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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마을 속으로 들어간 목회 (1)


서울시 도봉구로 사역지를 옮기고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었다. 
  수련목이 끝나가던 무렵 도봉지방(감리회 행정 지역구분-서울은 구별 구분) 내(內) 목사님들과 친목을 다지기 위해 모음을 하던 중에 지방에 속한 교회 중에 상황이 좋지 않아 폐지하려는 교회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그 교회 담임목사님과 감리사님을 찾아가 교회를 내가 맡겠노라고 하여 2016년 10월 이름만 있던 교회에 부임하기로 허락을 받았다. 도봉구 방학3동에 공간을 얻어 ‘이랑교회’라는 이름으로 간판을 걸었다. 교회를 세워가는 일들이 잘 처리되었고 물 흐르듯 일사천리로 잘 진행되어 가고 있었다.

  항상 잘 되는가 싶으면 문제가 생긴다. 세상에 완벽이란 없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교회를 세워가는 데에도 문제가 생겼다. 행정 절차상 문제가 있으면 해결하면 된다. 그런데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했다. 건강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방학3동의 아파트 단지 앞에 있는 상가 건물 2층에 한쪽을 얻어 리모델링을 하기 시작했다. 친구의 도움을 받아 아주 저렴하게 공사를 할 수 있었기에 ‘하나님의 뜻이 있구나’ 하며 좋아만 했었다. 저렴하게 공사를 하게 되면 꼭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사람이다. 싸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인건비를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 그래서 내가 두 명 몫을 하리라고 다짐을 하고 손을 걷어붙였다. 

  그런데 공사 첫날 공구를 옮기기 위해 공구 상자를 드는 순간 뭔가 심각함을 느꼈다. 허리가 펴지지 않는 것이다.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기 시작했다. 공사 첫날부터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병원에 갈 수도 없었다. 약 2주간 공사를 진행하면서 기어 다니며 일을 했다. 겨우 공사를 마치고 미아사거리에 있는 기업형 정형외과에 가서 진료를 받아 보니 디스크가 터졌다고 한다. 의사는 바로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난감했다. 할 일이 태산인데 어찌할 바를 몰랐다. 교회 물품들을 정리하는 것은 나중 일이라고 해도 정회원 진급을 위해 마지막 논문을 써야 하는 시기였기에 정말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하는 수 없이 논문에 관련 있는 참고서적들을 한 보따리 싸서 병원에 입원하고 다음 날 수술을 했다. 수술을 하고 다음 날부터 바로 논문을 쓰기 시작했다. 이때를 기억하면 정말 정신 승리였던 것 같다.

  나는 이때 나에게 주어진 병으로 지금까지 무거운 것을 들 수 없게 되었다. 한마디로 힘을 쓸 수 없는 인간이 되었다. 이 일 이후로 또 다른 삶의 전환기를 맞게 되었다. 과거 혈기 왕성하여 몸을 사리지 않고 살았던 삶에서 이제는 나를 돌아보고 살피는 삶을 살기 시작했다. 어찌 보면 자신감을 상실하였는지도 모르겠다. 예전에는 뭐든지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수술 후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위기감을 느꼈다. 사람의 중심이 무너진 느낌이 들었다. 아니 신체의 중심이 무너졌다. “하나님이 내가 교회를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일까?”, “나는 왜 이렇게 되는 것이 없지?”라고 생각했었다. 난 참 재수 없는 인간인가? 아니다 재수도 없는 인간이었다. 어느 정도 몸이 회복되고 돌아보며 생각해 보니 이 모든 것이 하나님께서 날 위해 하신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시는 메시지는 “너 자신을 의지하지 말고 나를 의지하라”라는 것이었다. 내 힘으로 내가 했다면 나는 쉽게 지치고 쉽게 무너지고 말았을 것이다. 시간이 지난 뒤에 돌아보면 더욱 그것을 느낀다. 하나님께서는 나의 중심을 허무셨다. 정말 중심을 허무셨다. 나의 허리를 치셨고 나는 나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마치 야곱이 씨름하다 환도뼈가 부러졌던 것처럼 나에게 맞춤형 길들이기를 하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오해는 금물! 하나님은 우리가 고통받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분이다) 돈이 없을 때도 노가다(막일)를 할 수 없었다.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이 몸으로 때울 수 있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몸으로 할 수 없는 일만 해야 한다. 하나님께서 나를 이렇게 하셨다는 확신이 들기 시작하자 나는 자신감이 생겼다. 굶겨 죽이지 않을 거란 확신이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나를 이끌도록 내려놓기 시작했다. 아니 내려놓게 하셨다. 좋든 싫든 이끄시는 데로 그냥 나를 드리기로 결심했다. 

  우리는 때로 어떤 경험을 통해 삶의 현실에 길들여지기도 한다. 우리가 한계에 부딪혔을 때 더 이상 본래의 방향대로 가지 못하게 될 때 그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할 때가 있다.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긍정적인 삶과 부정적인 삶이 정해지게 된다. 결국 같은 상황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에 대한 긍정과 부정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다. 

  어려서는 현실 부정에 익숙해서 그것을 넘어서려는 의지를 불태운다. 이것을 우리는 젊음이라고 말하며 열정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현실에 타협하거나 적응하며 받아들일 때가 온다. 어릴 때는 그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노력하지 않는 것으로 치부하거나 실패한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었음을 확신한다. 

  현실 속에 나를 발견하고 나의 한계를 알게 될 때 우리는 성숙하게 된다. 그 성숙은 나를 내려놓고 현실과 상황 속에서 나를 내려놓는 것이다. 만약 신을 믿는다면 그것을 신에게 내어놓는 것이다. 우리의 생각은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단코 삶과 죽음은 나의 선택권에서 멀리 있다. 이러한 선택이 나에게 있지 않기에 나는 주어진 시간을 누리면서 잘 살아내기만 하면 된다. 불교에서는 이것을 해탈이라고 하고, 기독교에서는 거듭난 삶이라고 한다. 이렇게 거룩한 표현 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자체가 매일 한계에 직면해 있음에 매일 성불과 성화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겪는 한계는 새로운 도전을 하게 한다. passion(열정)의 도전이 아니라 성숙의 도전이 시작된다.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도전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도전을 해야 한다. 회의적인 표현일 수 있으나 그렇지 않다. 수동적인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인 삶을 살아야 함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힘을 빼고 주어진 환경에 잘 적응하며 활용하고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이것을 우리는 사회화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사회화는 혼자 이뤄낼 수도 없으며, 혼자 노력해도 될 수 없다. 흐름을 좇아야 하고, 구성원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 이것이 나를 내려놓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사는 것 이것은 성숙한 삶이며 성숙을 향해 나아가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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