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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가능성의 영역을 남김없이 다 살려고 노력하라



1



20240317.jpg


“사진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드니?”

스크린에 투사된 그림을 보며 아이들은 자유롭게(?) 느낌을 말합니다. “짜장면?” 태우를 부르는 방법입니다.

“곰이 멱살을 잡혔어요.”

“사자거든.”

이렇게 시작한 학급은 흐름이 있습니다.

“꼬리가 땅에 끌려서 피날 거 같아요.”

“곰의 포기한 눈빛을 보세요.”

“사자라고.”

결론입니다.

“동물 학대에요.”

이를 멈추기 위해서는 주모자를 색출해야 합니다.


다른 학급입니다. “전 의원님?” 승민이를 불렀습니다.

“외로워 보여요,”

“어두워요.”

“힘들어 보여요.”

“왜 꼬마가 길 가는 거에요?”

멈추기 싫습니다. 정답이 아니라 스스로를 표현하게 해야 합니다.

“그럼 이 꼬마는 누굴까?”

아까부터 손을 들랑말랑하던 아이입니다.

“우리요.”

“우리?”

아이는 오른손 검지로 스스로를 가리킵니다.


2


시시포스(Σίσυφος) 

그리스 신화의 인물로 전설은 코린토스 시를 건설한 왕으로 그려집니다. 그는 잔꾀와 욕심이 많았으며, 여행자를 살해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그는 신들의 노여움으로 무거운 큰 돌을 산꼭대기로 밀어 올려야 했습니다. 정상에 오르면 돌은 다시 아래로 굴러떨어지고 그는 다시 돌을 정상으로 올리는 일을 시작해야 했습니다. 명확한 이유도 없이 계속해서.

프랑스 신문기자, 작가, 철학자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1913~1960)는 1942년 시시포스의 신화의 불어식 발음으로 『시지프 신화』라는 에세이를 씁니다. 에세이에서 우리는 카뮈의 철학을 읽을 수 있습니다. 

큰 주제는 부조리(不條理, absurdism)입니다. 부조리는 불합리·배리(背理)·모순·불가해(不可解) 등을 뜻하는 단어로서, 철학에서는 ‘의미를 전혀 찾을 수 없는 것’을 뜻합니다. 카뮈는 끊임없이 굴러떨어지는 돌을 정상으로 올려야 하는 시시포스의 형벌에서 부조리를 말합니다. 그리고 우리 삶에도 어쩔 수 없고 의미를 찾을 수 없는 것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간단하지만은 않은 그의 철학은 제안합니다. 삶의 부조리로부터 도피하지 말라. 떨어질 돌을 묵묵히 다시 올리는 시시포스의 고귀한 성실을 따라 노력하기, 그 자체에 의미를 두라.


시시포스처럼 꼬마 아이는 길에서 도피할 수 없습니다. 꼬마는 사자 인형을 들고 묵묵히 걷고 있고 걸을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입니다.


3


종교학과 신학의 차이를 물으면 그 주요 관심을 말합니다. 신학의 주요 관심이 신이라면 종교학의 주요 관심은 인간입니다. 따라서 인간에 대한 이해 없이는 종교에 대한 이해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종교학은 인간학이라 합니다.

종교를 이해하기 위해 그 구성인 내용, 경전, 공동체, 교리, 윤리 등을 살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참으로 본질적인 것은 그것에 관심하고 실행한 인간에 대한 이해입니다. 왜 인간은 종교하고 있는가? 종교해야만 하는가 또는 종교적인가? 바로 종교적 인간 이해의 필요성이며 종교학의 시작입니다.


“오, 나의 영혼아, 불멸의 삶을 갈망하지 말고 가능성의 영역을 남김없이 다 살려고 노력하라.” 알베르 카뮈, 『시지프 신화』, 김화영 역 (민음사, 2016).


종교하기를 제안하는 종교학 첫 시간, 카뮈를 인용합니다. 그리고 이제 오므린 오른손 검지가 다른 손가락들과 함께 움켜쥔 주먹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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