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 공감을 지향하는 유교 윤리
1. 유교
유교의 윤리는 근대화 속에서 현대의 문제에 답변하기 어려우며 극복되어야 하거나 대립적인 것으로 논의해 왔습니다. 또한, 자주 가부장적 체제 유지를 위한 도구로서만 인식되기도 하였습니다.
유교의 윤리가 전통이라는 윤리 의식에 내면화되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과거 유교가 제시하는 종교 윤리의 구체적 내용이 우리에게 중요한 삶의 원리가 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오늘 우리 삶에서 지켜야 할 윤리의 근간으로 자리하고 있으며, 미래 삶 속에서 역시 윤리적 역할을 할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유교의 윤리는 오늘날 재해석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기 수양을 통하여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어야 한다.” - 『논어』, 「헌문」, 45.
공자에게서 읽는 유교의 윤리적 실천입니다. 유교의 윤리는 본질적으로 자신을 수양함과 함께, 자신을 닦는 과정과 노력으로 주위 세계를 감화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러한 윤리를 담고 있는 것이 ‘인(仁)’이며, 어짊의 실천 내용이 ‘충(忠)’과 ‘서(恕)’입니다.
2. ‘인(仁)’, 어진 삶이란
‘仁(인)’은 두 사람의 상징에서 출발합니다. 글자의 뜻과 같이 사람과 사람의 사이를 연결함을 유추하게 합니다. 또한 화합, 연대 등의 암시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 『논어』, 「안연」, 22.
공자의 제자 번지의 물음, ‘인(仁)’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공자의 대답입니다. 공자는 ‘인’을 인간의 본성으로서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인’이란 ‘애인(愛人)’, 곧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라 하였습니다. 사랑은 구체적 상황 속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따라서 사랑은 사랑한다는 실천적 의미가 따릅니다.
“천하에서 다섯 가지를 실천할 수 있으면 그것이 인이다.” - 『논어』, 「양화」, 6.
공자는 ‘인’의 실천 덕목에 관해 다섯 가지를 말합니다. 공손함, 너그러움, 미더움, 민첩함, 그리고 은혜로움입니다. 그는 다섯 가지 덕목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공손하면 업신여김을 받지 않고, 너그러우면 많은 사람의 마음을 얻으며, 미더우면 사람들이 신임하게 되고, 민첩하면 공이 있게 되고, 은혜로우면 사람들을 부릴 수 있게 된다.”(『논어』, 「양화」, 6.)
공자에게 ‘인’의 시작은 스스로를 이기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사람은 사람과의 관계적인 존재입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이기적 욕망은 부정적 결과를 가져옵니다. 따라서 ‘인’의 실천은 반드시 자신의 사사로운 욕망을 이기는 것이 필요합니다.
유교의 윤리로서 공자의 ‘인’은 관계적 ‘사랑’이며, 사랑은 구체적 상황 속에 의미 있는 실천적인 태도가 중요합니다. 또한, 자기 욕망을 절제하는 태도에서 출발하는 것이 바로 ‘인’의 윤리입니다.
3. ‘忠(충)’과 ‘恕(서)’, 함께하는 삶
‘인’의 구체적 실천 방법은 ‘忠(충)’과 ‘恕(서)’로서 유교 윤리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공자는 자신이 생각하는 인간 윤리의 길(道)을 하나라고 말하는데, 공자의 제자인 증자에게 다른 제자들이 그 뜻에 관해 묻자 증자는 공자의 그 하나의 길을 ‘忠(충)’과 ‘恕(서)’라고 대답했습니다.(『논어』, 「리인」, 15.)
공자는 ‘충’의 윤리는 두 가지 모습으로 사용합니다. 남과 어울릴 때는 진심으로 대해야 하며(『논어』, 「자로」, 19.), 또는 다른 이를 진심으로 대하면 깨우쳐 주어야 합니다.(『논어』, 「헌문」, 8.) 전자가 동등한 사람과의 ‘충’이라면 후자는 아랫사람을 향한 ‘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공자의 윤리로서 ‘충’은 다른 이와의 관계에서 그의 행복을 위해 진심을 다하는 것, 노력하는 행위, 성실한 마음으로 임하려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공자의 제자 자공이 “한 마디로 평생토록 실천할 만한 것이 있습니까?” 묻자 공자는 ‘恕(서)’라고 대답합니다. ‘서’는 “자기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하지 않는 것이다.”(『논어』, 「위령공」, 23.) ‘恕(서)’의 글자 의미는 ‘같을 如(여)’와 ‘마음 心(심)’입니다. ‘같음에 마음을 쓴다.’는 의미입니다. ‘서’의 윤리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하나는 ‘공감’입니다. 공감은 윤리의 핵심입니다.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은 다른 이와 함께해야 하며, 따라서 공감이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하나는 ‘배려’입니다. 이 ‘배려’는 마음이 아니라 실천입니다. ‘서’는 실천에 대한 제자의 물음에 관한 공자의 대답입니다. 따라서 ‘서’는 공감을 바탕으로 한 배려의 실천이라 할 수 있습니다.
4. 공감
‘공감’. 시대의 화두처럼 다가온 단어입니다. ‘공감’의 영어 단어 ‘sympathy’의 어원은 그리스어 ‘함께’라는 뜻의 ‘syn’과 ‘감정’을 뜻하는 ‘παθος(pathos)’가 합쳐진 단어입니다. 함께 감정을 갖는 것입니다.
함께 감정 갖기가 무엇보다 필요한 때를 살고 있습니다. 코로나의, 기후위기의, 전쟁 등의 피해자는 보편적이라 하지만 직접적인 피해자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 공감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자주 우리는 공감보다 ‘줄 수 있는 이들이 준다.’라는 의미로 쉽게 변질되어 온 배려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시 ‘공감’입니다. 그리고 위기 앞에 ‘인(仁)’, ‘충(忠)’과 ‘서(恕)’의 유교 윤리를 살핍니다. ‘공감’은 필요가 아니라 ‘인간’의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호의가 계속되면은, 그게 권리인 줄 알아요.”(영화 《부당거래》의 대사) 같이 근본 없이(?) 막돼먹은 말들이 생각 없이 난무할 때, 더더욱 그렇습니다.(‘근본 없이’는 너무 나쁜 유교를 상상합니다. 물론 해석하면 아니지만….)