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만남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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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02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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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3-16일, KSCF(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 사무국의 초청으로 정유은, 이관택 우리 두 사람은 방콕 일정에 참여하게 되었다. 인도네시아에서 있을 아시아 기독학생회 총회(WSCF AP RCM)에 앞서 진행된 태국 사전모임에 합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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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은 낯선공간이었지만, 한국에서 에큐메니칼 운동을 함께했던 반가운 분들을 만나면서 마치 한국에 방문한듯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우리가 3박 4일 동안 묵었던 숙소인 <방콕 크리스챤 유스호스텔>이라는 공간이다. 선교가 금지되어 있는 라오스에서 살다 보니까, "크리스챤"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간판만 보아도 가슴이 두근거렸는데, 십자가가 걸려있는 아늑한 채플실, 성경구절이 새겨져 있는 로비가 따뜻한 느낌을 전해주었다. 기독학생들을 위해 이렇게 크고 우아한 공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웠고, 한편으론 라오스의 열악한 상황이 떠오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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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03_008.jpg 20여년전 이 곳에서 인턴활동을 하며 머물렀던 도임방주 KSCF총무님께서는 이 곳이 태국 에큐메니칼 운동의 역사 속에서 매우 중요한 공간이었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이야기를 들으면서 애틋한 상상력이 발동되었다. 그 동안 광주평화순례를 수차례 다녀왔었는데, 마치 광주 YMCA 건물에 들어가서 80년 광주 그 당시의 현장을 돌아보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이 곳에서 함께 먹고 자며 평화와 정의의 가치를 나눴던 아시아 청년들의 열정이 느껴졌고, 과연 라오스에서도 이러한 역사를 써 내려갈 수 있을까 막연하지만 희망어린 기대도 생겨났다. 


방콕 짜오프라야강의 풍광을 맞으며 배를 타기도 했고, 뜨거운 햇살 아래의 카오산 거리를 걷는 일도 즐거웠지만 무엇보다 행복했던 것은 좋은 사람들과 오랜만에 만나 한국과 라오스에서 활동했던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순삭'이라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거구나 싶을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특히 라오스에서 평화선교를 어떤 방식으로 구체화 할 것인가에 대한 우리의 고민에 대해 모두가 함께 마음을 모으고, 머리를 맞대어 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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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일정 중 가장 중요한 순서는 현재 이 곳 태국에 망명하여 생활하고 있는 미얀마 기독청년 그레이스씨(가명)와의 간담회였다. 숙소 2층에 자리한 소담한 예배실에 모인 우리는 비교적 담담하게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그레이스씨는 군부쿠데타 이후 미얀마에서 탈출하였고, 가족은 태국국경 난민촌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굉장히 긴급하고 암담했는데, 미얀마의 상황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나로서는 시종일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미얀마의 지척에 있는 라오스에 살면서도 그 동안 참 무관심했다. 그레이스씨는 열악한 망명생활 속에서도 여전히 미얀마의 민주주의가 회복되기 위한 활동들을 이어가고 있었다. 또 그 곁에는 아시아 에큐메니칼 네트워크가 큰 힘이 되어주고 있었다. 결국 우리가 함께 고백하는 신앙은 이렇게 어두운 곳에 빛을 나누고, 절망 가운데 희망을 발견하며, 사람을 살리동체를 회복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그레이스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과연 평화선교를 지향하는 우리의 발걸음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에 대해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그 동안 우리가 계획하고 고민하고 있는) 라오스 안에 산적해 있는 불발탄 문제에 대해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도차이나 반도의 이웃 나라에서 발생하고 있는 평화이슈들에 대해서도 더욱 관심 가져야 하지 않을까. 평화가 간절한 모든 이들을 위해 더욱 귀를 열고, 눈을 뜨고, 두 손을 모으는 것에서 부터 변화는 시작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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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방콕에서의 만남과 함께 나눈 이야기들을 정리하며 "환기"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창문이 닫힌 골방에 앉아 골똘하게 무엇인가 열심히 하고 있던 우리로 하여금 적절하게 환기할 수 있도록 해준 시간이었다. 이번 3박4일을 통하여 우리 안의 굳게 닫혔던 창문을 열고 바깥을 보았으며, 시원한 공기와 만났고, 그 동안 켜켜이 쌓인 방 안의 먼지를 탈탈 털어 환기시킬 수 있었다. 귀한 기회를 주신 KSCF 사무국, 그리고 기도와 후원으로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이제 조금 더 새로워진 마음으로 이 곳 라오스에서 평화의 발걸음을 이어가려한다. 부디 평화가 간절한 이들에게 먼저는 용기와 지혜가, 그리고 그치지 않는 연대와 사랑이 함께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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