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충청남도, 평생을 맞고 살던 온양 대표 찌질이 병태. 어느 날, 사고뭉치 아버지 때문에 온 가족이 부여로 야반도주하며 전학을 가게 된다. 그런데 전학을 가자마자 모두가 병태에게 친절을 베푼다. 알고 보니, 그를 전설의 싸움꾼 '아산 백호'로 착각했던 것. 찌질이 병태가 완벽한 부여 짱으로 거듭나기 시작하는데… - 쿠팡플레이 소개글
소년은 절대 볼 수 없는 '18금' 드라마 '소년시대'! 물건 구매를 위해 가입했던 업체에서 제공하는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보던 아내가 '정말 재미있으니 한 번 보라'고 권해서 소년시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1989년이라는 시간적 배경과 부여 농업고등학교라는 공간적 배경, 촌스러운 포스터가 무언가 향수를 자극하는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드라마는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에 담긴 청소년들의 욕설과 폭력, 음주와 흡연으로 막을 엽니다. 네! 고등학교 2학년은 분명 (청)소년이지만, 소년 같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지요. 되돌아보면 참 무지막지한 시절이었습니다.
작은 키, 곱상한 외모의 장병태(임시완 분)는 온양의 최약체 찌질이로 학교에서 불량 학생들에게 두들겨 맞는 것이 일상입니다. 하도 많이 맞으니, 이제는 누가 어떻게 때리는지를 파악하고 덜 아프게 맞는 기술을 습득했지요. 그런데 불법 댄스 교습을 하던 아버지 때문에 부여로 야반도주합니다. 어린 시절에 병태를 많이 때렸던 박지영(이선빈)네 집에 더부살이를 시작하는데 사실 지영이는 '부여 흑거미'로 불리는 정의의 싸움꾼이었습니다.
전자오락실에서 중학생들과 시비가 붙었다가 자전거를 타고 도망치던 병태는, 부여농고 삼인방과 한판 싸움을 승리로 마치고 담배를 빨던 '아산 백호' 정경태(이시우 분)와 충돌하게 되고 경태는 기절, 병원으로 실려가게 됩니다. 한편 부여농고는 아산 백호가 전학해 온다는 소문으로 술렁이는데 하필 이름이 비슷한 병태가 아산 백호로 오해를 받고 불량 학생들의 대장 역할을 떠맡게 됩니다. 그래도 머리가 좋은 병태는 부여농고의 라이벌인 부여공고와의 일전을 승리로 장식하고 명실상부한 대장이 됩니다만, 충돌 사고로 기억을 잃은 채 같은 반으로 전학을 온 경태, 부여의 소피 마르소 강선화(강혜원 분), 흑거미 지영과 뒤얽히며 결국… 스포일러는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요즘의 청소년이 보면 별로 공감이 안 갈 것 같고, (18금이니까 당연히) 부모들은 절대 이런 드라마를 자녀들에게 보여주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약한 아이들에 대한 집단 괴롭힘과 폭행, 금품갈취, 음주 흡연, 블량써클, 패싸움, 연애… 어느 것 하나 청소년 선도를 위한 계몽적 내용은 없으니 말입니다. 굳이 따지라면 찌질이가 소중한 사람을 지키겠다고 각성하여 최강자를 쓰러뜨리고 괴롭힘 없는 학교를 만든다는 정도?! 그런데도 이 드라마는 서버 접속 장애가 발생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습니다.
정주행을 마치고 왜 이 드라마가 인기 있었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저는 보는 내내 '저런 시절이 있었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교복 앞가슴을 풀어 헤치고 꽉 눌러 납작하게 만든 가방을 옆구리에 끼고 담배를 문 고등학생 형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꼴로 주머니를 탈탈 털렸던 기억이 납니다. 중학생 시절에 이미 키가 컸던 저는 항상 일차 표적이 되었지요. 그래서 저도 돈을 뺏기지 않기 위해 싸움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또 사생대회를 하러 간 경복궁 마당에서 학교 간 패싸움이 벌어지는 것을 보기도 했지요. 그런 일이 아주 특별한 일이 아닌, 매일 어느 골목에선가 벌어지는,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폭행과 갈취를 당했던 이들에게 그 시절은 악몽이었고 지옥이었겠지만, 옛날을 회상하며 이제는 웃을 수 있는, 그리고 그런 일들이 많이 벌어지지 않는 세상이 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마음이나마 치기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하는 빛바랜 사진첩 같은 드라마였습니다. 어쨌건! 폭력은 나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