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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다음 단계"는 어디에서 시작될까. 


2018년 늦가을쯤, 나와 유은은 라오스의 UXO(불발탄) 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베트남 전쟁이 인접국인 라오스와 캄보디아에게도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정말 이 정도까지 일줄은 몰랐다. 더구나 그 때 뿌려진 엄청난 양의 폭탄이 불발탄으로 고스란히 남아서 지금까지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는 사실이 자못 충격적이었다.(참고로 라오스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불발탄이 매장되어 있는 나라이고, 2021년 한 해에만 63건의 폭발사고가 발생했다.)20230122_laos04.jpg
그 날부터 고민을 거듭한 결과, 우리의 목적지는 라오스로 정해졌고, 가고 싶은 곳 역시 불발탄 피해가 가장 심각했던 씨엥쿠앙이 되었다. 그 때는 씨엥쿠앙이 행정구역상으로 주(provinc)인지, 시(city)인지도 몰랐지만 마음만큼은 절실했다. 
 
1년 뒤인 2019년 12월. 우리는 라오스 탐방을 오게 되었고, 당연히 첫 번째 목적지는 씨엥쿠앙주의 폰사완시였다. 2박3일이라는 짧은 일정 동안 우리 눈에 비친 폰사완은 황량하고 쓸쓸한 모습이었다. 시내에 위치한 UXO관련 단체들, 그리고 식당과 거리 곳곳에 장식품으로 전시된 폭탄의 잔해들이 아니었다면 이 곳에서 수십년간 끌어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가 무엇인지 알 수 없을 만큼 도시는 평온했고, 조용했다. 다만 특유의 황량함과 쓸쓸함이 곳곳에서 느껴졌는데 아마도 쉴세 없이 휘날리는 흙먼지와 산간지대의 낮은 기온때문이 아니었을까.
우리는 반나피아 마을에서 불발탄으로 만든 숟가락을 만났고, 1968년 미국의 폭격으로 인해 437명이 폭사당했던 탐피유 동굴에도 방문했다. 라오스에 대해 책으로만 공부했던 우리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수박 겉핡기식의 여정이 전부였고, 정말 깊이 있게 파고들지 않으면 불발탄 피해자를 만나거나,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이 쉽지 않겠다는 불안감을 느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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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다시 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우리는 그 동안 호치민 트레일이 지났던 남부지역의 UXO문제 역시 매우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상대적으로 소외된 남부지역(싸완나켓주, 짬빠삭주)으로 이주하여 활동할 것을 최종결정했다. 
4-5월쯤으로 예정된 남쪽으로의 이주에 앞서 우리는 의미있는 계획 하나를 세웠는데 그것은 라오스 북부의 여러 도시들을 탐방하기로 한 것이다. 아마도 남쪽에 자리를 잡으면 북쪽으로 다시 와보기 힘들 것 같아서였다. 북부지역 첫 번째 발걸음을 어디로 할까 고민하다가 또 다시 씨엥쿠앙으로 향했다. 이미 가보았던 곳이지만 우리를 라오스로 이끌어준 곳이기에 첫 행선지로 삼게 되었다. 

이번에도 우리는 2박3일 일정으로 폰사완에 방문했다. 다시 찾은 폰사완은 여전히 황량했고, 체감기온은 3년 전보다 더욱 춥게 느껴졌다.(익숙하지 않은 한기에 몸서리를 치며 "남쪽으로 결정하길 잘했다."는 말이 몇 번이고 입밖으로 나올 정도.)
라오스로 이주한지 1년 8개월, 많이 부족하지만 라오말도 더듬 더듬할 수 있게 되었고, UXO 문제를 어느 정도 알게 되었지만 3년전에 비해 크게 달라질 것은 없었다. 이번에도 역시 우리의 여정은 탐방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는 폰사완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므앙쿤>에 갔다. 원래 씨엥쿠앙주의 주도였던 므앙쿤은 과거 <므앙프안>으로 불렸다. 산으로 둘러싸인 <므앙프안>은 농경지가 부족하여 인구가 많지 않았지만 값어치 있는 광물 자원이 많아서 예부터 상당히 부유했던 지역이다. 그래서인지 일찍이 이곳에는 작은 메트로폴리탄이 형성되었는데 다양한 소수민족과 더불어 태국인, 베트남인들도 함께 어울려 살았다고 한다.
문제는 19세기 후반 프랑스인이 들어오면서 부터 시작된다. 프랑스 세력이 이 곳에 눈독드리면서, 태국, 베트남과의 영토분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므앙프안>은 1, 2차 인도차이나 전쟁 때 수차례 폭격을 당해 이전의 위상을 회복할 수 없을만큼 폐허가 되었다. 그 뒤 지금의 폰사완이 씨엥쿠앙주의 주도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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므앙쿤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뭐니 뭐니해도 <왓피아절>에 있는 불상이다. 우더커니 서있는 이 거대한 불상은 수차례의 폭격 속에서도 파괴되지 않고 남아있는 몇 안되는 불굴의 유산이다. 지금도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은 므앙쿤에 방문하여 왓피아절의 불상을 향해 불공을 드린다. 
하지만 우리가 방문했을 때, 불상 근처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불상 맞은 편 작은 창고에 중학생으로 보이는 청소년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는데, 그 중심에는 비니를 쓰고 주황색 승복을 입은 스님이 계셨다. 아이들과 함께 폭죽놀이를 하기 위해 숯을 으깨는 중이라고 하신다. 참고로 라오스에서는 숯을 피워 밥을 하기 때문에 숯은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일상용품이다. 우리가 그 곳에 있는 잠시동안 동네 아이들이 계속해서 창고에 모여 들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 절과 스님이 마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왓피아절>이 유명해진 이유는 전쟁 때 파괴되지 않은 불굴의 불상 때문이겠지만, 이 절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실제적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의미를 가져다 주는 것은 바로 아이들과 함께하는 스님의 노력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숯을 으깨는 단순한 작업일지라도 지금 므앙쿤에 필요한 것은 아이들과 함께 일상에서 재미와 희망을 만들어가는 일이다. 밥짓는 숯으로 폭죽을 만들다니 정말 멋지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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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폰사완을 다시 방문하면서 UXO 피해자를 위한 뭔가 '다음 단계'의 활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UXO 관련 활동은 지난 십수년간 세계적인 관심속에 이미 많은 프로젝트가 진행되었고, 이제는 일정 부분 정체기가 온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여파도 영향이 있겠지만 이미 3년 전 우리가 처음 방문했을 때에도 활기를 잃어버린 느낌을 받았었다. 여전히 심각하고 긴급한 이 문제의 '다음 단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때인 것이다. 

하지만 왓피아절에서 체감했듯이 '대단한' 다음 단계라는 것이 과연 있을까? 유명한 불상은 그저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킬 뿐, 진짜 살아서 움직이는 역동은 아이들과 함께 폭죽을 만드는 작은 창고에서 시작된다. 
 우리의 "다음 단계"는 어디에서 시작될까. UXO라는 커다란 문제를 목전에 두고 있지만 관건은 사람들과 함께 일상 속에서 꼼지락 꼼지락 뭔가를 계속 하는 것이다. 재미있고, 의미있게. 작은 창고 속에서. 
여전히 춥고 황량한 폰사완이었지만 그 다음 단계를 기대 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웠어. "I’m on the Next Level~ Ye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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