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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완나켓'은 우리들의  천국이 되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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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라오스 남쪽에 위치한 <사완나켓>이라는 도시에 머물고 있다. 수도 비엔티안과는 차로 9시간 거리에 있으며 '인구수'와 '평야면적'으로는 라오스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인지 라오스 제2의 도시(?)라 불린다. 
아. 그런데... 직접 마주한 사완나켓의 풍경은 왜 이렇게 소담한지. 특히 지난 주말에 도시 곳곳을 돌아다녀 보았지만 마치 좀비영화 <28일 후>의 세상처럼 인적을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한적함을 누렸다.(조금 무섭기도 했음) 인구밀도가 이렇게 낮은 제2의 도시라니. 

우리가 이 곳에 온 이유는 앞으로 10년이상 머물면서 본격적으로 활동할 지역을 선정하기 위함이다. 어느덧 라오스에 온지 1년 6개월이 지났고, 수도에서 언어과정과 현지적응을 어느 정도 마쳤으니, 이제 진짜 떠나야 할 때가 되었다. 
 <사완나켓>은 그 첫 번째 후보지이다. 참고로 '사완'은 우리 말로 '천국'을 뜻한다. 과연 그 이름처럼 사완나켓이 우리들의 천국이 되어줄 수 있을까.

소담하면서도 친근감이 느껴지는 이 곳의 풍경을 닮은 것인지, 여기서 만나는 사람들에게서도 순박함과 친철함이 느껴진다. 초보수준의 라오스어로 말을 걸어도 최선을 다해 답해주는 사완나켓 사람들의 모습은 참 인상적이다.
심지어 <사완나켓 대학교>에 방문했을 때, 지나가는 학생에게 말을 걸었다가(이 학교에 신문방송학과가 있냐고 물어봤을 뿐이다) 신문방송학과 교수님들과 학과장님까지 만나게 되었고, 당장 입학하느냐 마느냐까지 얘기가 진행되어 진땀을 흘렸다. 
도시 전체가 슬로우한 느낌이지만 사람들은 우리 생각보다 친절하고 적극적이며 관계의 진도도 빨리 빨리 나가는 듯 보인다. 여러모로 수도 비엔티안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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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완나켓이라 불리는 이 도시의 공식적인 이름은 <카이손 폼위안>이다. 카이손 폼위안은 라오스 혁명 지도자의 이름인데, 그는 라오스에서 베트남의 호치민과 같은 위상을 가진다고 보면 된다. 1975년 라오스가 혁명에 성공하여 <라오인민민주공화국>이라는 사회주의 혁명정부가 들어서는 과정에서 가장 많은 역할을 했던 인물이며, 현재 라오스의 모든 지폐에는 카이손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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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완나켓은 바로 카이손 폼위안의 고향이고, 여전히 그의 생가에는 가족들이 살고있다. 그래서인지 1992년 카이손의 사망 이후, 도시의 이름은 '사완나켓'에서 '카이손 폼위안'으로 바뀌게 된다. '천국'이라는 뜻의 평화스런 이름의 도시가 갑자기 혁명가의 이름을 갖게 되었다니, 조금은 급작스러운 느낌이 든다. 하지만 라오스와 같은 사회주의 일당 독재국가에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외부인의 입장에서 몇 일간 조용하고 소담한 이 곳에 머물다 보니, 이 도시에는 혁명보다는 천국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이 곳을 정식 행정구역명인 <카이손 폼위안>으로 부르는 사람을 아직까지 단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비엔티안 사람이든, 사완나켓 사람이든, 라오스인이든, 외국인이든, 모두에게 이 곳은 여전히 <사완나켓> 또는 "천국(사완)"으로 불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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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면 금새 혁명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엊그제 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우리는 여기에서 3시간 거리에 위치한 <세폰>이라는 작은 마을에 다녀왔다. 베트남 접경의 산악지역이라 UXO(불발탄) 피해가 극심한 곳이며, 지금도 베트남 전쟁의 흔적이 남아있는 지역이기에 큰 마음을 먹고 들어가게 되었다. 
일단 마을 초입부터 불발탄 관련 단체의 마크를 달고 있는 십여 대의 픽업트럭을 만날 수 있었는데, 이 지역의 불발탄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우리는 라오스 정부에서 운영하는 <UXO LAO>와 영국 단체 <HALO>에 각각 방문하여 불발탄 제거 및 최근 폭발 사고의 현황을 듣게 되었는데, 다행스럽게도 불발탄의 폭발 피해자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라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1년에 10명 안팎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고, 대다수의 피해자가 어린 학생들이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낯선 외국인이 마을에 나타난 것이 신기했는지 우리를 보고 연신 장난을 치던 학생들 중에도 휠체어를 탄 여학생이 있었다. 그 친구가 다리를 잃은 사정은 명확히 알 길이 없지만, 그 친구의 얼굴이 떠올라 마음이 숙연해졌다. 

세폰마을 근처에 있는 반넝이라는 곳에는 <호치민 트레일>이 지났던 흔적이 남아있다. 그렇다, 베트남 전쟁 당시, 북베트남에서 남쪽의 혁명 게릴라(베트콩)를 지원할 때 쓰였던 보급로. 바로 그 호치민 트레일이다. 직접 가서 마주한 <호치민  트레일>의 흔적은 아주 소박하게 남겨져 있었다. 산악지대를 관통하는 작은 폭의 평범한 길이라 보였는데, 이 작은 길 덕분에 베트남이라는 작은 나라가 미국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뒀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다가왔다. 지대가 높은 정글 산악지대에 수백킬로의 보급로를 만들고, 무기와 식량을 옮기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한 없이 평화롭고 아름다게 보이는 풍경이지만, 당시 그 길을 걸었던 혁명가들의 열정은 얼마나 뜨겁고 치열했을까.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호치민 트레일>에 집중된 미국의 폭격 때문에 이 지역에 사는 라오스 사람들은   엄청난 고통을 당해야 했다. 문제는 전쟁이 끝나고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불발탄 등의 전쟁 후유증으로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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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과 전쟁의 역사가 남겨준 상처, 그리고 지금도 계속 발생하고 있는 어린 피해자들을 마주하면서 우리는 평화란 무엇인가에 대해 더욱 골똘히 생각해보게 된다. 그러고 보니 묘하게 '평화'라는 단어는 '천국'이라는 이미지와 느낌이 겹쳐져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모호하지만 도달하고 싶은 목표. 뭐라고 표현하긴 어렵지만 경험하고 싶고, 누리고 싶은 상태라는 점에서 그렇다. 
사완나켓에서 8일 동안 머물면서 많은 것을 배웠고, 발견할 수 있었다. 평화 활동을 지향하는 우리에게 이 곳 '사완'이란 도시는 어떤 의미일까. 과연 우리는 앞으로 이 곳에 정착하게 될까. 좀 더 깊은 의미들을 탐구하고 싶고, 또 우리의 활동에 적합한 지역을 선정하고 싶은데, 결코 쉬운 일은 아닌듯 싶다. 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 걷다보면 인도하심이 있는 곳에 닿아 있을테지. 

우리는 이제 다음 후보지로 이동한다. 라오스의 최남단에 위치한 도시 <빡세>에서도 두근 거리는 시간이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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