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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가 있을까?' 라는 괜한 생각  


작년 말 한국에서 귀한 선물을 보내주셨다. 
택배 상자를 열어보니 직접 뜨개질을 해서 만든 신생아용 털모자 110개와 목도리 5개가 들어 있었다. 색깔도 다채롭고, 모양과 크기가 다양한 것으로 보아 하나 하나에 얼마나 많은 정성이 들어가 있는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이 털모자의 이야기를 하려면, 무려 우리가 라오스에 오기 전인 2021년 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 때는 코로나19로 인해 라오스로 향하는 하늘길이 막힌 시절이었다. 1년 넘게 답답한 마음을 부여잡고 국경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우리에게, 어느 날 친한 선배(박성중 목사님)께서 연락을 주셨다. 
"장모님께서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기들을 위해 신생아용 털모자를 만들기 시작하셨는데, 라오스에 가게 되면 필요하지 않을까? 장모님께서 라오스의 아이들을 위해 지금부터 털모자를 하나씩 하나씩 만들어 놓으신다고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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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라오스의 사정도 잘 알지 못하고, 언제 가게 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감사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얼핏 열대기후인 라오스에 털모자가 필요할까? 라는 질문이 생겨나긴 했지만, 어느 곳이든 산모와 신생아들에겐 따뜻한 공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그저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 작년 11월경 그 선배에게 또 다시 연락이 왔다. 장모님께서 1년 넘게 만들어온 털모자가 어느 정도 모였고, 라오스로 보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그 후 털모자와 목도리는 한 달 넘는 운송기간을 거쳐 얼마 전 라오스에 도착했다. 
장장 2년 가까운 시간의 제작 기간과 한달이 넘는 운송기간을 거쳐 정성스러운 털모자는 우리 앞에 당도했다. 그 사이에 우린 털모자가 꼭 필요한 곳을 알아보는 과정을 가졌다. 비엔티안에 있는 모자병원을 비롯하여 소수부족인 몽족마을과 바나나농장의 노동자 자녀들에게 전달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러다가 라오스 북부산간지대인 씨엥쿠앙과 후아판주 탐방을 가게 되었다. 그 곳의 기온은 도무지 동남아 지역이라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추웠다. 추위를 타지 않는 나조차도 견딜 수 없어서 시장으로 뛰어가서 점퍼를 사서 입어야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후아판주는 라오스 북동부 베트남 접경 산간지역에 위치해 있다. 고도는 1000m가 넘고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날씨도 변화무쌍하다. 특히 라오스 공산당의 빨치산 본부가 있었던 지역이기 때문에 인도차이나 전쟁(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의 폭격이 극심했던 곳으로 UXO(불발탄) 피해자가 많다. 
우리는 그 곳에서 NRAP(불발탄청 지부)에서 일하는 분들을 만나서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UXO 피해 상황에 대해 전해 듣고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해야 될지 구체적으로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산간오지에 살고 있는 소수부족의 문제가 심각했다. 
후아판에서 비엔티안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정성스럽게 라오스로 전달된 털모자들이 어디로 가야 할 지 어렵지 않게 결정할 수 있었다. 그렇다. 후아판이야 말로 털모자가 꼭 필요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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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티안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110개의 털모자와 5개의 목도리를 후아판주의 작은마을인 므앙앳으로 보냈다. 2년여에 걸친 정성과 기도가 듬뿍 담긴 모자는 불발탄 피해자와 산간지역에 살고 있는 빈곤한 가정의 아이들을 위해 사용될 것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NRAP(불발탄청 지부) 사람들은 이틀만에 도착한 털모자와 목도리를 수령하여 므앙앳(앳 마을)의 아기와 산모들에게 배포하였고, 그 기쁨의 현장이 담긴 사진을 보내왔다. 
 처음에 털모자를 보내주신다고 했을 때 가졌던 '쓸모가 있을까?'는 괜한 생각이었다. 이번 일을 통하여 우리는 2가지를 구체적으로 깨달았다. 여전히 우리의 시야는 협소하고, 라오스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그리고 선한 마음으로 누군가를 위해 정성을 다한다면 꼭 가장 필요한 곳에서 아름다운 열매를 맺게 된다는 사실 말이다.

*정성스러운 뜨개질로 감동을 전해주신 김선옥 권사님, 그리고 라오스에 있는 우리와 털모자를 연결시켜 주신 박성중 목사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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