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O(불발탄) 예방교육에 동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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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3-14일, 나와 인디(정유은 활동가)는 버리캄사이주의 주도인 팍산시에 다녀왔다.
코이카(KOICA, 한국국제협력단)에서 현지 청년들과 함께 라오스의 UXO(불발탄)문제에 대해 공부하고 실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그 일환으로 이 곳의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UXO 관련 예방교육활동을 하기 위한 1박2일 여정에 나선 것이다.
라오스의 UXO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우리는 감사하게도 이 일에 자원 활동으로 함께 동행 할 수 있었다.(인디는 사진을 찍고, 나는 동영상 촬영을 도왔다.)
라오스의 UXO(불발탄)문제는 지금도 굉장히 심각하다. 1965-1975년 제2차 인도차이나 전쟁(베트남전)은 베트남뿐만 아니라, 이곳 라오스에도 큰 상처를 남겼는데, 그 때 미군에 의해 라오스 전역에 엄청나게 많은 폭탄이 뿌려졌다. 10년 동안 쉬지 않고 계속 되었던 폭격을 추산해보니 ‘9분에 1번’꼴로 폭탄이 떨어졌다는 믿기 힘든 통계를 마주하게 된다. 실로 끔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그 때 뿌려진 폭탄 중 상당수가 아직도 터지지 않은 채, 라오스 곳곳의 땅속에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 숫자는 8100만개에 달하는데, 엄청난 양의 불발탄들은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폭발사고를 일으키는 중이다. 전쟁이 끝난 1975년 이후, 지금까지 불발탄에 의해 희생된 사람만 약 3만 명이며, 라오스의 모든 불발탄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200년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니, 라오스의 UXO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끝나지 않은 전쟁"이다.
작년 한해만도 56명이 불발탄의 폭발로 죽거나 다쳤다. 그 중 피해자의 대부분이 어린 아이들이라고 하니 불발탄에 대한 위험을 알리고, 미리 조심하는 예방 교육활동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된다.
사실 한국에서부터 라오스의 불발탄문제에 관심이 많았지만 현지에 도착하고 나서 지난 일 년 동안 좀처럼 관련된 내용을 접할 수가 없어서 조바심이 났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라오스 청년들과 함께 UXO 문제를 고민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주어져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우리는 민폐가 될까 조마조마한 마음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을 안고, 수도 비엔티안에서 약 2시간 40분 정도 떨어져 있는 버리캄사이주, 팍산시에 있는 <빳숨초등학교>와 <넝부아초등학교>로 향했다. 학생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외부에서 온 청년들을 맞이했고, 함께 간 라오스 청년 12명은 각자 준비한 프로그램 (그림·젠가 놀이를 활용한 불발탄 위험 교육, 직접 만든 불발탄 예방 노래 등)을 열심히 진행했다.
어찌나 프로페셔널하게 학생들을 만나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던지 참으로 기특하고 놀라운 마음이 들었다. 이 청년들도 처음에는 불발탄 문제에 대해 잘 몰랐었다고 한다. (아마도 한국의 청년들이 한반도의 분단 상황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과 같은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코이카와 함께 하는 활동을 통해 한 명, 한 명 열정적인 청년활동가로 성장하고 변화하는 모습에 본인들도 즐거워하는 듯 보였다.
비록 날씨가 너무 더워서 땀범벅으로 뛰어다녔고, 아이들과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 답답한 마음으로 지내야 했던 1박 2일이었지만, 활동에 참여하면서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 우리가 라오스에 오기 전 한국에서 꿈꾸던 일들이 하나둘씩 이루어지다니 참으로 놀라움과 감사의 연속이다. 우리가 이 곳에서 해야 할 일이 참 많다. 다만 맡겨질 일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언어공부를 하고, 라오스 현지에 대해 더욱 꾸준히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오늘도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또 한걸음 걷는다.
끝으로 싸이싸나(빳쑴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 직접 그린 불발탄 그림을 소개하고 싶다. 마치 폭탄에 날개가 달려 우리를 위협하지 않는 곳으로 멀리멀리 날아가는 것 같기도 하고, 작고 예쁜 불꽃이 핀 반딧불이 같기도 하다. 땅에 묻혀있는 모든 폭탄이 이렇게 예쁜 꽃만 피우며 하늘 높이 날아가 버리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