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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집으로의 이사와 시루떡 나누기


벌써 라오스에 온지 반년이 지났다. 그렇다. 시간은 이렇게나 빠르게 흐른다. 6개월이 지났다는 것은 첫 번째 집의 계약일이 마무리되었다는 것을 뜻하고, 이제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동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인 것이다. 아직은 새로운 나라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하고 얼레벌레 부유하는 기간이라 그런지 우리를 둘러싼 시간도, 장소도, 굉장히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느낀다. 다만 그 흐름 속에 감사함으로 우리의 삶을 맡길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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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라오스에서의 두 번째 집 <아시라다 아파트>로 이사를 왔다. 
첫 번째 집이었던 LK아파트가 비엔티안 도심에 있는 한국식 아파트라면, 이 곳은 도심에서 차로 30분가량 떨어진 "동덕"이란 동네에 있는 라오스식 로컬 아파트이다. 단층의 10세대가 모여 사는 연립주택이지만 라오스에서는 아파트라고 부른다. 
지난 9월, <라오스 국립대학교>의 라오스어 과정('삐끼암'과정)에 입학 원서를 내고 학교 근처에 있는 이 곳을 예약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코로나 상황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어서, 이사를 온 지금까지도 학교 문은 굳게 닫혀있는 상황이다. 들리는 이야기로 올해는 삐끼암 과정이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다. 작금을 살고 있는 전세계인 모두가 느끼는 것이겠지만 비정상의 일상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정말 내일은 (알 수) 없나 보다. 그저 수시로 변해가는 상황을 지혜롭게 받아들이며, 새로운 전환을 모색하는 것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도 1년 넘게 한국에서 안절부절했던 시간보다는 비록 락다운 조치로 밤에는 통금이 시행되고, 행동의 반경은 제한되는 상황이지만, 새로운 언어를 배우며, 꿈을 꿀 수 있는 지금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마음은 조금 뒤숭숭하지만, 복작복작한 이 동네는 상당히 마음에 든다. 사실 그 동안 살았던 곳이 서울로 치면 연희동이나, 명동 같은 곳이어서 사람 사는 냄새가 별로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라오스국립대학교가 있는 이 곳 동덕은 서울대가 있는 관악구 신림동이나, 봉천동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데, 집 울타리 밖에만 나가도 흙먼지 폴폴 날리며 분주하게 오가는 오토바이와 삼삼오오 소박하게 모여 있는 구멍가게들로 가득하다. 또 근처엔 큰 시장도 있다. 역시 대학교 옆이라 그런지 코로나로 휴교 중임에도 불구하고 활기와 에너지가 느껴진다. 
이제야 진짜 라오스에 온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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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일간의 이사를 마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이웃들에게 떡을 돌리는 것이었다. 사실 한국에서부터 꼭 해보고 싶은 일이었다. 시루떡을 가지고 “옆집에 새로 이사 왔어요!”라고 인사하는 아주 당연하면서도 낯선 경험이 우리의 첫 번째 소소한 프로젝트가 되었다. 
사실 가장 고민되었던 부분은 시루떡을 어디서 구하느냐였다. 한국식 떡집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 여기 저기 물어봤지만 대답들이 신통치 않았다. 일각에서는 떡을 직접 만들면 좋겠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엄두가 안 나는 일이었다. 그러다가 한인마트에서 우연히 시루떡을 발견하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사실 항상 그 자리에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우리에겐 모든 것이 신비한 사건으로 다가올 뿐이다.   
신이 나서 시루떡과 찹쌀떡을 포장하여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다음은 이 떡을 어떻게 옆집에 전달할지 고민해야 했다. 알다시피 라오말이 서투르기 때문에 아주 간단한 인사말과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는 말을 하는 것도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다. 또한 라오스 사람들이 낯선 외국인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대화를 시도하는 것 자체가 분명 서로에게 쉬운 일이 아닐 터. 심지어 이곳은 도심과도 한참이나 떨어진 손나봇(시골)이 아닌가. 그래서 우리는 손편지를 썼다. 인디님의 필체가 워낙에 탁월하기 때문에 금새 예쁘고 친절한 손편지가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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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이사왔을 때 앞집 한국인 부부과 옆집 라오스인 부부 폰과 누님한테는 이미 인사를 드렸기 때문에 오늘은 남은 여섯 집을 방문하기로 했다. 떡을 손에 들고 문에 노크할 때 심장이 얼마나 쿵쾅거렸는지 모른다. 하지만 경계의 눈빛으로 문을 빼꼼히 열던 분들의 얼굴에 이내 미소가 지어지는 것을 보니 우리의 마음도 따뜻해졌다. 
시커먼 문신을 덕지덕지 하고 있던 옆집의 깨우님, 또 가끔 마당에서 배트민턴을 치던 젊은 여성 여으와 애님, 그리고 작지만 상당히 카리스마가 있던 앞집의 라님. 그리고 대각선 방향으로 마주보는 집에는 가와시마라는 일본사람이 살고 있었다. 같은 외국인으로써 어떻게 이 곳 라오스에 오게 되셨을까. 나중에 언어가 늘면 꼭 대화해 보리라. 20211121-012.jpg
그리고 사진 중에 여성분은 아파트 전체관리인인 따님(이름이 따)이다. 정말 친절하시다. 그리고 귀엽지만 사나운 강아지는 '원'이라고 한다. 이 녀석과 우리 고양이들과의 케미도 기대가 된다.
이웃들에게 떡과 손편지를 전해주며 서로의 이름을 물어보는 이 작은 과정을 통해<아시라다 아파트>의 공간 전체가 우리를 환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앞으로 이 곳에서의 삶이 더욱 기대된다.   

라오스에 지냈던 지난 반년, 낯설기도 했지만 참 많은 분들에게 환대와 사랑을 받으며 살아왔던 시간이었다. 이제 사람냄새로 가득한 새 보금자리에서 두 번째 챕터를 시작한다. 처음보다는 조금 더 여유로워졌고, 몸도 마음도 평화롭다. 

지난 반년이 라오스라는 나라(환경)와 적응하고, 친해지는 과정이었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라오스 사람과 친해져보려 한다. 집 앞 구멍가게 상인들과도 조잘조잘 이야기를 하고, 조금 후미진 길거리 이발소에서 머리도 잘라봐야지. 시루떡을 이웃과 나누었던 오늘처럼 소박하지만 자연스럽게 상상했던 것들을 실천해보는 것도 중요한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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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록 소소하고 소박한 삶이지만 이관택 정유은의 ‘라오스 살이’ 나아가 ‘평화활동’을향한 벌걸음을 위해 응원과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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