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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02 13:16

위기 속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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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속의 위기  


지금 라오스는 위기에 봉착했다. 아니 실은 전세계가 위기에 봉착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올해 초에 시작된 끔찍한 전쟁의 소용돌이는 지구 공동체 모두를 공포와 적대적 분위기로 휘몰아가며, 세계경제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의 증시가 일제히 폭락했고, 물가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폭등했으며, 특히 유가는 그 향방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와중에도 전쟁이 끝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데, 오히려 서방의 나토회의, 중·러연대 등 ‘신냉전체제’를 강화하는 일련의 군사적 움직임들까지 진행되고 있어서, 절망적인 경제 상황만큼이나 심상찮은 세계정세로 인해, 인류의 미래가 위협당하고 있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해 보인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전쟁으로 인해 아무 죄 없는 우크라이나의 민중들이 희생당하고 있는 현실일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굳이 원인을 따져 묻기조차 어려운 복잡다단한 이유가 있다곤 하지만 그것은 정치인들이나 학자들의 분석일 뿐, 정작 전쟁으로 고통 받는 우크라이나 민중들의 실존은 그야말로 참혹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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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역만리 떨어진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겪고 있는 전쟁의 참혹함을 어떻게 봐야 할까. ‘전쟁’이라는 단어는 우리를 몸서리치게 하지만 정작 피부에 진짜 와 닿는 것은 한없이 오르는 기름 값과 요동치는 환율, 즉 경제지표가 가리키는 위기감과 불편함일지도 모른다. 맞다. 인간의 시야는 그 만큼 유한하고 제한적이며, 머나먼 이웃의 몸을 내 몸과 같이 생각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니까.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의 뉴스를 통해 연일 터져 나오는 위기의 목소리들을 접하면서 일부 동감하면서도, 이 곳 라오스의 현실과 비교했을 때, 위기는 언제나 상대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현재 다들 대한민국 경제가 어렵다고 아우성이지만 이 곳 라오스에서 바라보는 한국사회는 굉장히 안정적이며 살만한 곳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절망적이게도 위기는 언제나 상대적이다.               

여기 라오스에서 체감하는 위기감은 그 어느 때 보다 심각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주유소 앞에 장사진을 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과연 지구 반대편의 작은 폭풍에도 엄청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가난한 나라의 현실을 체감하지 않을 수 없다. 기름 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것은 두말 할 것도 없고, 최근 라오스에서는 기름을 구하는 일 자체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심한 경우 새벽부터 8-9시간 동안 줄을 서야 겨우 자동차에 주유를 할 수 있는데, 대중교통이 전무한 라오스의 상황 때문에 대부분의 이동을 오토바이에 의존하는 사람들은 문 닫힌 주유소 앞에서 기약없이 기다리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그나마도 기름 없다는 팻말과 함께 아예 문을 닫은 주유소의 풍경이 너무나 흔하기 때문에 기다릴 수 있다는 것만도 감사해야 할 따름이다. 여기서 라오스 정부가 사회주의 국가로서의 위신을 세우는 부분은 사재기를 막기 위해 여분의 기름통으로는 기름을 살 수 없게끔 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는 것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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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라오스의 화폐인 낍(kip) 가치가 폭락하는 상황이다. 작년 4월 우리가 라오스에 들어왔을 때 1달러는 대략 7,500낍이었는데, 최근 20,000낍(사설 환전소 기준)까지 올랐으니, 그야말로 1년만에 라오스 화폐가치가 3배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그나마 최근 라오스 정부는 1달러에 15,000낍 이상 환전을 해주는 환전상을 감옥에 투옥시키겠다는 엄포를 놓는 등 극단적인 방안을 마련했지만, 이 방안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소와 같이 열심히 일하고 같은 돈을 벌어 생활하고 있는데, 그 가치가 반토막 밑으로 떨어졌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야말로 지금 라오스의 경제상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7,000-8,000낍이었던 쌀국수가 12,000낍이 되었고, 33,000낍이었던 우유 한통이 50,000낍이 되어버린 라오스의 장바구니 사정은 가난한 사람들의 일상을 더욱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급기야 엊그제 우리는 지인에게 이런 연락을 받았다. “혹시 은행에 달러를 예금해 놓은 것이 있으면 지금 빨리 찾으셔야 해요. 라오스 외교부 공무원을 통해 전해 들었는데, 얼마 안 있으면 라오스 정부에서 모라토리움을 선언 할 수도 있데요. 그 때는 달러를 찾고 싶어도 찾을 수 없데요.” 
 일주일이 지난 현재까지 아직 라오스 정부에서는 모라토리움을 선언하지 않았지만, 사회전반이 이러한 위기감들로 인해 술렁이고 있다. 

이렇게 위기가 팽배한 상황 속에서 정작 평화를 나누겠다고 하며 라오스에 발딛고 있는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매우 고민스러워진다. 솔직히 이 땅의 이방인으로써, 그리고 외부의 후원에 의존하며 살고 있는 입장에서 이 곳의 위기를 온전하게 경험하고 있다고 얘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의 진짜 위기는 이러한 실존에서부터 시작된다. 
어떻게 살아야 하며, 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땅의 사람들이 느끼는 위기의 문제와 너무나 괴리되어 있는 나 자신의 삶을 바라보며 그야말로 '위기 속의 위기'를 경험하게 된다. 

사람들의 행렬 속에 섞여 기름을 넣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에도 고민은 떠나지 않는다. 삶의 고비 속에서 숨죽인 이들의 하루하루 가운데, 어떻게 스며들 수 있을까. 배부른 외국인의 시각이 아니라, 이 땅의 문제에 진정 애통해하며 변화를 도모하는 밀알이 되고 싶지만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이 더욱 애닳게 느껴지는 지금 이 곳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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