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마을 속으로 들어간 목회 (3)
처음 마을에서 시작한 일은 ‘무지개 공간분과’였다. 마을에 사는 소외계층들을 위해 공간을 만드는 일이었다. 뒷골목 한쪽 구석에 자리 잡고 수다를 떠시는, 지하 방에 사시는 독거노인이 더욱 안전하게 모임을 할 수 있도록 평상을 만들고, 버스정류장에서 서서 기다리지 못하는 어르신들과 장애인을 위해 의자를 만들었다. 청년들에게는 상실된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청치마-청년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마을’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진행하였다. 청년 바리스타 교육 및 동아리를 지원하였다.
마을계획단 시범 사업이 끝나고 주민자치회가 마을에 들어서자 몇몇 공무원과 지원관 그리고 주민들이 새로운 제안을 했다. 바로 마을 방송국이었다. 자치회에서 미디어 분과를 만들어 교육을 진행하자는 것이다. 나는 당시 ‘감리회 목회자 모임 새물결’이라는 단체의 간사를 맡고 있었기에 바쁘다는 핑계로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권유를 이기지 못하고 주민자치회에 미디어 분과를 만들고 교육을 진행하고 사업을 발굴하면서 벌써 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이렇게 마을에 어느덧 깊숙이 자리 잡게 되면서 많은 일을 만들기도 하고 지역에서 나의 입지도 점점 생겨나기 시작했다. 마을에서 오랜 시간 활동을 하다 보니 주변에 지인이 많이 늘었다. 지역주민들과 많은 친분을 쌓으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이해하고 함께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나는 마을에서 선한 일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 시대에 진정한 전도는 세상 사람들로부터 그리스도인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기독교를 증오와 혐오하고 있는 이 시대에 좋은 이웃, 좋은 친구가 되어가는 것이 바로 전도이며, 선교가 아닐까? 교회에 끌어 놓는다고 다 전도가 아니다. 나는 이렇게 선한 이웃으로 세상 속에 살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나의 삶을 정리하면서 나를 돌아보는 귀한 시간이 되었다. 비록 보잘것없어 보이는 삶이고,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았던 삶 속에서 나를 항상 응원해 주던 사람들과 하나님의 보살핌을 느낀다. 더욱이 나의 삶 속에 결코 우연은 없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다. 우리의 삶은 우연은 없다. 필연만이 있을 뿐이다. 만약 우리의 삶이 우연으로 만들어졌다면 미래를 꿈꿀 수 없을 것이다. 비록 지금 나에게 필연적으로 닥친 고난과 시련이 있을지라도 그것을 미래의 나를 향해 적립해 간다면 그것을 이끄시는 분이 나를 책임져 주실 것이기에 더 긍정적인 삶을 만들어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좌충우돌하던 삶에 관심 가져주시고 함께 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누군가 말했듯이 행복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찾는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고 만들어 간다면 현실에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듯싶습니다.
약 2년간 제 이야기를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항상 미안함으로 부탁하시던 방현섭 목사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인생의 전반기를 넘어 후반기를 시작하는 이 시기에 정말 좋은 기회였고, 새롭게 나를 써 내려가는 시작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새롭고 즐거운 일들로 만나길 소망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2020년 6월 14일부터 시작한 "산돌교회 김형권 목사의 Latte is a horse..." 연재는 오늘로 마칩니다. 김 목사님은 현재 마을 목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계십니다. 부디 좋은 소식을 나누는 기회가 다시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좋은만남교회에 목회 이야기를 나눠 주신 김형권 목사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그 앞길에 하나님의 무한하신 은총이 함께하시기를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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