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유토피아 꿈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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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학년 말입니다. 종교 수업도 마지막을 향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교수 학습 평가는 진단 평가, 형성 평가, 총괄 평가로 이루어집니다. 단순히 말하면 진단 평가는 학습하기 전 학생의 상태를 이해하여 방향 설정을 돕고, 형성 평가는 교수 학습을 진행하며 평가를 실시하여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한 평가이며, 마지막으로 총괄 평가는 과정을 종료한 후 교수 학습의 목표가 잘 이루어졌는가 점검하는 평가입니다. 종교 교과 역시도 교수자로서 나름의 진단 평가, 형성 평가를 가지고 있으며, 총괄 평가는 I’m 진심입니다.

1-1.(가)의 갑, 을, 병, 종교가 무엇인지 밝히고, 각 종교의 이상적 세계에 대한 각 종교의 입장을 지문의 용어를 활용하여 설명하시오.(200자 이내)

1-2.(나)의 <문제 상황>의 해결 방안을 (가)의 갑, 을, 병, 종교의 한 입장을 선택하여, 그 창시자 또는 종교가가 사용한 핵심 개념 단어를 언급하여 서술하시오.(200자 이내)

1-3. (가)와 (나)를 고려하여,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 세계의 모습을 서술하시오.(200자 이내)

갑), 을), 병)은 모두 종교가 그리는 ‘유토피아(Utopia)’ 이상세계로 갑)은 유교 5경의 하나로 『예기』가 설명하는 ‘대동사회’이고, 을)은 불교 『잡아함경(雜阿含經)』에 등장하는 이상적 군주로서 ‘전륜성왕’, 병)은 사도행전의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 생활의 성격에 대한 설명입니다. 그리고 〈문제상황〉은 국제적 기아의 문제입니다. 여러분도 시간이 되면 한번 평가에 참여해 보시기 바랍니다. 평가의 제목은 《종교와 유토피아》이고 평가의 목적은 종교 시간, 아이들이 1년 동안 이렇게 저렇게 배운 내용을 가지고 문제상황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구체화하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주제는 스스로 종교적 유토피아를 이해하고 아이들에게 보다 나은 세계를 꿈꾸도록 돕기 위한 것입니다. 이제 아이들은 인터넷 수업방에 자신의 생각을 올리고 그 내용을 가지고 평가합니다.

아이들이 올린 평가를 학년반번호를 기준으로 정렬한 인쇄물의 첫 장 아이들의 글입니다.

“모두가 평등한 기회를 가지고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것을 기본 바탕으로 두어야 한다. 이것은 전륜성왕의 통치처럼 정법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통치자 하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학생회 임원의 서술입니다.

“나의 이상적 세계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누구 하나 부족함이 없어야 하며 뛰어남도 없어야 하는 세계이다.” 어떤 아이의 글일까 예측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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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류경희 옮김, 펭귀클래식코리아, 2010). 법률가 집안에서 태어나 대법관을 지내고, 영국 국왕의 이혼을 반대한 죄로 참수형을 당했으나, 후대에 로마 가톨릭 교회의 성인이 된 영국의 정치가, 법률가, 사상가 토마스 모어(Tomas More, 1478~1535)가 1516년에 쓴 사회사상의 고전입니다.

‘유토피아(Utopia)’. 일반적으로 ‘이상세계’라 번역하는 이 단어는 바로 토마스 모어에 의해 처음 제안된 것입니다. 그리스어 ‘없다’의 의미를 가진 ‘οὐ(ou)’ 또는 ‘잘’의 ‘εὖ(eu)’와 ‘장소’를 뜻하는 “τόπος(topos)”의 합성어로 ‘없는 곳’ 또는 ‘좋은 곳’ 그래서 ‘이상세계’를 뜻합니다. 

