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만남교회

2024.04.13 15:17

90. 종교, 초월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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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종교, 초월하기



1


“다음의 그림을 보고 관점에 대해 생각해 보자. 몇 개나 있을까?”20240414.jpg

“6개요”

“면을 보았구나. 그럼 면을 늘이면서 이야기해 볼까?”

“8개입니다.” 제법 또박또박 악센트를 지닌 소리입니다.

“'요.'에서 '입니다.'는 사회생활이지. 왜?”

“두 면을 함께 볼 수 있는 모서리입니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손을 들더니 뚜벅뚜벅 걸어 나와 또각또각 판서입니다. 

“N각기둥의 면의 개수는 N+2개, 모서리의 개수는 3*N개, 꼭지점의 개수는 2*N이니까. 꼭지점인 3면의 관점은….”

“우!!!”

“뭐냐. 하하하.”

초등 수학 공식이랍니다.


“하하하. 그럼 또 다른 관점을 생각해 보자. 지금까지 말한 관점의 공통점이 뭘까?”

“모두 밖에서 본 거 아닌가요? 안에서 밖을 볼 수도 있어요.” 시인입니다. 

“오! 시인. 그러게 우리는 늘 남에게 비친 모습만 자기 모습이라 생각하고 살았구나. 내가 날 볼 수도 있을 텐데. 또 없을까?” 시인과 이름이 같아서.

“좀 전에 살짝 화면 넘어갔었어요. 피카소. 입체파. ㅎㅎㅎ.”


2

만돌린을 가진 소녀

파블로 루이스 피카소(Pablo Ruiz Picasso, 1881~1973). 스페인에서 태어나 주로 프랑스에서 활동한 20세기의 대표적 입체파(Cubism) 작가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너무도 유명한 화가이지만 우리나라에 알려지게 되는 과정은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그가 프랑스의 공산당원이었고 미국에 의한 한국 전쟁을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1969년에는 우리나라의 한 회사가 피카소 크레파스라는 이름 때문에 반공법으로 기소되기도 했습니다.(《중앙일보》, 1969.6.9.) 그러나 그는 사회주의자라는 이유 외에도 근본적으로 위험해 보입니다. 그는 다른 것을 보려 했고, 우리는 그를 통해 다른 것을 보는 것이 가능함을 보고 또 시도했기 때문입니다. 그림은 그의 그림인 〈만돌린을 가진 소녀〉입니다. 그림은 전개도와 같은 방법으로 3차원에 매인 우리의 시각, 관점을 초월한 4차원 곧 모든 면에서의 바라보기 시도입니다. 그러나 입체파가 중요한 것은 4차원을 시도했다는 점이 아닙니다. 그것은 3차원 곧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가정 때문입니다. 이러한 가정으로 우리는 보이는 것 너머를 초월할 수 있습니다.


 ◀ 만돌린을 가진 소녀


3


인간에 대한 한 정의입니다. ‘Home Sapiens’, ‘생각하는 인간’입니다. 유사한 방법으로 인간은 ‘Homo Religiosus’, ‘종교적 인간’입니다. 종교적 인간이라는 정의는 자주 우리를 특정 종교에 포함되어 종교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으로 이끕니다. 그러나 ‘종교적 인간’이라는 정의는 조금 다른 접근입니다. 모두가 특정 ‘종교인’은 아니지만 모든 인간이 ‘종교적’이라는 정의입니다. 여기서 종교적이라는 뜻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데 그 한 가지가 바로 ‘초월을 추구하는 존재’입니다. 피카소가 시점의 한계를 초월하려 했던 것처럼 인간은 현실계에서 한계를 경험하고 그 한계를 넘어서기를 꿈꾼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이 이성적이라면 ‘생각하는 인간’으로 충분할 것이고, 이성적인 방법 또는 접근이 아니라면 다른 접근이 필요하고, 이 접근 중 하나가 ‘종교적 인간’입니다. 인간은 조금 비이성적으로 초월을 시도한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서 비이성적인 점을 나쁘게 평할 이유는 없습니다. 인간의 존재는 이성적이며 또 이성적이지 않다는 의미에서 비이성적입니다. 생각하는 인간은 이성적이지만 사랑하는 인간은 비이성적일 수 있습니다. 이성이 합리적으로 현실을 초월하려고 한다면 사랑은 비합리적으로 현실을 초월합니다.


4


“그럼 종교가 뭐예요?” 일과를 시작하기 전 기도회에서부터 만난 신실한(?) 아들입니다.

“그러게. 쉽지는 않네. 그런데 종교를 깨닫게 하는 이야기가 있구나.”

202404142.jpg

불교의 ‘지장보살’ 신앙입니다. ‘지장보살

(地藏菩薩)’은 석가모니 사후 미래 부처(佛)인 미륵이 올 때까지 죄를 지어 지옥에서 고통받는 모든 이들을 돕는 보살로 신앙합니다. 지장보살의 전생 이야기입니다. 지장보살은 바라문(성직자 계급)의 딸이었습니다. 그러나 소녀의 어머니는 딸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많은 죄를 지어 죽은 후 지옥에 가게 되었습니다. 이런 어머니를 위해 소녀는 모든 재산을 정리해 아픈 이, 병든 이 등 필요한 이들을 돕습니다. 이를 본 부처는 “착하다 성녀여. 18세 처녀의 몸으로 옷을 벗어 걸인에게 주고, 몸을 흙 속에 갈무리하였으니, 누가 너를 보살이라 하지 않겠느냐! 내 너의 공양을 달게 받고 너의 소망을 성취시켜 주리라.”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소녀는 “저는 미래의 시간이 다할 때까지 죄고에 빠진 중생이 있으면 마땅히 널리 방편을 베풀어 해탈케 하겠습니다.”라고 서원하였습니다.


선문사 도솔암 지장보살상 ▶


“종교가 무엇이라 분명한 정의는 어려워 보이는구나. 하지만 한 정의로서 어떤 한계를 넘어서는 태도(?), 방법(?)으로 종교를 느낄 수는 있지는 않을까. 합리적 이기(利己)를 초월한다는 의미에서도. 그리고 그렇다면 여전히 종교는 느끼고 경험하고 실천해야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단다.”


아들들이 주어진 오늘을 어떻게든 넘어서길 바랍니다. 머무르지 말고, 그게 전부라 생각하지도 말고, 더더욱 순응하지 말고…. 오늘 수업은 이렇게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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