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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나라오ນາເລົ່າ> 마을 사무소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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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라오스의 행정구역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어떤 나라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지리와 행정구역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행정구역은 큰 산과 강 등 그 나라의 특수한 지리적 여건을 반영하며, 나아가 거점 도시들이 지금까지 형성되어온 역사적 맥락을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지표이다.

라오스의 행정구역은 크게 ‘쾡ແຂວງ’이라는 단위로 나눈다. 한국의 ‘도’(경기도, 강원도 등)와 비슷한 개념인데, 자료에 따라 미국처럼 ‘주’ 혹은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성’으로 번역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면적이나 지방정부의 권한 등을 비교해 볼 때 ‘쾡ແຂວງ’은 ‘주’나 ‘성’보다는 아무래도 ‘도’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쾡’은 다시 여러 개의 ‘므앙ເມືອງ’으로 나누어지는데 한국의 ‘시’ 혹은 ‘구’와 비슷하다. 각 ‘므앙ເມືອງ’은 가장 작은 행정단위인 ‘반ບ້ານ’이 여러 개 모여 형성된다.
라오스는 1개의 특별시(수도인 ‘비엔티안특별시’)와 3개의 광역시(루앙프라방, 사완나켓, 빡세) 그리고 17개의 쾡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반도의 1.2배나 되는 면적을 가지고 있지만 인구가 겨우 730만명에 불과한 라오스에는 50여개의 서로 다른 민족이 어울려 살고 있다. 다시 말해 전체인구와 인구밀도가 적은데 반해, 각각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수많은 소수민족이 민족적 다양성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라오스는 산악지역이 국토의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거대한 산세를 자랑하는데, 그 산맥을 경계선 삼아 소수민족들은 각각의 독특하며 유구한 역사의 터전을 일구어왔다. 그렇기 때문에 쾡은 단순히 행정구역뿐만이 아니라 쾡마다 거주하는 주요 민족이 다르고, 기후가 다르며, 심지어 언어까지도 판이한 완전히 서로 다른 세계라 할만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의 행정구역명을 정확히 말하면 쾡 사완나켓(사완나켓주), 므앙 까이썬폼위한(까위썬폼위한시), 반 나라오(나라오 마을)이다. 여기서 므앙 까이썬폼위한에서 ‘까이썬 폼위한’은 사람의 이름이다. 까이썬은 중국의 모택동, 베트남의 호치민과 같이 라오스의 공산혁명을 이끌어온 지도자이다. 1992년 까이썬이 사망하자, 그의 고향이었던 ‘사완나켓’의 행정구역명은 ‘까이썬폼위한’으로 바뀌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사는 동네의 행정구역명은 ‘까이썬폼위한시’이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흔하게 ‘나컨 까이썬’ 또는 ‘사완나켓’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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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드디어 마을 사무소에 방문했다. 라오스에서는 각종 신고와 허가는 마을 사무소에 가서 나이반ນາຍບ້ານ(이장/반장/동장 중 뭐라고 번역하는게 적절한지 모르겠음)에게 먼저 하게 되어있다. 비엔티안에는 외국인이 꽤 많기도 하고, 그동안 우리가 특별히 허가받을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집주인이 거주신고를 대신 해주었기 때문에 마을 사무소를 찾아갈 일은 없었다. 하지만 여기는 사완나켓.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며 일할 곳이기에, 먼저 인사하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동네 이름은 <나라오ນາເລົ່າ>이다. 나라오 마을 사무소가 어딘지 몰라서 여기저기 물어 겨우 위치를 알아냈다! 잠깐 들려 약속만 잡고 다음에 간단한 선물을 들고 다시 오려고 했는데, 왠걸, 들어가자마자 일단 앉으라며 의자를 내어주고 질문을 쏟아내셔서 혼이 쏙 빠졌다. 라오스 온 지 얼마나 되었냐, 무슨 일 하냐, 아이는 없냐, 비엔티안에 비해 사완나켓 물가가 비싼거 같냐, 땀막훙(라오스식 파파야 샐러드) 매운데 먹을 수 있냐 등등. 
잘 이해하지 못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어눌한 말로 열심히 대답하는 와중에, 옆에서 우리의 신상을 적던 분이 유은의 이름을 어떻게 발음하냐 묻는다. ‘정, 유은 이라고 읽어주니 옆 사람과 “유응이래”, “아니야, ㄴ으로 끝나잖아”, “다시 말해줘요. 유응? 음? 은?”, “'은'이에요”, “거봐, ㄴ이잖아.” 하며 확인한다. 외국인의 이름을 정확하게 읽어주려는 노력이 고마웠다. (그런데 내 이름은 어김없이 ‘광택’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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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순서로 이장님의 당부가 이어졌다. 무슨 일 하기 전에 먼저 알려주고, 전화번호 적어줄 테니 복잡한 일 생기면 연락하라고 하신다. 감시와 관심과 관리. 그 사이 어딘가를 오가는 발화였다. 입장바꿔 생각해 보면 이들이 낯선 외국인의 동태를 주시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처음부터 끝까지 미소지으며 편안하게 우리를 맞이해준 이분들의 태도가 고마웠다. 

"사완나켓 온 지 얼마 안되었지만, 정말 아름다워요. 이곳이 좋아요." 우리의 뜬금없는 고백에 “맞아, 정말 아름답죠”라고 답하며 웃는다. 입바른 말로 들릴 수 있었겠지만, 진심이었다. 우리 동네가 참 좋다. 여기서 지내는 동안 이들과 함께 더 멋진 마을로 일구어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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