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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31 13:20

내 친구의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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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의 결혼식


다른 문화권의 결혼식에 참석해 본 경험이 있는가? 한국에서만 내내 살아왔고 외국은 여행으로만 잠시 다녀왔던 우리에게는 그러한 경험이 없었다. 외국인의 호기심이 아무리 발동한다 해도 가족의 중요한 행사에 낯선 외국인을 초대할리는 만무하니 말이다. 결혼식이나 장례식과 같은  중요한 의례에 참석한다는 건 해당 문화권 안으로 한걸음 더 깊이 들어가는 일임에 틀림없다. 
우리가 라오스에 온 지 1년 6개월이 지나서야, 우리는 처음으로 라오스인의 결혼식에 초대를 받게 되었다. 우리를 초대해준 이는 ‘쏨펀’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인데, 한국에서 유학을 하던 시절에 우리와 인연이 닿았다. 당시에도 그는 ‘라오스에 연인이 있고, 학업을 마치고 돌아가면 결혼식을 올릴 것’이라고 이야기했었다. 한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라오스로 돌아온 그는 고향인 싸완나켓으로 바로 내려갔고, 몇 달 후 결혼식에 초대한다는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날짜도 마침 우리가 싸완나켓 지역을 탐방하기로 예정했던 기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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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이 있기 일주일 전 우리는 싸완나켓에 도착했다. 쏨펀과 그의 예비 신랑을 만나 저녁식사를 함께 하면서 청첩장을 받았다. 라오스는 청첩장에 초대하는 사람 이름을 기입하게 되어 있다. 초대를 받은 사람만 결혼식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라오스어를 배울 때 라오스 결혼식 문화에 대해서도 교과서를 통해 배우긴 했지만, 막상 실제로 참석하는 것은 처음이다보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무슨 옷을 입어야 하는지, 축의금은 얼마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식은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 혹시 금기사항이 있는지 등 우리가 모르는 것이 한가득이었다. 외국에서 살아간다는 건 이런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몸에 배인 문화가 이곳에서는 모두 새롭게 익혀야 하는 것이었다. 혹여나 실수해서 좋은 날을 망치지 않기 위해 아주 세세한 것까지 예비 신부 신랑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가장 급한 건 옷이었다. 하객으로서 깔끔한 옷이면 된다고는 했지만, 보통 라오스인은, 특히 라오스 여성은 ‘씬마이’(견사로 지은 라오스 전통치마)와 ‘쓰아마이’(치마에 맞추어 입는 정장 상의)를 위아래로 맞춰입는다고 했다. 낯선 도시가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맞춤 옷 하는 가게를 찾았다. 보통 라오스 전통의복은 내 몸에 재단하여 맞춰입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번에는 시간이 없어 기성복을 구입할 수밖에 없었는데, 다행히 잘 맞는 옷을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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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결혼식 날 아침이 되었다. 아침에 시작하는 결혼식은 점심 이후에 끝나고, 오후에 시작하는 결혼식은 밤 늦게 끝난다고 한다. 쏨펀의 결혼식은 신부의 집에서 치뤄지고, 아침 8시부터 시작해서 오후 2시쯤 마칠 예정이라고 했다. 8시가 좀 넘어 신부의 집에 도착하니 마당에 테이블이 깔려있고 예쁘게 장식이 되어있었다. 어색하게 눈만 껌벅거리고 있는 우리에게 쏨펀의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이 다가와 자리를 안내해주고 식사를 권했다. 아침식사를 주는 모양이었다. 국수 두 그릇이 우리 앞에 놓였다. 라오스에서도 결혼식 음식으로 국수를 먹는다는 것이 새삼 재미있었다. 8시30분쯤 신랑이 도착하면 그때부터 ‘바시쑤콴’이 시작될거라 했다. (‘바시쑤콴’은 라오스의 전통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예식인데, 문자 그대로 번역하면 '혼을 부르는 예식'이다. 결혼식뿐 아니라 장례식, 출산했을 때, 병원에서 퇴원했을 때, 새로운 학기가 시작할때, 멀리 여행을 떠나거나 돌아올 때도 바시쑤콴을 한다.)
드디어 신랑과 그의 가족들이 도착했다. 소식이 전해지니 신부의 집도 분주해졌다. 신랑의 행진이 결혼식의 시작을 알렸다. 신랑을 맞이하기 위해 가족 어른들이 문 앞에 섰고 그 뒤로 여성들이 금색 줄을 잡고 섰다. 세 겹의 금줄을 차례차례 통과해야 비로소 신부가 있는 곳으로 갈 수 있는 것이다. 금줄을 지나 마당을 통과한 신랑이 문지방 앞에서 발을 씻고 집 안으로 들어섰고, 신랑의 어머니로 보이는 여성 어른이 방 안으로 들어가 신부를 함께 나왔다. 이제 바시쑤콴이 시작되었다. 
바시쑤콴은 ‘머펀’이라고 불리는 마을의 의례 담당자가 진행한다. 초에 불을 붙이고 머펀이 예문을 읽으면 모인 사람들은 때에 따라 '사~투‘(기도의 끝말) 혹은 '마여~'(‘오소서’라는 의미의 라오스말)로 화답하곤 했다. 기도를 드리고 난 후 신부와 신랑은 가족들 방향으로 돌아앉았다. 나이가 지긋하신 할머니, 할아버지부터 온 가족이 한 사람씩 신부 신랑의 손목에 흰색 실을 묶으며 복을 빌어주었다. 정성스레 덕담을 하고 실을 묶어줄 때 다른 가족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함께 복을 비는 마음으로 신부신랑의 몸에 한쪽 손을 대었고, 한쪽 손은 합장 모양을 했다. 가족들의 차례가 모두 끝나자 비로소 친구들의 차례가 왔다. 우리도 하얀 실을 받아들고 떨리는 마음으로 신랑과 신부의 손목에 실을 묶으며 축하한다고 말해주었다. 혼을 부르는 예식이라는 이름 탓에 종교적 느낌이 강한 행사일거라 생각했으나, 실제로 참여해보니 우리나라의 폐백과 비슷한 느낌이기도 했다. 의식이 모두 끝나자 신부와 신랑은 집 안에 마련된 신방에 들어갔다. 라오 민족의 전통에 따르면 결혼 후에 신랑은 신부의 집에 들어가서 살게 된다. 가족 유산의 상속자도 막내딸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와는 반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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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으로 나가보니 점심 뷔페가 차려져 있었다. 중요한 행사는 모두 끝났고 이제 잔치를 즐기면 된다고 했다. 이후로 3~5시간을 계속 음악과 함께 먹고 즐기는 시간이 이어지는 것이었다. 특히 라오스 결혼식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춤이다. 결혼식에 참여한 사람들이 단체로 음악에 맞추어 군무를 추는 것이다. 신방에 들어갔던 신부와 신랑이 어느새 마당으로 나와 하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잔치에 참여했다. 음악과 음식과 웃음소리가 가득한 공간. 행사가 끝나자마자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서기 바쁜 우리로서는 이런 여유로움이 신기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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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참여해본 라오스 결혼식은 너무나 따뜻했다. 가족 친지 친구들이 함께 참여하여 직접 축복의 말을 건네는 그 순간들이 인상 깊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축복의 말을 듬뿍 받으며 한 가정을 이루는 두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 이들의 행복한 발걸음에 증인이 될 수 있어서 감사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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