노원의 그 교회에서 마무리할 수 있게 되었다. 교회는 특별한 행사를 하지 않았다. 그냥 절기에 맞게 하는 행사 빼고는 그냥 예배만 열심히 드리는 교회였다. 담임목사님은 몇 년 뒤 은퇴를 앞두고 있었고 이미 은퇴한 목사님들과 색소폰을 배우며 취미생활을 하던 목사였다. 너무 할 것이 없어서 할 것을 만드는 것이 일이었다. 그랬기에 수련목회자 시험을 준비하면서 시간을 많이 낼 수 있었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수련목회를 그 교회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할 수 있는 일이 그렇게 많지도 않았고 할 일도 없었다. 그래서 교회 마당을 쓸기 시작했다. 주차장도 있었기에 주차장도 열심히 청소하고 화장실도 열심히 청소하면서 할 일들을 만들어 갔다. 가을이면 주차장의 그 많은 나무들이 나뭇잎을 떨군다. 한 해에 나오는 나뭇잎이 대형 마대로 10개 이상 나온다. 겨울에는 눈을 열심히 쓸어야 했다. 그 넓은 공간을 혼자서 매번 눈이 올 때마다 쓸었다. 교회에 출근할 때는 주일 빼고는 양복을 입어보질 못했다. 매번 작업복을 입고 출근을 했고 나의 작업복은 항상 무릎이 튀어나와 있었다. 마치 군대로 다시 돌아간 느낌이었다. 이러한 경험은 정처 없이 헤매며 흘러가는 시간 속에 나를 잠시 멈춰 세웠다.

네 번의 계절이 지나는 동안 나는 규칙적이며 반복적인 일들을 묵묵히 해나갔다. 나를 절제시키고 오롯이 나에게 주어진 일들과 상황들에 수긍하며 나를 만들어 갔다. 골방에 들어가 하나님과 독대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그리고 나를 내려놓는 훈련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시기였다. 이 과정이 해피엔딩은 아니었지만, 지금의 사역에 밑거름을 많이 쌓아 올릴 수 있었고, 지금의 나를 이끌기 위한 발돋움의 시기였다. 여기서 깨달은 바가 있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의 의미가 다르게 느껴지게 된다는 것이다.

현대의 사람들은 무엇인가 끊임없이 하지 않으면 우울해진다거나 자괴감과 불만족을 느낀다. 요즘에 나오는 말 중에 ‘니트족’, ‘고립 청년’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실업의 문제보다는 목적이 불분명하기에 삶에 대한 의욕이 점점 약해지고 있고 끝내 고립되어버리는 상황을 만들게 된다. 우리가 고립되는 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시선과 인식에 문제에서 비롯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모습을 비난하거나 꼭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진 사람이 만들어낸 관점으로 인해 ‘니트족’이라는 비하 섞인 말이 나오게 된 것이 아닐까? 니트족이라는 표현 자체가 가진 선입견은 하나의 폭력일 수 있다.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존재한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다. 2년이라는 세월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멈춰진 시간 속에서 살아보니 그 가운데 삶의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 

혹시 자신이 멈춰져 있다고 생각될 때 그 멈춰진 삶을 마음껏 누려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길을 걷다가 잠시 멈춰 서 있어 보면 알 수 있다! 때가 되면 갈 길이 보이고 다시 걷게 될 것이다. 그리고 혹 주변에 어찌할 바라를 몰라 잠시 쉬고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얻을 수 있도록 위로와 격려를 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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