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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최초의 기차  ‘란쌍호’를 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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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의 역사는 1353년, 루앙프라방에서부터 시작된다. 당시 파응움왕은 북부의 루앙프라방을 중심으로 ‘란쌍왕국’이라는 라오스 최초의 통일왕국을 세웠다. 특히 메콩강줄기와 험준한 산으로 둘러싸인 도시 루앙프라방은 천혜의 요새일 뿐만 아니라, 주변의 불교문화를 적극 수용함으로써 종교, 문화적으로 매우 찬란한 도시의 면모를 이어갔다. 1560년 세타티렛왕이 현재의 수도인 위앙짠(비엔티안)으로 도읍을 천도하기 이전까지 루앙프라방은 라오스 뿐 아니라 인도차이나 반도의 정치 문화적 중심지 역할을 감당해왔으며 그러한 흔적은 현재까지도 잘 보존되어 있다. 
1995년 유네스코는 루앙프라방 도시 전체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였다. 그것은 루앙프라방이 라오스 역사의 출발점이라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도시 전체적으로 경관이 매우 아름답고, 특히 건축, 문화, 종교적 유산 등 가치 있는 요소들을 많이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웬만한 유럽의 도시보다 고색 찬란하고, 아름다운 기운으로 가득한 루앙프라방은 누가 봐도 상당히 매력적인 곳이다. 아마도 라오스가 최근 몇 년간 ‘전세계에서 가장 가고 싶은 여행지 순위’에서 줄곧 수위를 달리고 있는 것 또한 순전히 루앙프라방이라는 도시 덕택이 아닐까.
우리가 루앙프라방에 처음으로 방문했던 때는 2019년 성탄절 즈음이었다. 운 좋게도 ‘코로나’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기 직전이었던 그 때, 가는 곳마다 예술적 기운과 여행자들의 활기가 넘실대던 루앙프라방의 거리는 그야말로 ‘세계문화유산의 도시’다웠다. 해질녘 푸시산 정상에 올라 전세계에서 모여든 여행객들과 함께 어깨를 맞대고 바라보았던 메콩강의 일몰은 장엄했으며, 오래된 사원으로 둘러싸인 여행자 거리에는 왠지 모를 영험함이 가득 스며있었다. 지금도 골목골목을 누비며 자유롭게 거닐었던 그 때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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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는 오랜만에 다시금 루앙프라방을 찾았다. 여행이 아닌, 탐방이란 이름의 그럴듯한 목적을 지닌 우리의 발걸음은 2년 전과는 사뭇 달라졌다. 어느새 라오스에 정착한지 10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이제 더 이상 흥밋거리에 이끌리기보다는 향후의 활동을 준비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에 따라 조금 더 묵직한 걸음을 내딛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2박3일의 짧은 여정 가운데 한 눈을 팔 여유는 없었다.  

하지만 이번 여정에는 한 가지 특별한 이벤트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라오스 최초의 기차 <란쌍호>를 타고 루앙프라방에 가는 것이다. 여기서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최초의 기차’라는 말에 <란쌍호>가 마치 라오스에서 가장 오래된 기차가 아닐까 오해할 지도 모른다. 오히려 <란쌍호>는 세상에서 가장 젊은 기차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다. 불과 3개월 전에 최초 운행을 했으니 말이다. 지난 2021년 12월 2일,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라오스 최초의 철도가 드디어 개통되었고 그 첫 번째 기차의 이름이 바로 <란쌍호>인 것이다. 열차의 이름은 라오스 최초의 제국 ‘란쌍왕국’의 이름을 반영했다고 한다. 수도인 비엔티안에서 출발하여 방비엥과 루앙프라방, 우돔싸이 등의 거점 도시를 지나 중국과의 접경지역인 보텐이 그 종착역이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막혀있지만 향후에는 중국 고속철과도 연계성을 갖고 노선이 중국 쿤밍까지 이어진다고 하니, 첩첩이 험악한 산으로 뒤덮여서 바로 옆 동네조차 갈 수 없었던 라오스 사람들에게는 가히 상전벽해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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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티안에서 루앙프라방까지는 자동차로 장장 10시간 정도 소요되지만, <란쌍호>로 갈 경우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편리하고 시간도 엄청나게 단축되는 이 놀라운 교통수단의 유일한 단점은 바로 기차표를 구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인터넷으로 구매할 수도 없고, 직접 기차역에 가서 구매해야 하는데, 그것도 열차 출발 2일전이 되어야 표를 살 수 있다. 또 하루 정확히 4시간, 표 파는 시간이 정해져 있고, 표는 무조건 현금으로만, 그리고 1인당 3매까지만 구매할 수 있다. 물론 앞의 내용들은 고객들에게 친절하게 공지된 사항이 아니다. 이번에 루앙프라방 여정을 준비하면서 내가 직접 표를 사러 갔다가 두 번이나 헛걸음을 하고, 세 번째에야 겨우 표를 구할 수 있었던 아픔의 과정 가운데서 알아낸 소중한 사실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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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속도를 자랑하는 중국의 고속철을 도입했다지만, 매표시스템과 기차역의 운영방침은 여전히 느리고, 열악하다는 점에서 일면 ‘라오스답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하지만 이 또한 어쩔 수 없는 흐름에 따라 시나브로 변해갈 것이라 생각하니 벌써부터 아쉬운 마음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이처럼 옛것과 새것, 그리고 과거와 현재가 상존하는 라오스의 모습을 한가득 경험하며 우리는 아침 일찍 <란쌍호>에 올랐다. 시끄러운 중국말이 웅성웅성 들리는 것 빼고는 여느 KTX의 실내객차와 별반 다르지 않는 풍경이 참 반가웠다. ‘라오스에서 기차를 타보다니.’ 설레이는 마음으로 자리에 앉아 쿠궁- 쿠궁- 하는 철도의 마찰음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데, 문득 옆 자리에 앉은 라오스 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살아생전 처음 기차를 타 본다는 표정으로 즐거워하고 있는 그 사람을 보며 괜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그 마음을 다 헤아릴 수 없지만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가슴 떨리는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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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앙프라방까지는 큰 산이 가로 막고 있어서인지 열차는 대부분의 시간을 어두운 터널의 공간을 헤치며 가파르게 달려 나갔다. 어두운 창밖으로 간간히 들어오는 햇살과 녹색 풍경이 이따금씩 기차 안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며 우리를 새로운 세상으로 이끌어주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루앙프라방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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