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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에 찾아온 첫 손님



이번 주간에는 한국에서 반가운 손님이 왔다. 바로 얼마 전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 중인 후배 박지은 이종건 부부가 태국을 거쳐 이 곳 라오스에 온 것이다. 두 사람에게는 지난 8월쯤 연락을 받았다. "저희 결혼합니다. 신혼여행으로 선배님들 만나러 라오스에 갈까 하는데 어떠세요? 평범한 여행보다는 ㅅㄱ지의 모습을 느끼고 싶고, 얼굴도 보고 싶어요."


 정말 고맙고 반가운 말이었지만 하필 신혼여행지로 라오스라니. 박지은 이종건 두 사람은 한국에서 그 누구보다 의미있는 활동을 이어가는 이들이다. 하루가 바쁘게 열악한 투쟁현장과 교회현장을 오가며 힘들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내는 일에 여념이 없는 활동가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혼여행만큼은 조금 더 편하고, 풍광 좋은 곳으로 가면 좋으련만 라오스에 온다고 하니 한편으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걱정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 곳에서 1년 6개월 동안 지내면서 느낀 것은 라오스가 살기에도 좋고, 여러모로 활동(ㅅㄱ)하기에는 좋은데 여행지로는 비교적 아쉬운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같은 동남아 국가와 비교하자면 태국이나 베트남처럼 관광지와 편의시설이 잘 구비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처럼 세계적인 유적지가 있는 곳도 아니다. 더구나 바다가 없는 내륙국이어서 물가 또한 비싼편이라 여행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 이왕 인생에서 한 번 뿐인 신혼여행이라면 좀 더 여행하기 좋은 곳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싶어 맞이하는 입장에서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두 사람의 뜻과 마음이 고맙고 멋지다는 생각으로 우리가 만날 날을 고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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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토요일 아침(10월29일) 지은 종건 부부를 마중하기 위해 왓따이공항에서 기다리는데, 그 순간이 조금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 생활을 하다보니 수많은 사람들을 떠나보내고, 마중하기 위해 한 달에도 몇 번씩 공항에 오지만 이렇게 우리를 만나기 위하여 한국에서 손님이 오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해 아직 가족들조차 와보지 못한 상황에서 두 사람은 라오스에서 맞이하는 우리의 첫 손님이 되었다. 그렇다. 우리를 만나기 위해 라오스에 찾아온 첫 번째 손님인 것이다. 


 우리 네 사람은 4박 5일간 모든 시간을 함께 했다.(물론 각 방을 썼으며 개인적인 시간 또한 충분히 가졌다.) 먼저 이틀은 우리 집에 머물면서 비엔티안의 이곳 저곳을 둘러보았고, 다음 사흘은 라오스가 시작된 유서 깊은 곳이자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있는 루앙프라방에서 지냈다. 오랜만에 참 웃을 일이 많았고, 라오스의 새로운 모습들도 발견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특히 생각과 관점이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얼마나 복된 일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두 사람 모두 활동가인 만큼 이번 여행을 여행자보다는 활동가의 정체성으로 참여한 듯 보였는데, 좋은 풍광과 음식보다는 우리가 관심하고 있는 라오스의 UXO(불발탄)문제와 마을 도서관에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또한 라오스 불교문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탁밧을 매우 인상 깊게 바라보기도 했다. 

 이번 여정 가운데, 썰을 풀기 바빴던 선배들의 쉬지 않는 수다를 받아주고, 때 마다 감탄과 질문의 리액션을 아끼지 않았던 두 사람 덕분에 우리로서는 익숙했던 라오스의 풍경과 문화를 다른 시각으로 경험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하고자 하는 활동을 향한 깊은 관심과 진심어린 응원의 말에 힘입어 용기를 얻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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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아쉬웠던 것은 일정 중 이틀 정도 종건이의 몸이 좋지 않았다는 것과 두 사람이 라오스의 소울푸드인 "카오삐약"을 끝내 먹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갔다는 점이 못내 마음에 남는다.(마지막 날 저녁 식사까지 어떻게든 카오삐약을 먹을 수 있도록 노력해봤지만 결국 실패하였다.)


 두 사람이 한국으로 돌아간 다음 날, 단골 카오삐약집인 <펫 아주머니의 카오삐약>을 찾아갔다. 그 동안 장사하던 곳이 지난 주 갑자기 철거되어 새로운 임시 거처에서 장사를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 식당의 상징인 '쌈싸나무'가 다 베어져서 나뒹굴고 있는 모습이 참담하게 느껴졌다.  

 카오삐약을 시켜놓고 펫 아주머니와 함께 가게가 철거되고 이사하기까지의 사정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종건, 지은이 떠올랐다. 쫓겨난 상인분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두 사람이 이 자리에 함께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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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만간 두 사람이 꼭 다시 라오스에 왔으면 좋겠다. <펫 아주머니의 카오삐약>집에서 이번에 미쳐 먹지 못한 카오삐약 국수 맛도 보고 아주머니와 함께 진솔한 위로와 희망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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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건 전도사님은 옥바라지선교회 사무국장으로 빈민운동과 철거민 지원 활동을 하고 있으며, 박지은 전도사님은 평화교회연구소의 간사로 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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