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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도덕 교과서 공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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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 라오스 코로나 확진자는 무려 850명대를 오르내린다.  
줄어들기는커녕 나날이 늘어가는 확진자 숫자가 현실로 체감되는 순간은 마치 범죄현장처럼 동네 여기저기에 처져있는 빨간줄과 바리케이트를 마주할 때이다. 이곳 라오스에서는 확진자가 나온 집과 그 골목을 레드존으로 설정하고 빨간줄과 바리케이트로 표시하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레드존이 점점 더 늘어가는 분위기인데 실제로 우리 집 근처 골목들에도 빨간줄이 덕지덕지 설치되기 시작했다. 아. 코로나 시기에 안전한 곳은 그 어디에도 없는 것인가. 후우. 

엄혹한 시절이지만, 이 와중에도 우리가 ‘해야 하는 것’과 ‘할 수 있는 일’은 비교적 명확하다. 바로 언어공부와 현지적응이다. 시절이 시절인지라 사람들과 접촉하는 것도, 라오스의 면면을 탐방하는 것도 모두 금지되어 있는 비정상적인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언어공부를 게을리 할 수 없는 법이다. 물론 현재 주 4일은 학교를 다니면서 라오스어 기초과정(심지어 레벨2ㅎㅎ)을 배우고 있긴 하지만 여러모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지난 주 부터는 학교공부 외에 추가로 과외공부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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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유은)의 아이디어였는데 언어만 해서는 라오스의 문화를 제대로 알기 어려우니 이 곳의 초등학교 교과서를 공부해보자는 것이었다. 아무리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라고 해도 현재 우리의 왕초보 라오어 수준으로 교과서를 이해하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에 라오스 현지인 선생님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당초 ພາສາລາວ(파사라오- 라오어), ຄະນິດສາດ(카닛삿- 산수), ຄຸນສົມບັດສຶກສາ(쿤솜받슥사- 품성교육) 이렇게 세 과목에 도전하기로 했는데, 학습량이 만만치 않았다. 솔직히 우리의 실력이 미천하다 보니 다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일단 이 중 한 과목에 집중하기로 했다. 결국 우리의 선택은 <ຄຸນສົມບັດສຶກສາ 쿤솜받슥사>였다. 번역하면 ‘품성교육’이며 우리의 도덕(또는 윤리)과목에 해당한다. 학습도 중요하지만 먼저 ‘인간’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과연 라오스인들이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기본적인 인간상이 무엇일까?    

호기심 어린 마음으로 교과서를 펼쳤는데 다행이 교과서는 초등학교 1학년 수준답게 그림으로 잘 설명되어져 있었다. 길 건너는 법, 학교 가는 법 등 아주 단순한 상황에서의 생활 규칙들을 배우는 사이에 나의 초등학교 시절의 기억들 떠오르며 아련한 감상에 젖기도 했다.
그런데 이 중 특기할 만한 점이 있었다. 1과부터 등장하는 2장의 그림을 보면 4명의 아이들 중, 한 명은 검은색 전통의상을 입고 있고, 다른 한 명은 목발을 사용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과외 선생님께서는 여기서 전통의상을 입은 아이는 라오스의 소수민족 중 하나인 크무족을 뜻하고, 목발을 사용하는 아이는 장애인을 뜻한다고 한다. 

즉, 기본적인 교과서 교육 안에 소수민족과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가 사회구성원으로써 더불어 함께 살아간다는 인식을 자연스럽게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아마도 50여개의 민족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 라오스의 상황을 잘 보여주는 동시에 이 사회가 소수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전쟁 당시 라오스 전역에 뿌려진 UXO(불발탄) 문제에 관심이 있는 우리로서는 숱하게 벌어지는 폭발사고로 인해 라오스 안에서 장애문제가 심각하다는 얘기를 들어왔기 때문에 라오스의 ‘장애인’에 관한 인권과 사회적 인식에 관한 질문들이 많이 있었다. 그런데 뜻 밖에 만난 교과서의 그림 한 장으로 사회의 분위기를 대강 짐작할 수 있어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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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한국 교과서가 어떤 형태인지 모르지만) 사실 "철수와 영희"로 모든 것을 표현하는 80년대의 교과서로 공부했던 나로서는 라오스 교육의 이 같은 감수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혹시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일까.’ 라오스 문화를 잘 모르는 나로서는 막연하게 떠오른 생각이었다. 아시아의 최빈국이며 여전히 사회 시스템적으로 부족한 것이 많은 라오스이지만, 어떤 면에 있어서는 지구상의 어떤 나라보다도 ‘인간의 가치’와 ‘정의의 문제’를 잘 담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점은 과연 사회주의라는 토대가 그 밑바탕에 있지 않을까라는 조심스런 추측을 해보았다.  

아무튼, 좁디좁은 한국사회에서도 영호남의 갈등으로 여러 가지 문제가 야기되는 상황인데 반에, 50여 민족이 함께 공존해야 하는 라오스는 얼마나 복작 복작한 문제가 많을까. 하지만 라오스는 나름의 상황 속에서 공존과 통합의 방향성을 향해 천천히 잘 걷고 있는 듯 보인다. 분명한 것은 서로의 다름을 잘 인식하고, 모두가 함께 더불어 존재하고 있음을 인정하는 사회가 그렇지 않은 곳에 비해 더욱 괜찮은 사회라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사회는 이제야 겨우 첫발을 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최근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은 아마도 조금 더 괜찮은 사회로 가기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라오스라는 나라를 알면 알수록 내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괜찮은 나라로 느껴진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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