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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공룡의 도시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작년 말 3주 일정으로 라오스 남부 지역을 탐방했다. 본격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 지역 이주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가는 곳마다 눈을 반짝거리며 주변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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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완나켓에 머무는 열흘 동안 ‘1일 1커피’를 했던 카페가 있었는데, <모카포트>라는 이름의 노점커피 가게였다. 차를 몰고 가다가 운치 가득한 길거리 풍경 속에서 커피를 즐기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잠시 차를 세웠는데, 글쎄 커피 냄새가 너무 좋아서 나도 모르게 주문대열에 몸을 맡기게 된 것이다. 그것이 ‘1일 1커피’의 시작이었다. 노점이기 때문에 이렇다 할 커피머신도 없었고 그저 오래된 모카포트 몇 개가 전부였는데,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거지? 줄을 서서 바라보니 노점 주변에 있는 작은 간의의자에 앉아서 별다른 질서 없이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신기한 것은 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 할머니와 아저씨도 커피를 주문하기 위해 줄을 서 계시는 모습이었다. 아직 라오스에는 커피 문화가 많이 보급되지 않아서 수도인 비엔티안에서조차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인데, 일상적인 듯 다양한 사람들이 커피를 주문하는 모습이 생소했다. 
이윽고 내 손에 건네진 카푸치노 한 잔. 오호 세상에나! 정말 맛있는 것이 아닌가. 길거리에서 이렇게 진하고 풍부한 카푸치노를 만날 줄이야. 연신 감탄을 하며 우리는 옆에 앉은 청년들에게 커피가 정말 맛있다고 엄지를 들어 올리며 자연스럽게 합석을 하였다. <사완나켓 대학교>에 다닌다고 자신을 소개한 붐빔님과 사이유님은 이 가게가 엄청 유명한 집이라고 설명해주며 ‘엄지 척’으로 화답해주었는데, 알고 보니 이 집은 바리스타대회에서 수차례 상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우리는 열흘 동안 지내면서 사완나켓 구석구석에 자리한 보물 같은 카페들을 만날 수 있었다. 왜 이 곳 사완나켓이 수도 비엔티안보다 문화적인 수준과 생활의 품격이 더욱 높아 보이는 것일까. 이 곳에서 지내면 지낼수록 생겨나는 기분 좋은 궁금증이었다. 확실히 여기 사완나켓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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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뿐만이 아니었다. 확실히 작고 소담한 겉모습과는 다르게 이 도시는 뭔가 재미있고 의미 있는 요소들을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공룡이다. 사실 공룡화석이 발견되었다는 이유로 공룡은 사완나켓의 명물처럼 홍보되고 있었지만, 자랑하듯 도시 곳곳에 설치된 거대한 공룡동상에 비해서 막상 <공룡화석 박물관>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제대로 운영되지도 않는 것처럼 보이는 그 허름한 박물관에 처음 방문했을 때, 우리를 맞이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제대로 된 안내판도 없었다. 
하지만 사완나켓을 떠나기 하루 전 날, 아쉬움이 남아서 한 번 더 방문했던 <공룡화석 박물관>에서 우리는 깊은 감명을 받게 되었다. 물론 박물관의 시설은 이 전에 가보았던 그 어떤 박물관에 비해서도 소박하고 허름했다. 하지만 그 곳에서 만난 친절하고 따뜻한 안내자 왓씨와 함께 하면서 시설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금새 알게 되었다. 나이가 지긋한 왓씨는 어눌한 영어와 라오어를 총동원하며 이 지역에서 발견된 공룡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셨고, 심지어 실제 화석을 꺼내서 우리로 하여금 직접 만져보게 해주셨다. 진짜 공룡의 화석들을 손으로 직접 만져볼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마치 강가의 조약돌을 만지듯 여러 공룡의 화석들을 이리 돌려보고, 저리 돌려보고, 서로 비교해가면서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불과 한 달 전 미국 뉴욕에 있는 자연사박물관에 다녀왔던 우리로서는 이것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체감할 수 있었다. 엄청난 규모의 뉴욕 자연사박물관은 기껏 거대한 공룡의 모형들을 우리에게 멀찍이서 보여줄 뿐이었다. 하지만 뉴욕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놀라운 일이 이렇게 허름하고 초라한 공간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다시금 생각했다. 겉보기에 소담하고, 열악한 사완나켓은 정말 특별한 것을 많이 간직하고 있는 멋진 도시라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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