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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티안에서 멀어질수록, 사완나켓에 가까워진다. 



새벽 5시 라오스답지 않은 한기를 느끼며 눈을 떴다. 

오늘은 수도 비엔티안을 떠나 ‘사완나켓’으로 이사하는 날이다. 생각해보면 라오스에 와서 지낸 지난 2년 반 동안의 시간은 이 순간을 위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연 ‘평화’라는 단어에 걸맞는 삶을 살기 위해서 어디에 정착하는 것이 좋을까. 누구와 함께 무엇을 해야 할까. 낯선 땅, 낯선 언어에 익숙해질수록 고민은 차츰 더 깊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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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해외에서의 활동을 결심하고 나서 나라를 선정하는 일이 정말 만만치 않았는데, 막상 라오스에 와서 이주지역을 선정하는 일은 그보다 몇 배나 더 까다로웠다. 이곳에 대해 알면 알수록, 또 깊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졌고, 우리의 막연한 기대보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먼저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볼 수 있다는 것은 신께서 주신 축복임에 분명하지만, 우리의 시야는 좁았고, 작은 걸림돌들이 눈에 밟혀서인지 갈수록 용기가 줄어들었다. 지역을 선정하는 데에는 주변을 살피는 눈보다는 꾸준한 발과 보이지 않는 세계를 펼쳐내는 상상력이 필요했다. 지난 시간 라오스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발품을 팔았고, 향후의 모습을 상상하며 지역을 꾸준히 탐방할 수 있었던 것은 이끄심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으리라 생각된다. 그렇게 만난 곳이 천국의 도시 ‘사완나켓’이다.(참고로 ‘사완나켓’은 라오어로 천국의 도시라는 뜻이다.)    

수도 비엔티안에서 차로 10시간 거리에 있는 중남부 도시 사완나켓은 라오스에서 가장 큰 평야가 분포된 풍요의 땅이지만, 동시에 불발탄 피해가 가장 극심한 지역이기도 하다. 최근 통계인 2021년도 불발탄 사고 현황을 보면 라오스에서 발생한 총 63건의 불발탄 폭발사고 중 20건이 이곳에서 일어났는데 이것은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비율이다. 1964-1973년 인도차이나전쟁(베트남전쟁) 당시 이곳을 지나는 베트남 측의 물자보급로 ‘호치민트레일’을 저지하기 위해 감행했던 미군의 엄청난 폭격이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큰 상처를 남기고 있는 것이다. 전쟁은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그 후유증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며, 끊임없이 희생자를 발생시키고 있다. 우리가 사완나켓으로 향하는 이유는 바로 이 현재진행형의 문제로 인해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고 싶어서이다. 과연 어떤 모습으로 함께 할 수 있을까. 풀리지 않는 질문을 진득한 숙제로 삼고 우리는 사완나켓으로 향한다.  


이사를 도와준 사람들

이사를 도와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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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완나켓의 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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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티안 집의 집주인 웡 아저씨


이삿짐을 한가득 차에 싣고 한참을 달리는데, 어느덧 ‘사완나켓’이라는 표지판이 눈에 보인다. ‘비엔티안에서 멀어질수록, 사완나켓에 가까워 지는구나.’  새삼 당연스러운 사실이 내 마음을 울렸다. 그렇다. 예루살렘으로부터 멀어질수록, 갈릴리에 가까워지는 법이다. 이는 거점지역과 생활공간 뿐 아니라 삶의 방식과 태도에도 적용이 되는 이야기이다. 그 동안 살아오면서 익숙한 것들로 부터 멀어져야 새로운 것에 가까워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갈릴리에서는 예루살렘이 아닌 갈릴리의 방식으로 살고, 갈릴리 사람들과 함께 하며, 그 땅에서 던져진 질문에 답해야 한다. 사완나켓은 우리에게 주어진 갈릴리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우리는 한국도 아닌, 비엔티안도 아닌, 사완나켓의 방식으로 주어진 사명 앞에 응답해 보려한다. 


* 이제 이 곳 사완나켓에서 본격적인 평화의 일을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겸손하게, 하지만 당당하게, 이곳에서 주신 ㅅ명 잘 감당하며 증인된 삶를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천국의 도시 사완에서 하늘의 시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두 손 모아주세요. - 관택•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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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완나켓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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