토마스 모어가 상상하는 ‘유토피아’의 모습입니다. 유토피아는 10만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상상의 섬입니다. 사람들은 가족 단위로 구성되고, 50가구가 한 집단을 이루고, 집단의 대표를 선출해 평의회를 이루고 그 중 한 명을 왕으로 선출합니다. 유토피아는 화폐 없이, 시장에서 자신의 필요만큼의 물건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무료 시장을 위해서는 누구나 농사를 지어야 합니다. 유토피아의 사람들은 모두가 노동을 하기 때문에 노동 시간은 여섯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유토피아의 공동체는 재산의 공유, 평등한 교육 기회, 공공복지 시스템 등을 갖춘 사회입니다.

‘우와!’ 감탄입니다. 그러나 감탄 이전에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를 읽으며 자주 놓치는 부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그가 ‘유토피아’를 상정한 이유인 16세기, 토마스 모어의 영국 사회입니다. 당시 영국은 양모 무역을 통해 막대한 부를 얻고 있었습니다. 토지를 소유한 귀족들은 더 많은 수익을 위해 토지를 경작하던 농민들을 내 쫒아 수익이 되는 양을 키웠습니다. 때문에 사람들은 농촌을 떠나 도시로 몰려들었고 충분한 일자리가 없던 도시에서의 삶은 극도로 빈곤했습니다. 게다가 정치가들은 이 빈곤이 가져오는 사회적 문제를 가혹한 형벌로 다스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토마스 모어는 『유토피아』를 쓰며, 앞부분에는 당시 영국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를 적나라하게, 뒷부분에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세계 유토피아 섬을 그리고 있습니다.

종교의 유토피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유교의 대동사회나 불교의 전륜성왕 그리고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 역시 진공의 상태가 아닌 역사적 맥락 속에 존재합니다. 따라서 시대가 가지고 있었던 문제의 극복을 위해 종교적 이상 세계를 제안한 것이라면 제안이 공산사회의 모습인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그리고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의 종교와 공산주의도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그들을 개종시키는 일이 얼마나 쉬운 일이었는지 상상도 못 하실 것입니다. 아마 그들이 무의식적으로 어떤 신적인 영감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은 기독교가 그들의 주 종교와 너무 닮았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저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공산주의적인 생활을 하도록 규정하셨다는 사실에 의해서도 그들이 상당히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공산주의적인 생활 방식은 가장 진실된 모든 기독교 공동체들에서도 오늘날까지 여전히 실천되고 있지요.”(2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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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평가를 계속 읽어나갔습니다.

“우리는 모두가 다 다르다. 겉모습부터 속마음까지 모든 것이 다르다. 그러나 오늘날의 우리는 모두가 다른 것을 이해하지 못한 채 자신과 생각이 다르거나 생김새가 다르면 무조건 서로가 틀렸다고 주장한다.”

“요즘 뉴스를 보아 교육자의 역할이 축소되는 것을 느꼈고 교육자가 없으면 미래에 더 나은 삶을 보장하기 어렵다.”

“현재 고통의 예시로는 기아, 죽음, 전쟁 등이 있을 것이다.”

아이들 역시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어둠을 읽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 역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단지 그 ‘유토피아’를 자신의 생각으로 표현하는 것에 서투를 뿐입니다. 어쩌면 기성 세대가 보다 더 현실적으로 중요한 것을 말하며,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던 것입니다.

『유토피아』의 마지막 부분입니다. 

“그러나 나는 유토피아 공화국의 장점들 중 유럽 세계도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장점들이 많다는 점만은 솔직히 시인하겠다. 물론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리라 기대하기는 힘든 일이지만 말이다.”(231쪽)

‘유토피아’는 경험하고 있는 현실 속 모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의 인식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대안을 꿈꾸는 것입니다. 이 대안에 관해서는 가능성을 묻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꿈을 제한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1년의 종교 수업, 모순된 소박하지만 큰 꿈을 꾸며 마쳤습니다.

추신: 역시 교수 학습 전 아이들의 진단평가는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