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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9 15:49

개들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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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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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거처를 옮겨서 집들이차 방문을 했다. 넓은 마당과 커다란 대문이 있는 집이었다. 도착하여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대문이 빼꼼 열리자마자 검은 개 한 마리 뛰쳐나와 차 주변을 맴돌며 마당 안으로 우릴 안내한다. 차에서 내리니 이 녀석이 얼마나 반가워하는지 시종일관 앞발을 들고 자신과 놀아달라고 달려드는 것이 아닌가. 이 청소년쯤 되는 개의 이름은 ‘희망이’이다. 사람이 그리웠던 모양인데, 천진한 얼굴로 처음 만나는 손님을 아주 격하게 환대해주는 장난꾸러기였다.  
그렇게 우악스럽게 다가오던 희망이는 우리가 집안에 들어서니 발걸음을 딱 멈췄다. 선을 지키는 법을 아는 녀석이었다. 문턱의 경계에 앉아 애절한 눈망울로 우리를 몇 시간 째 쳐다보는 희망이. 희망이가 자꾸 쳐다보니 민망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반가워 희망아!"

라오스에 와서 시각적으로 가장 선명하게 인식되는 장면은 어딜 가나 ‘개’가 많다는 것이다.  보통 한국에서는 큰 개들이 갇혀있거나, 묶여있기 때문에, 거리에서 자유롭게 노니는 개와 정면으로 마주칠 상황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와 다르게 라오스에서는 집 밖을 벗어나는 순간부터 개들의 세상이 펼쳐진다. 원하든, 원치 않든 수많은 개들과 맞닥뜨리게 되는데, 대부분은 덩치가 엄청 크기 때문에 위협감이 느껴질 정도이다. 물론 사람마다 개에 대한 호불호와 공포심의 정도는 차이가 있겠지만, 아무리 개를 좋아하는 사람도 생각이상으로 커다란 개들이, 언제 어디서나 난무하는 라오스의 길거리에서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개에 대한 공포심이 없는 나조차, 길을 걷다 만나는 수많은 개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서 얼마나 고심을 해야 하는지 모른다. 눈이라도 마주칠라치면 어김없이 나를 향해 다가와서 냄새를 맡거나, 몸을 부비거나, 심지어 발을 들어올리기까지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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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곳에서 한 두 달만 지내보면 개들이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일단 한국처럼 묶어 놓거나, 가둬놓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개들 자체가 여유로운 성격을 갖고 있는 편이고, 또 보통 개들은 어릴 때부터 날카롭고, 위협적인 이빨을 잘라내기 때문에 실제 물리더라고 위험하지 않다고 한다. 그럼에도 가끔은 시커먼 녀석들이 눈을 부라리며 짖어대는 통에 간담이 서늘해 질 때가 있다.  
 
라오스에 개가 많은 이유, 더군다나 자유롭게 사람과 공존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그 중 불교문화가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몇 년 전 태국에 여행 갔을 때에도 커다란 개들이 길거리를 누비고 있는 모습을 접했는데, 그 때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편의점 앞에 개들이 엎드려있는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무더운 날씨이다 보니 더위에 약한 개들이 에어컨이 켜져 있는 편의점 문 앞을 점령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개들을 쫓아내거나 타박하지 않았다. 당시 가이드님께서 이에 대해서 태국의 불교문화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해줬던 기억이 있다. 환생을 믿는 불교문화권에서는 아무래도 사람과 가장 비슷한 수준의 업을 쌓은 존재들이 개로 환생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개들은 다음 생애에 사람으로 환생할 수 있는 확률이 가장 높은 존재이며, 그 만큼 특별한 대우를 해준다는 것이다.       
가이드님의 말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고개가 끄덕여지는 설명이었다. 물론 태국과 라오스의 상황이 꼭 같지는 않을 것이다. 일례로 나는 그 동안 편의점 앞에 엎드려있는 라오스의 개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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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라오스의 개들이 보여준 또 다른 신기한 장면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개들의 반상회 모습이다. 길거리를 걷다보면 집체만한 개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마치 반상회를 하는 듯한 모습을 손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대여섯 마리의 커다란 개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는 모습은 굉장히 이색적이다. 
또 개가 찻길을 건너는 모습도 굉장히 신기하지만 자주 볼 수 있다. 라오스의 개들은 찻길을 건널 때, 정말 사람처럼 이쪽저쪽을 두리번거린 다음, 차가 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길을 건넌다. 처음에 그 모습을 발견했을 때는 믿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내게도 일상적인 풍경이 되었다. 
아마도 라오스에서 사람들이 개를 대하는 태도와 문화가 여러 가지로 개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러고 보니 라오스의 개들은 한국의 개들에 비해 훨씬 똑똑하고 여유가 넘쳐 보인다. 

결국 존재를 어떻게 대하느냐는 서로 다른 존재들이 어떻게 공존하느냐와 연결되어 있다. 이는 꼭 사람과 개 사이에만 적용되는 말이 아닐 것이다. 나와 다른 타인을 어떻게 대하며, 또 어떻게 함께 공존할 것인가.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여전히 가장 큰 과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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