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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셋째 주일부터 딱 1년 동안 우리 교회 주보 '신학읽기' 난에 랍비 조너선 색스의 책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를 요약하여 연재하면서 제 나름대로 느낀 점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이 책의 원제는 'Not in God's Name(하나님 이름으로 하지 말라)'이고 부제는 'Confronting Religious Violence(종교적 폭력에 직면하여)'입니다. 랍비 조너선 색스는 세계적인 유대교 종교지도자이며 철학자, 성서주석가로서, 영국연방에서 가장 큰 회당 조직인 연합히브리회중의 최고 랍비를 22년 동안(1991~2013년) 역임했습니다. 많은 대중 강연뿐 아니라 30권 이상의 책을 저술한 그는 “인생의 영적 차원을 가르친 특별한 공헌”을 인정받아 2016년에 템플턴 상을 받았으며, 열여덟 개의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합니다. (한국기독교연구소의 저자 소개 글 참조)
1년에 걸쳐 연재한 책을 다시 끄집어내는 것이 왠지 불필요하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416쪽의 책을 A4 용지 50여 쪽 분량으로 연재하였으니 사실 요약이라고 하기에는 분량이 많았습니다. 그만큼 함께 생각해 볼 만한 중요한 통찰력을 요청하는 내용이 많았다는 말이겠지요. 수십 년 동안 성장 가도를 달려오던 한국교회는 코로나 시기를 겪은 후 급격한 생태계의 변화를 맞아 성장세가 꺾여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하향 곡선이라는 말보다는 추락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해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색스는 이 책에서 대부분의 종교 공동체가 외부의 적 혹은 희생양을 만들어 그들에게 폭력을 행사함으로 내부의 결속을 다진다고 지적하였는데, 성장세가 꺾인 한국교회도 비슷한 양상을 보입니다. 현재 한국교회가 희생양으로 삼은 것은 성소수자로, 그들을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죄인으로 낙인찍고 교회 안에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조차 격렬하게 반대하며 보수적 신앙인들을 결집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이동환 목사님이 성소수자 교인의 요청으로 퀴어 퍼레이드에 참석해 축복하였다는 이유로 감리교회에서 종교재판을 받아 최근 출교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런 교회 현실이 저로 하여금 이 책을 함께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게 했습니다.
gods name1.jpg 이 책을 읽으면서 저 자신과 교회의 내면을 보게 된 것 같습니다. 신앙 혹은 믿음이라는 말을 들으면 무엇보다도 먼저 떠올리는 것이 타협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확신, '성별'된 교인입니다. 8~90년대 교회 성장을 견인하였던 부흥사들은 유일신 신앙을 강조하면서 기독교의 모체라고 할 수 있는 가톨릭을 포함하여 다른 종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라고 설교하였습니다. 교리(도그마)의 내용이 정확하게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인지 알지 못하더라고 이구동성으로 '아멘'하고 응답하라 하고 '구원받았느냐'는 질문에 잠시라도 망설인다면 구원의 확신이 없는 것이라고 핀잔을 들었습니다. 그렇게 교회는 '그들만의' 성채가 되었고 목사는 교인들의 사고와 생활 전반에 통제력을 행사하는 제왕이 되었습니다. 
그 결과는 '믿는 것들이 더 해'라는 교회 밖 사람들의 비아냥과 손가락질이었고 확신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우물 안 개구리의 무지와 아집이었습니다. 교인이 백 명이라면 서로 다른 백 개의 천국의 상이 있고 다른 종교 안에도 나름의 진리가 있다는 것을 깨닫기에 충분한 교육을 받았습니다. 다원화한 사회의 교육을 받은 젊은이들은 오히려 교회 안에서 구원을 발견하지 못하였고 혐오와 증오를 부추기는 설교에 피로감을 느끼고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어느새 우리가 그런 세상에 와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하겠지요.
책을 읽으면서 좀 충격을 받았던 것이 바벨탑 이야기였습니다. 원래 인류가 하나의 언어를 썼었는데 바벨탑을 만들면서 언어와 민족이 분리되었다고 배워왔습니다. 하늘 높이 쌓아 올린 바벨탑이 하나님에게 대항하려는 인간의 교만을 상징한다는 것이죠. 우리는 은연중에 하나의 신앙으로 하나의 언어를 쓰는 세계에 대한 긍정적인 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색스는 인류가 한 가지 언어만을 사용하는 것이 폭력적인 제국의 강압에 의한 부자연스러운 상태임을 암시한다고 해석하였습니다. 따라서 바벨 이야기는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이고 정복을 통해 사람들의 정체성과 자유를 빼앗는 제국을 표상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민족에게는 일제 강점기에 강제로 일본어를 써야 했고 창씨개명까지 해야 했던 아픈 역사가 있습니다. 만약 지금 어떤 권력이 강제로 하나의 언어를 쓰게 한다면 독재, 공산주의라고 반발할 테지요. 그럼에도 교회는 여전히 전 세계 인민이 다 기독교 신앙, 특히 개신교 신앙을 갖게 되는 때를 하나님 나라의 도래로 상정하고 선진 문물과 금전으로 유혹하는 선교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는 명백한 폭력이자 권력을 지향하는 이들에 의해 신앙으로 포장된 정치일 뿐입니다. 비록 구약에서 하나님이 타민족을 향한 멸절의 명령을 내리는 본문이 있다 해도 하나님의 이름과 폭력은 결코 어울릴 수 없습니다.
색스는 형제자매 사이의 경쟁, 그리고 그 경쟁에서 살아남은 자가 선택 받은 존재라고 믿는 방식이 전혀 신앙적이지 않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선택받으면 그 외의 존재는 당연히 버림받고 따돌려져야 한다는 것은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모욕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이 무한하다고 고백하면서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은혜에 감사합니다. 무한한 사랑이 고갈된다는 말은 모순이고 '나 같은 죄인 살리신' 하나님의 무한하신 사랑이 '너 같은 죄인'을 살리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나'는 되는데 '너'는 안 된다는 착각이야말로 아직 구원받지 못하였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하나님의 이름, 교회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혐오와 배제의 폭력은 즉각 중단되어야 합니다.
'하나님 이름으로 혐오하지 말라'는 신앙이란 이름으로 위장하고 우리 안에 도사린 반(反) 신앙, 폭력적 욕망을 직사하게 하는 유익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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