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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 3월 21일 <분노의 날> 그 날, 타켁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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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라오스 중부 캄무언주의 중심도시 타켁(thakhek)으로 탐방을 다녀왔다. 내년에 지방으로 이주하여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기 위해서 여러 지방도시를 직접 살펴봐야 하는데, 그 첫 번째 후보지가 바로 타켁이기 때문이다.
캄무언주의 주도인 타켁시는 인구 약 90,491명의 소박한 도시지만, 발달정도로 보면 라오스 전체 도시 중 6-7위에 해당할 만큼 나름 규모가 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태국과 베트남을 잇는 무역거점일 뿐 아니라, ‘타켁루프’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가 더욱 주목되는 도시이다. 더욱이 현재 수도 비엔티안으로 부터 연결되는 고속도로가 건설 중이고, 향후에는 철도까지 놓일 예정이라고 하니 우리 역시 타켁에 대해 더욱 궁금해졌다.   

비엔티안에서 무려 자동차로 7시간, 왕복 2차선 도로를 달리는 여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지금이 우기여서인지 운전을 하는 동안 도로 한 가운데로 움푹 패인 웅덩이들이 수시로 나타났다. 마치 지뢰만큼이나 위험해 보이는 이 웅덩이들을 피하랴. 앞과 뒤에서 쉴 새 없이 나타나는 추월차량들을 피하랴. 또 종종 쏟아지는 스콜 속에서 온정신을 집중하고 운전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슬아슬한 순간을 여러 번 겪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는 타켁에 도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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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작은 도시이지만 잘 정리된 도시 미관과 사람들의 경쾌한 움직임들이 내게는 타켁의 첫인상으로 다가왔다. 이 곳의 거리에는 어떤 종류의 활기가 느껴졌는데, 그 활기의 정체가 무엇일까 궁금해 하며 여기저기를 돌아보다가 눈앞에 펼쳐진 메콩강을 만나고서야 고개가 끄덕여졌다. 라오스의 여러 도시들이 메콩강을 끼고 있지만, 이 곳 타켁이야 말로 메콩강과 가장 멋진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파랗고 장대한 메콩강 줄기와 단아한 도시의 풍경이 마치 여느 유럽의 도시에 와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의 편안함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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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으로 가는 초입에 있던 화려하고 멋진 라오스식 건축물이 시선을 잡아끌었기 때문에 우리는 메콩강을 돌아본 후, 그 건축물 앞으로 다가갔다. 아! 그런데 건물 한 가운데에 걸려있는 그림이 너무나 충격적인 것이 아닌가. 그림 속에는 서양인 군인들이 피투성이가 되어 죽어있는 아이들을 우물에 집어넣고 있었고, 그들 뒤로 불타고 있는 도시에는 피와 시체가 가득했다. 너무나 끔직한 광경을 보며 할 말을 잃은 우리들에게 누군가 말을 걸어왔는데, 옆에 앉아 있던 어르신이었다. 그 어르신은 그림 앞에 있는 우물 모양의 기념물을 가리키며 이것이 바로 그 때 프랑스놈들이 잔인하게 아이들을 던져넣은 우물이라고 하셨다. 사실 당시의 실제 우물은 지금의 것보다 훨씬 컸는데 이 기념비를 만들면서 조금 작게 다시 제작했다고 한다. 우물 옆 기념비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역사적 전적비, 타켁 방어전 1946년 3월 21일” 

1946년 3월 21일 도대체 타켁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우리는 그날의 진실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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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는 1883년부터 인도차이나에 위치한 베트남, 캄보디아와 마찬가지로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2차 세계대전이 진행되던 1943년, 일본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대부분을 점령하자 프랑스는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잠시나마 후퇴하게 된다. 문제는 1945년 일본의 패망으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였다. 프랑스가 스멀스멀 다시 인도차이나 반도에 제국주의 손길을 뻗기 시작했는데 그 전보다 훨씬 더 잔혹한 방법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1946년 3월 21일은 프랑스군이 다시금 타켁을 점령하기 위해 쳐들어온 날이다. 타켁은 라오스의 전략적 요충지였기 때문에 프랑스로서는 이 곳을 먼저 탈환한다는 계획을 세웠고, 이에 맞선 라오스군 역시 결사항전으로 저항했다. 특히 라오스와 같은 입장에 놓인 베트남군과의 연합작전을 펼치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 날 새벽 6시에 시작된 프랑스군의 포성은 결국 오후 5시가 되기 전에 멈추었는데, 결론적으로 타켁은 프랑스 군에 의해 완전히 함락 당하고 말았다. 
너무나 참혹한 것은 이 후에 프랑스군이 자행했던 만행들이었다. 프랑스군은 노인과 아이들을 자루에 넣은 채 메콩강에 던졌고, 죽창으로 찌른 다음, 죽은 아이들을 우물에 집어넣었다. 또한 수많은 군중들을 향해 엽총을 무차별하게 사격하고 난 뒤, 쓰러진 이들을 메콩강에 던졌는데 당시 시체들이 흘린 피로 인해 메콩강은 새빨간 강이 되었다고 한다. 기록으로 확인한바 그 때 희생당한 사람의 숫자가 자그마치 3,000명이 넘는다. 도무지 잊을 수 없는 이 날을 라오스에서는 국가적인 <분노의 날>이라고 부르며 기억하고 있었다. 

삼천 명.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숫자였다. 우리에게 활기와 편안함을 선물했던 이 곳 타켁은 이렇게도 서글픈 역사, 분노의 날을 품고 있었다. 순간, 제주가 떠올랐고, 광주가 떠올랐다. 언젠가 ‘아시아’라는 지역에 관한 강의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때 강사가 했던 말이 ‘아시아’는 지리적인 지명에 대한 명칭이 아니라, ‘참혹한 식민과 전쟁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공동체'라는 표현을 사용한 적이 있었다. 그렇다. 한국 땅 곳곳에 일제의 잔재와 전쟁의 상처가 남아있는 것처럼 아마도 아시아 어디를 가더라도, 특히 라오스 어디를 가더라도 오늘과 같은 참혹한 역사의 진실을 마주하게 되지 않을까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앞으로 우리는 더욱 다양한 지역과 도시를 탐방하게 될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도시의 풍광이나 여타의 정보들이 아닌, 그 밑에 흐르고 있는 역사의 상처를 무엇보다 먼저 살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귀한 깨달음을 만나며 첫 번째 탐방을 마무리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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