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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0 14:10

87. 교육 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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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교육 공정



1


“공정한 변별력은 모든 시험의 본질이므로 변별력은 갖추되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는 수능에서 배제하라. …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아예 다루지 않는 비문학 국어문제라든지 학교에서 도저히 가르칠 수 없는 과목 융합형 문제 출제는 처음부터 교육당국이 사교육으로 내모는 것으로서 아주 불공정하고 부당하다.”

- “尹 대통령 "수능, 변별력은 갖추되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 배제해야”, 

《대한민국대통령실 브리핑》, 2023.6.16.


지난 2023년 6월, 수능 5개월을 앞두고 일어났던 대통령과 교육부 장관의 ‘수능난이도’ 이해 논란이었습니다. 대통령실의 브리핑은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이주호 교육부 부총리가 전달하는 과정에서 생긴 오류를 바로 잡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핵심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 사항인 공정한 변별력이 수능 난이도 하향 취지가 아니었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브리핑 자체에 문제가 있습니다. 공정한 변별력을 쉬운 수능으로 오해한 장관의 실수를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브리핑은 ‘그래서 공정한 변별력이 무엇인가?’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2023년 12월 27일, 2028 대입제도가 확정되었습니다. 현재 중학교 2학년 학생부터 치르게 될 2028 대입제도 개편입니다. 골자는 통합형 과목 체계를 도입해 문과와 이과 구분을 없앤다는 것입니다. 국어와 수학 영역의 선택과목을 폐지하고, 탐구 영역에서는 학생 선택 과목이 아닌 모든 학생이 ‘통합사회’, ‘통합과학’을 응시한다는 것입니다.(“미래 사회를 대비하는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확정안”, 《교육부 보도자료》, 2023.12.27.)

기자회견에서 개편 취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급격한 변화는 지양하고 수능과 내신의 공정성을 저해하는 요인을 확실히 배제하겠다.”(박고은, “획일 경쟁·수능 몰입교육 우려 그대로…2028 대입제도 확정”, 《한겨레》, 2023년 12월 27일). 그리고 《교육부 보도자료》는 개편 시안 개요에서 “미래인재 양성에 기여하면서, ‘공정’과 ‘안정’의 균형 도모”라고 설명합니다.

다시 질문해야겠습니다. “그럼 개편 시안이 말하는 ‘공정’은 무엇인가?”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부터 지속적으로 ‘공정’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왔습니다. 그렇게 퍼져 ‘공정’이 교육에까지 다다랐습니다. 그러나 주장하는 사람이 어떤 의미로 사용하는지 알 수 없는 ‘공정’. 이 ‘공정’이 현재 우리나라 교육에 적용되어 ‘교육 공정’을 말할 때 그 위험은 선을 넘게 되었습니다.


2


‘공정’과 함께 대학 입학 제도를 좀 더 자세히 살펴봐야겠습니다. 한국 사회 교육의 지대한 관심은 역시 대학입시입니다. 정시 확대 논의와 수능에 ‘공정’이라는 단어가 설득력이 있는 이유는 대선 당시의 정치적 이슈와의 관련이 의심(?)되지만 그만큼 실제 관심이기도 합니다. 현재 대학입시는 여러모로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집니다. 여기서 ‘공정’의 문제를 제기합니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중시하는 수시는 태생적으로 다양하고 그것이 목적이기도 합니다. 논술 전형, 학생부종합전형, 학생부교과전형. 공정의 시각에서 볼 때 불만족스럽습니다. 고등학교 내신과 이를 바탕으로 한 대학의 평가 기준이 너무 다양하고 불분명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수능입니다. 대통령실의 주장과 대입제도개편의 골자는 현재 수능의 문·이과 구분을 포함한 선택 폐지, 그리고 킬러 문항이라 불리는 비문학 등의 배제입니다. 수능 선택과목의 난이도에 따른 유불리를 제거하고 교과과정에 없는 비문학 문항의 배제 등을 통한 고교 교육 평가의 단순화입니다. 이것을 ‘공정’이라 합니다. 


그런데 ‘공정’에 수상한 냄새가 납니다. 근본적으로 현행 입시 체제는 학생 서열화를 근간으로 합니다. 여기에서 일어나는 여러 모습의 유불리를 정시 확대와 수능 단순화라는 획일화를 공정이라 말하는 것은 공정에게 미안할 뿐 아니라 이러한 공정은 교육적이지 않습니다. ‘공정’을 말하기 위해서는 그 획일적 

‘공정’이 교육적 측면에서 정당한가를 먼저 물어야 합니다. 그 공정이 근본적으로 교육의 진정성 훼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교육이란 무엇인가입니다. 교육과정의 최종 목표는 명문 대학이 아니라는 단순한 출발에서도 그렇습니다.


3


『신약성서』 「마태복음」 20장 “포도원의 품꾼”은 크리스트교의 공정 이해입니다.

주인과 한 데나리온에 계약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어떤 사람은 아침부터 고용되었고 어떤 이는 저녁에 고용되었습니다. 그런데 주인은 그들의 노동 시간을 고려하지 않은 채 모두에게 한 데나리온을 지급합니다. 일찍부터 일을 한 사람들은 이 지급이 공정하지 않다고 이의를 제기합니다. 그러나 주인은 한 데나리온을 모두에게 약속했으니 모두에게 한 데나리온을 준 것이다로 끝나는 이야기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의 공정은 모두에게 같은 시간 당 급여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느님의 공정은 한 데나리온에 있습니다. 적어도 그의 능력를 포함한 모든 것과 관계없이 모두가 하루 세끼 정도는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육 공정’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육 공정은 대학 입학을 위한 서열화에 사용되는 개념이어서는 안 됩니다. 교육 공정은 모두가 자신의 꿈을 꿀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사회를 살아가는 기초 언어, 수리, 사회, 과학을 배우는 것입니다. 삶의 태도와 방향을 탐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교육 공정은 이것이 가능하다는 의미에서 사용해야 합니다.


이제 전국의 고등학교에서는 대학 입시 결과를 발표할 것입니다. 너나없이 재수생과 중복 합격을 포함하여 결과 부풀리기를 시도할 것입니다. 두려운 것은 이 결과가 공정이라 포장될 것입니다.

다시 진지하게 교육 공정을 생각해야 합니다. 교육의 근본 철학을 잃은 교육 공정은 공정(空井), 물이 말라 버린 우물, 공정(空庭), 텅 빈 뜰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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