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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장애여성 발전센터>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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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장애여성 발전센터- Lao Disabled Womens Development Centre>(이하 LDWDC)에 방문했다. 뭔가 '관'스러운 이름과는 다르게 이 곳은 2001년 '짬팽'이라는 한 명의 여성 장애인에 의해 설립되었다고 한다. 초창기에는 거창한 활동이 아니라, 주변의 몇몇 사람들과 함께 간단한 일거리를 찾고 서로에게 기술을 알려주면서 모임을 꾸려갔다. 특히 '베틀짜기'와 같이 라오스에서 집집마다 이루어지는 평범한 작업조차 장애 여성들로써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짬팽을 중심으로 장애 여성의 자립생활 공동체가 시작되었고, 나아가 직업학교의 모양을 갖추게 된 것이다. 

 이 곳에 도착했을 때, 우리를 맞이해준 것은 의외로 비장애인 남성인 찌따건씨였다.(여성장애인 단체에 웬 비장애인 남성?) 조금 갸우뚱했지만 그의 안내를 따라 우리는 LDWDC를 돌아보게 되었다. 찌따건씨는 이 곳의 프로그램 매니저라고 했는데, 국립대에서 "지역개발 학과"를 전공한 1세대이면서, 관련 공무원직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엘리트였다. 그는 좀 더 의미있는 일을 하기 위해 공무원을 그만두고 이 곳으로 이직하여 작년부터 일했다고 한다. 그의 친철한 안내를 통해 LDWDC에 대해 더욱 자세히 소개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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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짬팽님에 의해 2001년 시작된 이 곳의 활동은 라오스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여성 장애인 자립과 노동권에 대한 의제를 확산시키는데 기여해왔다. 자립생활을 위한 직업 교육과 더불어 장애인 일자리를 운영하는 이 곳은 이 후 국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최근까지도 다양한 외국단체들과 협력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 중에는 한국의 태화복지재단과도 깊이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하여 괜시리 반가웠다.

 2021년에 이르러 LDWDC는 라오스 정부와 공식적인 협력 관계를 갖게 되었다. 이는 라오스의 장애인 정책이 한 걸음 더 나아갔음을 의미하는데 어려운 재정 요건 속에서도 정부측에서 장애인에 대한 실질적인 복지와 평등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데에는 20년간 한 길만을 걸어온 LDWDC의 역할이 매우 컸음을 부인할 수 없다. 

 코로나 기간에 다소 위축되기도 했지만 현재 LDWDC에는 33명의 학생과 35명의 직원(교사포함)이 함께하고 있다. 1년에 한 번씩 전국에서 선발된 33명의 학생은 전원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재봉, 베틀, 컴퓨터, 의상제작, 요리 등의 기술을 배운다. 교육과정은 수업 8개월, 실습 2개월로 이루어져 있으며, 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은 고향으로 돌아가 자립생활을 이어가거나, 원하면 LDWDC에 남아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다. 또한 지방으로 돌아간 학생들도 수료생 네트워크 프로그램 안에서 정기적으로 온라인 상담과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교사의 대부분이 이 곳에서 교육받은 학생 출신이라는 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의 지식과 기술뿐만 아니라, 본인이 겪었던 삶의 지혜, 그리고 장애여성으로써 연대할 수 있는 용기 등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점이 이 곳의 가장 큰 배움이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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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을 다 듣고 길을 나서려고 인사를 하는데, 목발을 짚은 한 할머니가 우리에게 다가오셨다. 찌따건씨가 소개하기로 그 분이 바로 짬팽님이라고 하여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1시간 동안 진행된 이야기 속의 인물을 직접 마주하다니 마치 깜짝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더구나 우리를 향해 반갑게 인사하는 짬팽님의 기운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인데도 활력이 넘치는 데다가, 첫 만남에 이것 저것 물어보시는 것까지. 마치 전장연의 박경석 교장 선생님 같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참고로 박경석 선생님은 25년간 노들 장애인 야학에서 일했으며, 장애인 이동권과 교육권 및 탈시설 운동을 이끌어 오신 분이다. 최근에도 '지하철 타기' 투쟁을 이어가며 장애인의 인권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계신다.(나는 다큐인에서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 지근 거리에서 박경석 선생님과 함께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있다.)

 그러고 보니 정말 두 분의 기운이 비슷하다. 이것 지것 물어보시다니 우리가 영상을 할 줄 안다고 하니 바로 자원봉사로 단체를 위한 영상하나 만들어 달라고 하시는 게 아닌가. 도무지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고, 의미를 조근조근 설명하는 짬팽님을 보면서 박경석 고장샘(노들야학에서 오랫동안 교장으로 지냈던 선생님은 자신을 고장이라고 불러달라고 한다.)이 얘기하고 있는 듯했다. 그래서인지 갑작스러운 제안이었지만, 그 자리에서 선뜻 수락할 수 있었다. 자원봉사라지만 오히려 우리에게 더욱 뜻깊은 기회가 될 것 같다. 

 라오스에서, 또 한국에서 여전히 편견과 차별에 맞서 수십년 동안 한길을 걷고 계신 분들께 다시금 존경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 날이다. 여러 가지 모양으로 함께 걷겠습니다. 힘을 내세요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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