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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판에 사람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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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1-24일 우리는 라오스 동북부에 있는 후아판주에 다녀왔다. 그렇다! 또 후아판이다. 올해만 벌써 두 번째 방문하게 되는 후아판주는 베트남 접경에 있는 라오스의 ‘땅 끝’이며, 그야말로 고산지대의 한복판에 위치해있다. 자동차로는 편도 19시간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에 보통의 경우 비행기를 타게 되는데, 그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고도가 높은 산악지역은 날씨가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그나마 운행하는 11인승 경비행기가 취소되기 일쑤이다. 이번에도 우리는 후아판까지 가는 경비행기를 미리 예약했지만  결국 탈 수 없었다. 그래서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씨엥쿠앙까지는 비행기로, 씨엥쿠앙에서 후아판까지는 자동차로 이동했다. 벌써 두 번째 경험이지만 폰사반(씨엥쿠앙주의 주도)에서 쌈느아(후아판주의 주도)로 이어지는 산악구간은 멀미약을 복용해도 아무런 효과가 없을 정도로 울렁거렸고, 여전히 멀고 험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7시간을 가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번에는 안개가 시야를 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원스레 보이는 라오스 동쪽의 산세는 지리산이 부럽지 않을 만큼 장엄했고, 아름다웠다. 하지만 아름다운 산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 땅 곳곳에 묻혀있는 불발탄에 대한 끔찍한 상상이 펼쳐진다. 굽이굽이 산을 끼고 자리한 소담한 마을들을 만날 때 마다, 우리를 향해 미소 지어 주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 줄 때 마다 상상은 더욱 섬뜩해지고, 그 만큼 마음도 무거워진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불발탄이 매장된 이 곳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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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후아판 여정은 크게 2가지 목적을 가지고 떠나왔다. 첫 번째는 불발탄으로 인해 장애를 입은 학생들에게 장학지원을 하는 것이다. 먼저 후아판주 불발탄제거청(PNRA) 관계자와 상의하여 선발한 7명의 학생에게 교복(동복, 하복), 신발, 가방 및 학용품 그리고 학생이 직접 기를 수 있는 닭과 오리를 전달하였다. 현금보다는 현물을 지급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는 불발탄제거청의 조언이 듣고 조금 더 신중하게 장학지원 사업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두 번째 목적은 산간 오지의 소수민족 마을에서 <불발탄 예방교육>을 진행하기 위함이다. 후아판주는 베트남 전쟁 당시, 가장 많은 폭격을 받은 지역 중 하나로 지금도 불발탄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산간오지에서 살아가는 소수민족들은 불발탄의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여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예방교육은 더욱 중요하다. 우리는 후아판 불발탄제거청(PNRA)과 함께 두 개의 마을과 한 개의 학교에서 불발탄 예방교육을 진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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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몽족마을인 <후아이힌담> 마을에 사는 라오라오와 숙양 두 학생의 집을 방문하였다. 라오라오(13세)와 숙양(14세)은 한 동네에 사는 친구들인데, 2017년에 연이어 폭발사고를 당했다. 먼저 라오라오가 2017년 5월에 논에서 식용 귀뚜라미를 찾다가 불발탄이 터지는 사고를 당했다. 온몸에 철심을 심을 정도의 큰 수술 끝에 다행히 생명을 건졌지만, 오른쪽 눈을 잃었다. 두 달 후에는 숙양에게 사고가 발생했다. 숙양은 사고로 결국 왼쪽 손을 잃었다. 라오라오의 아버지 뚜아 라오(38세)씨는 아들이 장애를 안고 깊은 산골마을에서 살아가는 일이 쉽지 않지만 희망을 주려고 한다면서 라오라오에게 학업과 병행하며 소를 키울 수 있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작은 송아지 한 마리가 30만원인데, 이번에 받은 장학금과 그 동안 모았던 돈을 합해서 아들에게 송아지를 선물한다는 것이다. 뚜아씨는 이 송아지가 라오라오의 희망이 될 것이고, 공부를 더욱 열심히 할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우리의 손을 굳게 잡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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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무족이 사는 폰싸이 마을에서 불발탄 예방교육을 할 때에는 얼굴이 닮은 두 사람을 만났다. 두 분이 형제냐고 묻자 캠펀(69년생)님이 옆에 있는 분은 자신의 아버지라고 소개하였다. 아버지인 캄패(56년생)님이 13세일 때 아이를 낳은 것이다. 자신들은 어렸을 때부터 수많은 불발탄 사고를 경험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 폰싸이 마을에서 친구, 친척 등 많은 이들이 희생되었지만 도무지 상황이 변화되지 않아 두렵고 힘들다고 토로하시는데, 마음이 먹먹해졌다. 심지어 가장 최근의 사고는 불과 작년 10월에 발생했다고 하니, 이 곳에서는 여전히 전쟁이 현재진행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세 마을을 다니는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두 손을 모으고 평화를 비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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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 4일의 짧은 여정이었다. 이번 후아판의 여러 마을을 돌아보면서 절실하게 와 닿은 생각은 더욱 자주 현장에 방문해야겠다는 것이다. 평화를 위해 구체적으로 함께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협력을 모색하는 일이 중요하다. 또 그 평화의 발걸음이 일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하나의 플랫폼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후아판에서 만난 모든 이들의 삶 가운데 하나님의 평화가 함께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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