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임을 안고 라오스국립대학교 등록하는 날
코시국으로 인한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라오스 국립대학교 - 삐끼암 과정>(라오어 1년 과정)이 열린다고 하여, 등록절차를 밟았다. 말이 잘 안통하기도 했지만, 등록절차가 워낙 복잡하고, 학사행정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다 보니 이틀이나 꼬박 걸렸다. 여기로 가라. 저기로 가라. 교직원들의 지시에 따라 갈 바와 할 바를 모르는 한국인들 몇 명이 캠퍼스 여기저기를 몇 바퀴씩 배회했는데, 마치 청소년 여름 수련회 때 경험했던 <천로역정 프로그램>이 재현되는 줄 알았을 만큼 뺑뺑이를 돌았지 뭔가. 하지만 우여곡절을 거쳐 모든 절차를 잘 마쳤고 수업료 납부와 함께 교과서도 수령할 수 있었다.
같은 날, 그 동안 코로나로 인해 입학이 미뤄졌던 본과 대학교 신입생들도 우리와 함께 등록을 진행했다.(참고로 라오스는 9월이 신학기이다) 그 동안 텅 빈 캠퍼스의 모습만 접하다가 이렇게 학생들로 캠퍼스 여기저기가 복작복작해진 모습을 보니 뭔가 설레임과 기대감이 차오른다. 그 만큼 일상의 자연스러운 모습들이 그리웠나보다. 아마 새로운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학생들도 지금의 순간이 몹시 그립고 설레이지 않을까. 새로움을 열망하는 모두에게 부디 평화가 함께 하길!
이곳이 라오스에서 가장 좋은 국립대라고는 하지만 사실 시설은 매우 열악한 편이다. 특히 우리가 공부할 교실에 가보니, 좁은 교실에 나무로 된 책걸상이 정겹게 우리를 맞아주었다. 문제는 에어컨이 없다는 것인데, 섭씨 40도가 넘어가는 3-4월이 벌써 부터 심히 걱정된다. 더군다나 모든 학생은 교복을 입어야 한다. 남자는 정장바지, 구두, 와이셔츠에 넥타이까지 해야 한다니 더욱 더 답답하고 덥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한편으론 초중고 내내 사복 입는 학교를 다녔기에, 단 한 번도 교복을 입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교복에 대한 한풀이를 이렇게 하게 되는 것 같다. 정말 모든 것이 감사한 일 뿐이다.
하지만 학교를 등록했다고 마냥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 언제부터 학기가 시작되는지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국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원래 라오스의 학사행정 체계가 불투명하여 등록을 받는 지금까지도 명확한 날짜가 결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한 달 안에 직접 전화로 연락을 주신다고 하니 기다릴 수밖에.
덧붙여) 학교강당에서 즉석으로 찍어준 이상한(?) 사진은 그 자리에서 30분간 포토샵으로 매만져져진 후에 바로 나왔다. 포토샵으로 교복도 입혀주시고, 머리스타일도 만져주신 것 같은데, 좀 이상하긴 하지만 나름 라오스타일에 만족한다. 사진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나보고 이제 라오스 사람 다 되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신다. 농담 비슷한 이야기들이었지만 라오스에 적응하고 정착하기 위해 노력하는 나로서는 어마어마한 칭찬이다.
2022년을 시작하며 좋은만남교회 교우들의 소망 가운데 하나님의 손길이 함께 하시길 기도합니다. 언제나 어디서나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나님과의 좋은만남, 그리고 이웃들과의 행복한 나눔을 이루시는 새해 되시길 응원합니다.
- 라오스에서 막파우 드림(막파우가 제 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